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17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가 회장에 있다고 치료제가 개발되고 물러난다고 잘 안될 회사가 아닙니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엄중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0년 7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코로나19 치료제 CT-P59(개발명 렉키로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다시금 은퇴를 시사했다. 그리고 이듬해 정말로 은퇴했다. 자연스럽게 서 회장이 마지막으로 추진시켰던 렉키로나 개발 프로젝트는 유업이 됐다.
서 회장이 직접 나서 처음 렉키로나를 언급할 당시 R&D 진척은 동물실험 결과를 내놓은 정도였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신약개발사라는 정체성을 불어넣으려는 의지를 그만의 화법에 꾹꾹 눌러담았다.
이윽고 온라인 간담회는 이미 신약개발사로 거듭난 미래의 셀트리온을 수놓는 자리가 됐다. 서 회장은 당시 렉키로나의 항체 예방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으며 위험 노출이 큰 의료진에도 인도적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정맥주사(IV)로 개발 중인 렉키로나 수액을 의료진이 직접 팔뚝에 꽂고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처치하는 식이다. 누가 비록 이 범박하지만 원대한 상상력에 함부로 토를 달 수 있을까.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몇 번을 반추해도 놀라운 피칭(Pitching) 전략이다.
렉키로나 개발은 그렇게 밀어붙여졌다. 셀트리온은 앞서 간담회 이후 약 7개월 만에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품목허가를 따냈다. '역시 서정진'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는 약속대로 렉키로나의 정식 출시를 지켜보지도 않고 중도에 은퇴했다. 렉키로나는 2021년 9월 마침내 식약처의 정식 품목허가를 따냈다. '역시 서정진.'
렉키로나는 초기 공개했던 타깃 환자군과 적응증, 최종 품목허가를 받은 후 환자군과 적응증이 모두 다르다. 더불어 품목허가 후 상업성 이슈로 약 360억원의 개발비용이 손상처리되기도 했다. 다만 투자자들에겐 뭣이 중헌디. 불도저처럼 전진해 단기간에 신약을 내놓은 위명을 떨친 서 회장이 흠향할 때 곁들일 양념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서정진이 돌아온다. 업계 아이콘의 복귀를 앞두고 시장은 벌써부터 술렁거린다. 수 년을 끌어온 셀트리온 합병이라는 숙제에 서정진식 쾌도난마를 기대한다. '역시 서정진'을 외칠 생각에 벌써부터 입술을 달싹대는 업계 관계자들도 더러 눈에 띈다. 수혜주로 꼽히는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그의 복귀 선언 직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모든 시선이 서 회장을 향한다. 적어도 그의 입에서 불가능이 언급될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셀트리온 그 자체'였던 서 회장의 시간은 곧 다시 흐른다. 그러나 이를 즈음해 종합제약사로 홀로서기에 나섰다가 다시 '서정진바라기'가 된 셀트리온그룹, 밸류 침체를 맞아 악전고투 중인 K바이오의 '지금'에도 한 번쯤 눈길을 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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