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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떠나는 손태승 회장]금융그룹 완성하고 내부 갈등 풀었다은행장 시절 '종합금융그룹' 완성…회장 취임 뒤 ‘한일·상업’ 완화 기여

고설봉 기자공개 2023-03-23 13:10:36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을 떠다는 손태승 회장(사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를 출범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킨 장본인이다. 손 회장이 이끄는 동안 우리금융은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손 회장은 과거에 멈춰 있던 우리금융의 조직문화를 개선해 미래 지속가능성장의 토대를 만든 인물이다. 과거부터 지속돼 왔던 옛 한일은행과 옛 상업은행 출신간 내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면돌파를 시도하면서 곪았던 상처를 도려냈다. 이 과정에서 갈등도 생겼지만 결국 조직 안정화를 이뤘다. 다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모펀드 사태와 행정소송 등으로 금융당국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남긴 것은 옥의 티로 남는다.

◇준비된 CEO의 치밀한 전략 위에 세워진 ‘우리금융그룹’

손 회장이 CEO로 경영 전면에 등장한 때는 2017년 12월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이광구 전 행장의 갑작스런 퇴임으로 혼란을 겪던 때였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긴급 모임을 통해 당시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이던 손 회장에게 은행장 업무 위양을 결정했다. 이후 이사회는 손 회장을 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위기의 순간 등장한 손 회장은 곧바로 조직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은행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유력 후보로 언급됐던 만큼 취임 뒤 광폭행보를 보였다. 조직 내 강한 지지를 기반으로 조기에 리스크를 통제하며 체제를 안착시켰다.

지배구조 리스크로 대내외 변수가 커지던 시점에 조직을 다잡고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 손 회장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이란 비전을 내세웠다. 손 회장은 취임 뒤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부정적 이슈가 조직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미래 지향적인 이슈를 제시해 조직의 역량을 한곳에 집중하려는 시도였다. 우리금융 안팎의 여러 사람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손 회장의 전략가적 면모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내 대표적인 전략가로 평가된다. 손 회장은 1959년 광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대, 서울대 법학 석사를 졸업했다.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에서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글로벌그룹을 이끈 뒤 우리은행장에 올랐다.

은행장 선임 당시 임추위는 손 회장의 전략가적 면모를 겸비한 경영능력을 높이 샀다. 손 회장은 이덕훈 전 행장 시절 전략기획팀장 3인방 중 한명으로 꼽혔다. 2003년 전략기획부에 배치받은 뒤 관리자 이상급 주요 커리어 중 상당기간을 전략기획부에서 쌓았다.

손 회장의 CEO 이전 임원 경력도 화려하다. 영업본부장에서 상무(임원)로, 상무에서 부행장으로 올라가는 기간이 무척 짧다. 손 회장은 2012년 말 영업본부장을 한 후 2014년 3월 상무로 승진했으며 같은 해 12월 인사에서 또 한번 승진해 2015년 부행장을 달았다.

손 회장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내건지 1년여 만인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은행장 취임 이전부터 전략적으로 우리금융지주 출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치밀한 밑그림을 그려놨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할 수 있었다.


◇우리지주 출범 뒤 다시 고개든 '계파갈등' 해법을 내놓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그룹 회장직을 겸직했다. 우리지주 출범 초기부터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조직의 안정성을 높이고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손 회장이 전면에서 조직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1년여의 조직 안정기를 거친 뒤 2019년 말 우리금융은 회장과 은행장 분리를 시도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때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손 회장과 우리지주 이사회, 경영진 등은 내부출신 행장 선임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은행 대주주였던 정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외부에서 은행장 후보들이 난립했다.

우여곡절 끝에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우리지주 출범 뒤 첫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손 회장과 권 전 행장은 각각 옛 한일은행과 옛 상업은행 출신이다. 당시 우리금융 안팎에선 해묵은 우리은행 내 계파갈등이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옛 한일 출신 회장과 옛 상업 출신 행장을 이용해 임직원들간 계파 갈등이 수면 아래서 진행됐다. 몇번의 크고 작은 인사를 거치며 자리 싸움이 일어났다. 계파갈등은 주요 경영현안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확산됐다. 계파갈등을 빌미로 그룹 내 큰 틀의 의사결정에 반하는 각 조직별 크고 작은 이견들이 분출됐다.

손 회장은 이러한 조직 내 곪은 상처를 과감히 드러내 뿌리 뽑는 결정을 내렸다. 해묵은 갈등에 정면돌파를 선언하고 지배구조 안정화를 선언했다. 우리지주와 우리은행 이사회도 손 회장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결국 권 전 행장은 조기에 물러나고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취임했다.

대수술에 가까운 인적쇄신과 급변한 지배구조 가운데서도 우리금융 내부에선 반발이나 동요가 크지 않았다. 손 회장이 옛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입지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손 회장이 계파갈등 종식을 선언하며 주요 경영진으로 세운 이원덕 우리행장과 박화재 우리지주 사장 등 핵심 인물들도 역시 계파색이 엷고 각자 주력 분야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인물들이었다.

우리금융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손 회장은 2017년 은행장 취임부터 CEO역할을 수행하며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주도했고 출범 이후에는 조직의 체질을 개선했다”며 “우리금융이 지금의 모습을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손 회장”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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