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20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 처음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첫 만남이 아무리 좋았어도 돌이켜 보면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끝이 어땠느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은 수십, 수백 명의 '먹고사니즘'을 책임지는 주체다. 이들이 맺는 구성원과의 관계 속 끝맺음이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코스닥 기업들의 끝맺음은 과연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근래 만난 한 코스닥 IR(investor relations) 담당자의 푸념에서 어렴풋이 분위기가 읽힌다. 10년 이상 IR 업무 경력을 쌓아온 그는 올 초 다니던 직장을 반년도 안 돼 그만뒀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절정에 달할 때 투입됐으나 정작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모호한 업무 방향성이었다.
이 IR 담당자는 "오랜 기간 오너 중심의 경직된 주주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업무 외연을 넓히기 쉽지 않았다"며 "내부에서도 명확한 목표치 제시 없이 우선 금융기관을 계속해서 돌라는 오더만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여러 의문을 안은 채 쫓기듯 조직을 벗어났다.
직전 기업과의 끝맺음에 난색을 표하는 한 상장사 임원의 얘기도 흥미롭다. 그가 과거 몸담았던 곳은 2020년~2021년 양적완화 시기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였던 가상자산 시장 관련 코스닥 상장사다. 안팎으로 관심이 뜨거웠던 탓에 주말 밤낮 가리지 않고 업무를 봐야 했다는 그는 승진 누락 등의 문제로 지난해 적을 옮겼다. 납득하기 어려웠던 지시를 두고 이어진 오너와의 마찰이 문제가 됐을 것이란 짐작을 내놨다.
해당 임원은 "이직 후 다시 합류해 달라는 연락도 왔지만 단칼에 거절했다"며 "재직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는 최근 오너 관련 범죄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회사 측은 꼬리자르기 태도로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두 사태의 경중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론 끝맺음이 좋지 않다. 상부의 폐쇄적인 소통 방식과 불투명한 방향성도 함께 감지된다. 결과적으로 오너 중심의 획일적 의사결정이 기업을 비롯한 임직원 모두에게 비극을 초래했다. 수십만 명의 주주와 동일한 비전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 상장사가 내부 구성원마저 납득시키지 못한 셈이다.
이는 일부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러 코스닥 IR 담당자가 "투자자에게 기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내놓는다. 내부 직원도 모른다는 곳에 섣불리 투자할 사람은 없다. 기업 스스로의 중장기 성장과 시장이 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위해 오너 개인의 투명성 제고 및 이를 뒷받침할 법망 재정비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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