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인사 풍향계]출범 전 조직 장악력 높인 '임종룡호'지배구조 개선 명분 앞세워 대규모 혁신…이면엔 새판 짜기 전략
고설봉 기자공개 2023-03-09 08:23:56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08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 내정자의 칼끝은 매서웠다. 지난달 3일 내정 이후 한달여 만에 주요 경영진에 대한 성과평가를 마치고 대규모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혁신이란 키워드를 앞세워 조직개편도 조기에 마무리했다.금융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촉발되며 우리금융 수장에 낙점된 임 내정자는 취임 전부터 조직을 확실히 다잡는 모습이다.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경영진을 앞세워 조직 장악력을 한껏 높이는 동시에 활력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강경 기조 이면엔 우리금융 체질개선을 위한 새판짜기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인사는 당초 예상보다 범위와 강도 모두 컸다. 임기 만료를 맞은 자회사 CEO 8명 전원이 교체됐다. 또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용퇴로 향후 새로운 은행장도 선임될 예정이다. 사실상 임 내정자를 포함해 우리금융 내 CEO 그룹 전원이 교체됐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쇄신이다. 지난해 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당국의 사모펀드 중징계 확정 뒤부터 불거진 우리금융에 대한 쇄신 여론이 그대로 투영된 모습이다. 지배구조 전면 개혁을 주장한 당국의 기조를 임 내정자가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임 내정자는 지난달 3일 선임된지 약 한달여간 회장직 인수위를 꾸리며 잠행했다. 별다른 대내외 활동을 하지 않은채 서울 중구 우리금융 인재개발원에서 조직 쇄신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진다.
핵심은 인적 쇄신을 동반한 조직개편이었다. 실제 지난 7일 발표된 인사는 우리금융 자회사 CEO부터 우리지주와 우리은행 경영진 전부를 교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기 만료 자회사 CEO 전원이 교체됐고, 우리지주와 우리은행 경영진 90% 이상 교체됐다.
세대교체 키워드도 읽힌다. 기존 1960년대 초반생이 주류였던 CEO그룹은 이번에 1960년대 중반생들로 전면 교체됐다. 전체적으로 평균 2세 가량 CEO의 나이가 젊어졌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경쟁 금융지주사 대비 세대교체 주기가 길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실제 기존 CEO들은 대부분 1960년대 초반생이었다. 신명혁 전 우리금융저축은행 사장이 1961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낳았다. 뒤를 이어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과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이창재 전 우리자산신탁이 각각 1962년생이다. 김종득 전 우리종금 사장과 고영배 우리펀드서비스 사장 1963년생이었고,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사장이 1964년생이었다.
신임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과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사장,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사장 등 3명은 1964년생이다.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사장은 1965년생이고, 김응철 우리종금 사장과 전상욱 우리금융저축은행 사장은 각각 1966년생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사장이 1962년생이다.

이러한 현상들을 봤을 때 전체적으로 이번 인사에서 임 내정자가 강조하는 것은 쇄신이다. 인적쇄신에 이은 세대교체로 우리금융의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이러한 인사 기조의 이면엔 임 내정자의 고민도 묻어난다.
임 내정자에 대한 우리금융 내부와 금융권 등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직자이면서 우리금융 외부 출신인 임 내정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우리금융 지배구조 개선과 CEO 교체 과정에 금융 당국이 깊숙히 개입하면서 임 내정자의 정통성 문제도 불거졌었다.
세간의 평가와 별개로 우리금융 내부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기나긴 지배구조 분쟁과 사모펀드 부실 이슈로 리더십은 흔들렸고 훼손됐다. 해묵은 과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갈등으로 CEO 리스크가 몇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자기자본(BIS)비율 등 자본적정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서 영업활동도 위축됐다.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서 한때 우리은행 등은 자산 확대에 애를 먹었다. 동시에 비은행부문 인수합병(M&A)도 사실상 자본비율에 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안팎의 여러 위기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임 내정자는 취임을 앞두고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자신에 대한 시장의 부정 평가와 우리금융이 처한 위기 상황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을 추구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인사 직후 우리금융 안팎에선 임 내정자가 조기에 조직을 다잡고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본부장급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통해 향후 우리금융이 추구할 경영전략의 선명성을 강조하며 취임 전 명확한 경영전략도 제시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이번 이산에서 임 내정자는 우리지주와 각 자회사간 업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했다. 우리지주는 그룹 전체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일에 주력하고, 우리은행 등 자회사들은 각각 영업활동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임원 수를 줄이고 오래된 임원들을 새로운 젊은 세대로 교체하면서 조직에 활력도 불어넣었다.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행해 나갈 것이란 뜻을 확실히 세웠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임 내정자는 한달여간 준비한 단 한번의 인사로 우리금융 장악에 우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적으로 예상을 크게 벗어난 큰 폭의 교체 인사를 단행하면서 조직 안팎에 충격을 주는데는 효과를 냈다.
문제는 오는 24일로 다가온 공식 취임 이후다. 공격적으로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조직을 대거 쇄신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취임 뒤 가시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 내정자가 보여줄 있는 카드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될 수 있다. 우선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로 우리금융의 경영 정상화를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다. 다만 자본비율 등에서 여유가 없는 만큼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 등이 동반돼야 한다.
내부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제도화하는 것도 임 내정자의 과제다. 우리금융은 거듭된 내부 갈등으로 경영 정상화 과정마다 진통을 겪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민영화 등으로 마련된 성장 기회도 놓치며 경쟁력을 상실해 왔다.
우리금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크고 강력한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임 내정자가 확실히 그립을 세게 쥐었다”며 “당분간 불만과 부정 평가를 억누르는 효과는 있지만 취임 뒤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오히려 조직을 이전 보다 더 크게 흔들었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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