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05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부서를 대차와 영업 파트로 쪼개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세일즈를 벌이는 RM(Relationship Manager) 인력은 새로운 조직인 기관영업부에 배치된다.

5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은 PBS 부서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기능별 세분화에 나서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앞으로 핵심 업무인 대차 서비스(스왑 포함)만 PBS에 남기고 운용업계와 접촉을 담당(전담중개업무)하는 인력은 영업 부서로 이동시킨다.

전담중개업무를 소화하는 RM 인력은 투자중개업무 조직과 합쳐져 기관영업부로 탈바꿈한다. 기관영업부는 홀세일그룹에 소속돼 있다. 한국증권은 조직 개편을 통해 기관과 법인 대상 영업을 강화하고자 홀세일그룹을 새롭게 조직했다. 글로벌 자산시장이 폭락한 시점인 만큼 무엇보다 기관 영업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증권업계는 2021년부터 PBS 파트의 조직 체계를 바꾸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정보 교류 차단(차이니즈 월) 규제가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본래 PBS 본부는 증권사마다 대표이사 직속 부서로 운영돼 왔다. 헤지펀드 운용사를 상대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고유자산 투자(PI), 투자은행(IB) 등 증권업 핵심 파트와 정보 교류를 원천 차단해야 했다.

하지만 기존 규제가 선진국과 비교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류차단 대상정보를 미공개 중요정보, 고객자산 매매·운용 등에 국한하면서 차이니즈 월을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 수순을 밟았다. 그 뒤 차이니즈 월이 낮아지면서 PBS 부서도 대표 직속 부서에서 다른 본부에 편입되는 게 가능해졌다.


한국증권처럼 PBS 부서의 영업 기능은 아무래도 기관 영업을 전담하는 조직과 통합하는 게 낫다는 시각이 나온다. 법적 규제가 없다면 아예 영업 파트에 속해 세일즈의 시너지를 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PBS 파트의 조직과 기능이 축소되는 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운용사와 체결하는 PBS 계약이지만 한 부서에서 대차와 스왑 업무까지 소화하는 게 오히려 세일즈를 강화한다고 여긴다. 헤지펀드는 운용 과정에서 대차와 스왑 서비스를 긴요하게 활용한다. 이 때문에 이들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게 PBS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PBS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9월의 경우 한 달 동안 쌓은 신규 계약고가 국내 PBS를 통틀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새로운 펀드가 급감하는 와중에도 기존 PBS 강자를 넘어서는 성과를 낸 셈이다. 국내 PBS 시장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 등이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증권의 신규 계약이 대폭 늘어난 배경엔 새롭게 확대된 수탁은행 라인업이 자리잡고 있다. 그간 이 증권사의 주거래 수탁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신규 수탁을 지양하면서 새로운 펀드를 수임하는 데 차질이 생겼다. 한동안 한국증권의 영업 실적이 저조했던 이유다.

반면 근래 들어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수탁은행 2곳과 손을 맞잡으면서 영업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신한은행도 이제 점차 신규 계약을 받아들이는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한국증권의 영업 일선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