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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배당ETF 전성시대]순자산 1.5조 돌파…ETF 대세 속 색깔 뚜렷①경기침체기 안정성 최고 VS 일시적 마케팅 상품

윤종학 기자공개 2023-03-03 07:41:33

[편집자주]

월배당ETF는 지난해 5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상품으로 도입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순자산 1조5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월배당ETF가 투자자에게 실효성 있는 상품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형식상 매달 배당하는 점을 제외하면 상품 간 차이점도 명확해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월배당ETF의 흥행 배경과 전략별 차이점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7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월배당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자산운용이 첫 월배당ETF를 선보일 당시만 해도 흥행을 예상하는 하우스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배당주기만 바꾼 마케팅 상품이라는 평이 많았다.

월배당ETF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속된 금리 인상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다. 자산가격의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기보다는 보유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받으려는 수요가 커졌다. 여기에 월지급 상품을 원하는 퇴직인구층이 꾸준히 증가해온 환경 등이 겹치며 규모가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월배당ETF 수는 21개로 파악됐다. 24일 기준으로 매달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를 대상으로 삼았으며 신규 월배당ETF 상품 외에도 기존에 분기, 반기, 연배당을 하는 상품이지만 최근 월배당으로 전환한 상품도 포함됐다. 21개 상품들의 순자산총액은 1조55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월배당ETF는 매달 분배금이 지급되는 상장지수펀드로 분배금 재원마련이 용이한 자산에 투자한다. 유형별로는 주식, 리츠, 채권, 구조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자산에서 나오는 배당, 이자수익만을 분배금으로 활용하거나 자산가치의 평가차익도 함께 분배금에 포함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해 옵션매매 차익을 분배금 재원으로 사용하는 구조화 상품도 대표적인 월배당ETF 상품이다.

국내에 월배당ETF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6월 신한자산운용이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월배당 상품으로 출시하면서다. 시장이 열린지 8개월여만에 월배당ETF 시장이 1조5500억원 규모로 덩치를 키운 셈이다.

경기침체기와 은퇴인구 증가 등 월배당ETF가 성장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줬다는 평가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경기침체기와 은퇴인구 증가는 월지급형 상품 흥행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ETF에서는 매월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상품이 처음이지만 뮤추얼펀드로 넓혀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된 구조다.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월지급식 펀드'가 붐을 일으킨 곳은 2000년대 초반 일본이다. 은퇴생활을 시작한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 베이비부머 세대)는 기존에 보유한 자산의 가치하락을 막고 정기적 현금흐름을 창출하고자 했다. 초기에는 채권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펀드가 주를 이뤘지만 10년 동안 시장이 성장하며 주식, 부동산 등으로 투자 범위를 넓힌 펀드들이 속속 등장했다. 2011년에는 일본 공모형 뮤추얼펀드 시장의 총자산(66조5000억엔) 중 60% 가량이 월지급식 펀드로 채워졌다.

국내에서 월지급식 펀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본격적으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시기인 동시에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5~196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된 시기다. 월지급식 펀드 시장은 2010년 800억원 대에서 3년만에 2조원까지 커지기도 했다.

현재 국내 환경은 월지급식 펀드가 흥행했던 과거 시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2021년까지 이어진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글로벌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모든 자산가치가 하락세를 걷고 있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가속화돼 2022년 4월 65세 이상 인구수는 900만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월배당ETF의 경우 매달 분배금을 지급해 자산가치 하락폭을 일정부분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며 "2010년 월지급식 펀드가 국내에 도입됐을 때보다 은퇴인구가 300만명 이상 급증한 점도 월배당ETF 수요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월배당ETF의 성장이 실제 투자자 수요에 기인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월배당ETF 21개 상품 중 이미 운용 중이던 상품 수가 절반(12개)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는 순자산 규모로 643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월배당'보다 '만기일치'에 초점이 맞춰진 채권형 월배당 상품들(6360억원)을 제외하면 월배당ETF 수요가 급증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월배당ETF가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외형 부풀리기보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월배당ETF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에 순자산을 보유한 ETF를 제외하고 신규로 자금유입이 활발한지는 의문"이라며 "월배당이라는 마케팅 요소보다는 ETF가 담고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 기대수익률, 배당금 지급현황 등을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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