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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IPO 회계 점검]광고로 사세 키운 발란, 수수료 수익으로 버틸수 있나누적 투자금 25% 이상 광고비 집행…업계 경쟁과다와 높은 매출원가에 영업손실 지속

남준우 기자공개 2023-01-09 07:19:17

[편집자주]

밀리의 서재, 쏘카 등 플랫폼 기업들이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시장 호황기였던 작년까지 조 단위 몸값을 부르며 IPO 기대감을 드러내던 것과는 상반된다.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는 곳 대부분 좋지 못한 실적이나 기대 이하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일부 기업은 플랫폼이라는 허울 속에 사업의 본질을 숨겨 재무제표에서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벨은 플랫폼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각 기업들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2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적자가 다반사인 상황에서 명품 거래 플랫폼은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높은 판매 단가에 플랫폼이 취할 수 있는 수수료 수익도 높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발란(BALAAN)은 가장 높은 거래금액과 매출 성장률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회계업계가 바라본 실상은 달랐다. 외부 투자금 대부분을 광고비에 사용하며 인지도를 쌓았으나 지속가능성은 의문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수수료 수익은 갈수록 박해질 수 있다.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도 명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네이버, 발란 몸값 낮춰 지분 매각 추진


발란은 국내 3대 명품 플랫폼 스타트업 중 최근 가장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의 2021년 매출액은 521억원으로 2020년 24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트랜비와 머스트잇은 각각 27%, 66% 증가했다.

2021년 거래금액은 3527억원으로 집계되며 2020년(2514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올 상반기까지 거래액은 작년 기록을 뛰어넘은 3812억원이다. 하반기 오프라인 매장 등과 병행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서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누적 투자 유치금만 총 735억원으로 가장 높은 기대를 받았다. 작년 10월 신한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해 시리즈 C로 20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도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4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약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분위기가 꺾이고 있다. 주요 투자자인 네이버가 30~50%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해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가 유력했던 IPO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회계업계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수수료율을 높여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재무제표에 드러나는 사업구조만 놓고봐도 기존에 이커머스 기업들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명품을 플랫폼 내에서 거래하는 방식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플랫폼 사업자가 병행수입(Parallel Import)으로 물건을 들여오는 방식이다.

라이선스를 보유한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지사가 공식적으로 수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라이선스가 없는 수입업자가 해외 부띠끄, 아울렛 등과 같은 도매상으로부터 물건을 사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물건을 직접 사오는 만큼 재고 부담을 져야 한다.

◇상품매출 원가율 100% 육박


발란의 경우 상품매출, 즉 병행수입을 활용한 방식으로 2021년에 4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다. 명품을 미리 구매해야하는 만큼 원가 비중도 높다. 20201년 매출원가 355억원 중 대부분이 상품매출원가다.

명품 특성상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 플랫폼 내 거래에서 얻는 수수료 수익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에 두 번째 방식인 플랫폼 내 입점 딜러들을 활용해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구매대행이 대부분이다. 소비자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발주하는 방식이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발란의 2021년 수수료매출은 100억원으로 2020년 53억원 대비 두 배 증가했다. 한 해 동안 사용한 비용과 비교하면 높다고 보기 힘들다. 회계업계에서는 오히려 막대한 비용 때문에 적자가 커진 점을 우려했다.

2021년에 누적 투자 금액의 25%인 190억원을 광고선전비에 사용했다. 2020년 34억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트랜비나 머스트잇도 과다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선전비가 같은 기간 동안 트랜비는 91억원에서 298억원, 머스트잇은 19억원에서 134억원으로 뛰었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치킨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발란이 책정한 수수료는 약 6~7%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그재그, 무신사 등 패션플랫폼 판매수수료가 15%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한참 낮다. 문제는 이들도 최근 플랫폼 내에서 명품을 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내 명품 시장이 2~3조원이라고는 하지만 수수료로 먹고 살아야 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파이가 줄 수 밖에 없다"며 "상품매출은 원가 관리가 힘들고 수수료 수익은 경쟁 과다로 더욱 벌기 힘든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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