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을 움직이는 사람들]2년만에 돌아온 김준형 사장, '제2의 잭팟' 노린다①전기강판부장, 압연담당 부소장 등 거쳐...성장 동력 발굴에 강점
이호준 기자공개 2023-03-06 07:43:45
[편집자주]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벌써 60조원의 수주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서도 리튬과 니켈을 안정적으로 수급받을 수 있는 밸류체인이 장점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내재화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끊임없이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양·음극재 수요 증가 속에 본격적인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회사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8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만에 돌아와 보니 포스코케미칼이 그룹 성장의 주축이 돼 있네요." 김준형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올해 1월 취임식에 참석해 복귀 일성을 이렇게 내놨다. 회사 사람들은 김 사장이 신임 대표로서 굳이 이같이 피력한 것은 직원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이 기틀을 닦았던 회사의 사장으로 복귀한 감개무량함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도 이해하고 있다.'미래에 대한 도전'. 글로벌 2차전지 소재 리더 회사를 이끌게 된 김 사장의 경영스타일이다. 김 사장은 보수적이고 변화가 많지 않은 철강 업계에 30년 넘게 몸담아 온 정통 '포스코맨'이지만 철의 기본만을 고수해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의 새 틀을 짜는데 더 집중했다는 편이 어울린다.
◇전략강종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
1962년생인 김 사장은 성균관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이후 포항제철소 전기강판공장장, 기술개발팀리더, 전기강판부장 등을 맡으며 전략강종 분야에서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왔다.
김 사장은 포항제철소 재직 시 불도저로 소문날 정도로 추진력이 돋보였고, 고부가가치강 소재 및 제품 개발을 이끌며 기술·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는 평이다. 특히 전기강판 수요처인 한국코아(옛 포스코TMC, 현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수합병(M&A)을 주도했고 회사가 인도와 태국 등으로 생산·공급처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었다.
고급제품 판매 성과를 기반으로 포항제철소 철강생산본부 압연담당 부소장로 승진했다. 압연은 쇳물을 통해 생산되는 슬래브(반제품)를 늘리거나 얇게 만드는 과정이다. 초극박·고강도 소재일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 참고로 민경준 전 포스코퓨처엠 사장도 광양제철소 압연담당 부소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2013년 부소장 취임 당시 매년 10% 미만 수준이었던 생산성 향상 수준을 이듬해에는 20% 이상으로 늘리는 등 제품 두께와 연연속압연 기록을 매년 경신해 갔다. 1.6mm 규격(두께)의 냉간압연용 초극박 열연제품, 통합 FM 압연 제어 기술도 김 사장의 지시 아래 개발된 히트 상품들이다.
이듬해 김 사장은 포스코 기술투자본부 신사업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신규사업 진출에도 공헌을 했다. 포스코 신사업실은 그룹 차원의 관점에서 다양한 신사업을 시도하는 조직이다.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해 이른바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티타늄(Titanum) 투자 등 중장기 성장 전략에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ESM 대표이사 재직...'양극재' 안착 주역
김 사장은 2017년 포스코ESM 생산본부장으로 이동했다. 포스코ESM은 지금으로부터 약 11년 전 포스코와 휘닉스소재가 공동으로 자금을 50대 50으로 출자해 설립한 양극재 전문기업이다. 당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경북 구미 포스코ESM 양극재 공장을 찾아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라며 2020년까지 3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포스코ESM에 400억원을 추가 출자하며 지분을 75.32%로 확대하기도 했다.
생산본부장으로서 1년 간 직접 생산·출하 작업을 점검한 김 사장은 이듬해 대표이사에 선임돼 진두지휘를 맡았다. 연간 3600톤(t) 규모이던 양극재 생산능력을 라인 증설로 2018년 8000톤까지 확대했다. 또 포스코 차원에서 진행된 광양 양극재 공장 설립, 중국 화유코발트와의 양극재 합작사 설립을 성사해 낸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술통 답게 고성능 양극재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꾸준히 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2018년 취임사에서 "업계 후발주자지만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하이니켈 NCM 양극재를 주 사업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후 합병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본부장으로 재직하며 그룹의 '2차전지 소재 연구센터' 설립도 주도했었다.
김 사장이 이런 계획을 진행해 온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그가 언급한 대로 포스코퓨처엠은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후발 주자다. 전기차 안정성의 최대 변수로 양극재가 떠오르면서 선두 주자들을 역전하기 위해선 고성능 양극재를 바탕으로 한 추격이 필수적이다. 김 사장은 SNNC 대표를 지내며 고순도 니켈에 대한 이해도도 높였다는 평이다.
◇시동 건 2차전지 공격경영 기치
올해 포스코퓨처엠 사장에 취임한 김 사장은 "세계 시장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때"라고 말했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던 민경준 전임 사장의 지휘봉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성장에 대한 자신의 집념은 아직 여전하다는 포부가 읽힌다.
현재 2차전지 소재 업계의 경쟁 구도는 아직 누구도 승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격변기에 비유된다.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LG화학·엘앤에프 등이 기술 고도화 경쟁, 내재화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일단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의 자본력과 리튬·니켈 등의 광물 조달 체계가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김 사장이 최근 회사의 사명을 '포스코퓨처엠(POSCO FUTURE M)'으로 바꿔 단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포스코퓨처엠을 순서대로 읽으면 포스코(POSCO), 미래(FUTURE), 소재(Materials)가 된다. 2차전지 소재에 보다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는 김 사장이 또다시 회사의 성장을 견인할 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전고체 소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달 초 삼성SDI와 40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맺으며 'LG'와의 밀월 관계도 끝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양극재 사업하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김 사장"이라며 "호실적을 낸 전임 민경준 사장의 퇴진 소식에 대해 의아하다는 내부 목소리들이 다소 있었지만 김 사장의 컴백 소식을 알고 의문이 해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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