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이노션]'자산 1조' 요건은 충족하는데...'소극적' 이사회 변화할까②사외이사 비중 42.9%·감사위원회 설치, 이사회 선진화 나설지 주목
김위수 기자공개 2023-04-21 10:02:29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지 않은 광고업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인지 광고업체들의 자산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국내 광고업계 2위인 이노션의 지난해 별도 기준 자산총계는 1조905억원이었다. 이익 규모가 비슷한 다른 업종 기업들과 비교하면 자산 규모가 작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다.이노션은 매년 1100억~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기업이다. 3개년 평균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 수준인 계열사 현대로템은 지난해 별도 자산총계가 4조676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430억원으로 내려앉았지만 이전까지는 매년 1200억~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왔던 현대엘리베이터도 지난해 기준 별도 자산총계가 2조3412억원이다.
적은 자산으로 운영이 가능했던 덕분에 이노션은 이사회에 적용되는 각종 의무를 피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상법과 자본시장법에서 상장사 이사회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기준선은 별도 자산총계 2조원이다.
◇자산 1조 이노션, 상장사 이사회 요건은 충족
자산 2조원이 넘는 상장사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상법 조항은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인 이상 두고 이사회 구성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 상법에서는 이사회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및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면 안 된다는 자본시장법 규제도 시행됐다.
자산 규모가 2조원이 되지 않음에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적용되는 이사회 규정을 따르는 기업들도 있다. 자산규모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노션의 경우 필요한 요건을 지키는 수준에서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노션은 현재 이사회에 3인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자산 2조원이 되지 않는 상장사는 이사회 전체 구성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외이사를 두면 된다. 이노션의 이사회는 7인으로 사외이사의 비중은 42.9%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넘기진 않지만 상장사 규정은 충족하는 모습이다.
이사회에 별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립하지는 않았다. 감사위원회는 설치된 점이 눈에 띈다. 사외이사 3인이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이노션의 최대주주인 정성이 고문의 성별이 여성이라 이사회 성별 다양성 규제도 자연스레 해결됐다. 자산이 2조원을 넘겨도 여성 사외이사 구인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소속 다른 계열사와도 이사회 운영 방식이 상이했다. 이를테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사회에 다양한한 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통상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설치하는 일은 이사회 중심 경영에 보탬이 된다고 평가된다.
현대자동차의 이사회에는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뿐 아니라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보수위원회를 두고 있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현대차와 비슷한 형태로 이사회가 구성돼있었다. 이노션의 경우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현대차그룹의 전반적인 기조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자산 2조 미만 광고업계, 이사회 선진화 이룰까
이노션의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이는 이노션 뿐 아니라 광고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문제이기는 하다. 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내세워 이사회 중심 경영에 크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광고업계 1위 업체인 제일기획 역시 이노션의 이사회와 상황이 비슷하다. 제일기획의 지난해 별도 자산총계는 1조3285억원으로 나타났다. 사내이사가 3명, 사외이사가 2명으로 상장사 이사회 구성 요건을 충족했지만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지는 않았다. 이사회 내에서 △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를 운영 중이기는 하지만 막상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두지 않았다.
제일기획의 경우 이사회에 공을 들이려는 모습을 최근 들어 보이고 있기는 하다. 2021년 ESG 담당 조직을 꾸려 ESG 지표 개선을 본격적인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일은 지배구조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라 '절반의 분리'로 보이기는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 선도 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에 이노션 역시 지배구조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노션은 올해 중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이사회에 소위원회로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ESG 관련 주요 정책과 개선 계획을 논의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의 설치가 이노션 지배구조 개선의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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