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재무분석]No Brand 아닌 노브랜드, 숨겨진 '알짜' 디자인 플랫폼①작년 사상 최대 실적…한세실업보다 나은 수익성
이경주 기자공개 2023-04-17 07:26:00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14: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노브랜드(No Brand)'라고 하면 이마트 매대에 진열돼 있는 PB상품을 떠올리는 소비자가 많을 터다. 하지만 '노브랜드'라는 이름을 오래전부터 쓰며 이마트에 상표권침해소송까지 냈던 원조가 있다. 의류 디자인 플랫폼 서비스 기업 '노브랜드'다.의류제작은 인건비가 비싼 국내에선 도전할 엄두를 못내는 사업이다. 노브랜드는 굴지의 미국 유명 의류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을 넘어 수십 년간 견고한 관계를 이어온 실력자다. 지금은 중견사 체급으로 성장해 있었다. 특히 엔데믹이 도래하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일궜다. 국내 대형 경쟁사보다 수익성이 나은 '알짜'다.
◇매출 5000억 고지 달성, 창업 29년만의 쾌거
최근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529억원에 영업이익 4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4696억원)은 17.7%, 영업이익(208억원)은 129.2% 늘어난 수치다.
가장 오래된 감사보고서(2000년)까지 훑어보니 지난해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낸 해였다. 직전 최대기록은 바로 전년(2021년)이었다. 2년 연속 경신을 한 셈이다. 특히 매출은 설립 29년만에 처음으로 5000억원 고지를 넘었다. ‘지금’이 바로 노브랜드 최고의 전성기다.
노브랜드는 김기홍 회장(사진)이 1994년 설립했다. 미국 브랜드 DKNY에서 일하던 친구로부터 옷 샘플 제작을 의뢰받은 것이 사업의 시작이다. 29년이 지난 현재 노브랜드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넘어 디자인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했다. 고객사(바이어)가 주는 디자인과 샘플로 단순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 OEM이다. 노브랜드는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과 생산, 출하까지 도맡는다.
노브랜드는 DKNY 뿐 아니라 현재 바나나리퍼블릭, 갭(GAP), 망고, 리바이스, H&M, MLB 등 미국 유명브랜드에 의류를 공급하고 있다. 그 동안의 매출흐름을 보면 노브랜드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큰 굴곡 없이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최근 10년래 매출이 후퇴한 적은 펜데믹 시기였던 2020년 한번 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명 메이커들은 품질을 중시한다. 매출 우상향은 노브랜드가 품질에 대한 신뢰를 견고히 쌓았다는 의미다. 기존 고객들이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량을 늘리거나 새 고객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비결은 꾸준한 R&D에 있다. 매년 매출의 2%를 R&D 비용으로 투입한다. 조직측면에선 미국 뉴욕에 R&D 센터를 두고있는데 트렌드를 읽는 전초기지다. 새롭게 대두되는 원단 동향과 스타일을 파악하고 서울 본사에 전달한다. 본사엔 △디자인팀과 △원단팀 △그래픽팀 △랩&워싱팀 △기술디자인팀 등이 있다.
고객사가 미국에 있다 보니 주요 매출처도 미국이다. 지난해 매출의 79.2%(4379억원)가 미국에서 나왔다. 이어 기타국가 12.9%(710억원), 유럽 256억원(4.6%), 국내 3.3%(182억원)이다. 덕분에 노브랜드는 정부로부터 수출역군으로 인정받아 수차례 포상받기도 했다.
◇매출 4배 한세실업보다 뛰어난 수익성
노브랜드는 초창기엔 국내에서 옷을 만들어 수익성이 열위했다. 1999년 매출 456억원에 영업이익이 7억원으로 이익률이 1.5%였다. 2000년 매출이 536억원으로 늘어나가 영업이익은 2억원(0.4%)으로 더 줄었다.
이에 베트남에 2002년 첫 생산기지(Puku Vietnam)를 설립했고, 2011년 두 번째(NB VINA), 2013년 세 번 째(NBVO) 기지까지 만들었다. 매출 절반 가량을 베트남 공장들이 책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도 2007년 연달아 두 개 생산기지를 만들었다.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등락은 있었지만 2010년 이후로 4% 내외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률 8.6%를 기록했다. 다른 경쟁사와 비교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비슷한 사업을 하지만 체급이 훨씬 큰 한세실업보다 나은 수준이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매출 2조2048억원에 영업이익 17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노브랜드의 4배에 이르는 '규모의 경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8.1%로 노브랜드(8.6%)보다 소폭 낮다.
노브랜드는 원가 경쟁력이 상당하다. 지난해 매출원가는 4479억원으로 매출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세실업은 매출원가가 1조8685억원으로 매출의 84.7%다. 원재료 매입비용 차이 때문이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원재료 구입에 2742억원을 썼는데 매출의 49.6% 수준이었다. 반면 한세실업 원재료비용은 1조2734억원으로 매출의 57.8%를 차지한다. 바잉파워가 상대적으로 열위한 노브랜드가 원단을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노하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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