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프리뷰]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중고차 할부금융 중개·중고차 센터 확대 채비…3년만에 진출 '눈 앞'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7 11:30:51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은 기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배당부터 합병과 분할,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등 기업의 주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매듭짓게 된다.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별·보통결의 안건들은 주주의 구성에 따라 통과되기도,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 더벨이 주주총회 안건이 불러올 기업의 변화를 분석해보고 주주 구성에 따른 안건 통과 가능성 등을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4일 13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중고차 관련 부문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를 비치자 반발도 만만치 않았었다. 고금리로 시장 한파가 불어닥친 데다 중기벤처부 심의회가 시기를 조정하면서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차일피일 미뤄지기도 했다.사실 현대차그룹에게는 중고차 사업이 필수불가결한 마켓은 아니다. 중고차 시장 규모가 적지는 않지만 현대차로서는 신차 판매와 글로벌 중고차 시장 등 다른 답지도 많았다. 정관 변경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을 꾸준히 두드려온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중개업·부동산개발 추가…중고차 시장 진출 드라이브
현대차는 이달 주주총회 소집을 공고하고 이사 선임의 건과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을 안건에 올린다고 밝혔다. 호세 무뇨스 COO 등의 사내이사 신규선임 안건이 포함됐다. 주주총회는 내달 23일 개최된다.
중고차 사업 진출을 위한 사업 목적 추가가 눈에 띈다. 현대차는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32번째 사업 목표로 추가했다. '인증 중고차 관련 신규사업 추진'을 변경 목적으로 명시했다.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판매시장 빗장이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풀리는 만큼 현대차도 정관을 변경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한 셈이다. 중고차는 시장 특성상 할부금융사와의 연계가 필수적인데 현대차가 소비자와 할부금융사를 연결해주기 위해서는 금융 중개업을 사업목적에 포함해야 한다. 앞서 기아도 같은 이유로 정관 변경을 예고했다.
중고차 품질 검수와 매매장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센터를 조성하기 위한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현대차는 이날 사업 목적 중 '부동산 임대업' 부문을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으로 바꾸는 안도 함께 상정할 계획이다. 부동산 개발업이 추가되는 것으로, 하이테크 센터 신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테크 센터는 대규모 중고차 사업 단지다. 중고차 매매장을 조성하는 한편 중고차 진단과 정비공장 등의 부대시설도 포함된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질 좋은 중고차' 수준에 부합하기 위해 정밀진단, 정비, 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광택 등 내부와 외관 개선 등이 중고차 센터에서 이뤄진다.
현대차는 경기도 수원과 안성 지역 부지를 사들이는 한편 양산 출고장을 중고차 전용 센터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산 출고장의 부지만 2만9700㎡에 이른다. 신차 출고량은 연 4만대 수준이었다.
◇'레몬마켓' 중고차 시장, 질적·양적 성장 노린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은 선언부터 험난했다. 2019년 중고차 업종의 '중소기업 적합' 지정기한이 만료되면서 대기업 진출 가능성이 대두됐다. 1년 뒤인 2020년 7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내자 중고차 업계가 대거 반발했다. 업계가 사업조정을 신청하자 중기중앙회가 사업 포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진출을 준비하는 사이 고금리 여파로 중고차 가격이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악재와 반발에도 중고차 시장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중고차 시장의 성장성이다. 중고차 시장이 반등 흐름에 들면서 하반기 진출도 '적기'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39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거래량은 380만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중고차 시장의 성장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날개 돋힌 듯 팔렸다가 중고차 시장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날개가 꺾였던 '엑셀 신화' 등을 겪으며 중고차 시장의 중요성은 1980년대 일찌감치 깨달았다. 질적 성장이 중고차 가격 방어로 이어진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배웠다. 중고차뿐 아니라 카풀 서비스,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도 도전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진출 초기에는 수익성보다 시장의 질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인증중고차(Certified Pre-Owned) 제도로 출고한 지 5년, 누적 주행거리 10만㎞ 이내인 현대차그룹의 차 중 200가지 항목에 대한 안전·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판다는 게 골자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배당과 임원의 퇴직금 규정을 명확히 바꾸고 이사회 인원을 늘리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이사회의 수를 11명 이하에서 13명 이하로 늘리는 한편 투자자가 배당액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절차 일정을 조정하는 안이다.
현대차그룹이 그룹차원에서 퇴직금 규정을 강화하면서 현대차도 관련 정관을 바꾼다. 이사의 퇴직금 근거 규정을 '경영진 인사 및 처우 규정'에 따르는 것에서 '임원 퇴임 위로금 지급규정'에 의거하는 것으로 바꾸는 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재임연수 1년당 사장 이상 4개월분, 전무 이상은 3개월분, 상무A·B는 2.5개월분, 상무C는 2개월분을 책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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