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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입장료 지불한 한화솔루션, 위기와 기회 사이[태양광]미국 밸류체인 구축 3조 넘게 투자…기댈 곳은 '대중국 제재'뿐

김위수 기자공개 2024-11-20 07:54:33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펼칠 정책 중 산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관세'다.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무역장벽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대중국 관세율은 6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무역정책이 의도하는 바는 명확하다.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는 일이다. 미국에서 돈을 벌려면 미국에 공장을 짓고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미 미국 투자를 완료한 기업들의 경우 앞선 출발선에서 트럼프 정부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입장료와 맞바꾼 재무건전성

한화솔루션은 일찌감치 미국내 태양광 생산거점을 마련해두는데 집중해왔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전 밸류체인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2022년에는 미국 내 폴리실리콘 공장을 보유한 노르웨이 기업 REC실리콘의 지분 21.34%를 인수했다. 한화솔루션의 최대주주인 ㈜한화도 REC실리콘의 지분 12%를 확보했다. 현재 REC실리콘의 최대주주는 한화솔루션, 2대주주는 ㈜한화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솔라허브'에서는 잉곳·웨이퍼·셀·모듈 생산체계를 갖춘다. 모듈 생산라인은 가동을 시작했으며 잉곳·웨이퍼·셀 등은 내년부터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연산 8.4GW로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솔라허브를 짓기 위해 한화솔루션이 투입한 금액은 3조2000억원이다. 여기에 REC실리콘 지분 인수에는 한화솔루션과 ㈜한화가 통틀어 5120억원을 썼다. 미국내 태양광 '풀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한화그룹은 약 3조7000억원을 들였다.

미국 사업을 위한 입장료로 3조7000억원여를 지불한 셈이다.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화솔루션은 재무건전성 악화를 감수해야 했다. 2022년 말 140.8%였던 한화솔루션의 연결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97.1%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7조7234억원이었던 총차입금 규모가 확대되며 12조원을 넘긴 상태다. 이에 따라 차입금의존도는 32.4%에서 42.1%로 10%포인트(p) 치솟았다.

아직까지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부진한 실적의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에서 저렴한 값에 판매되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재고가 쌓이며 태양광 사업 전반의 수익성이 가라앉은 상황이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 1~3분기 누적 3181의 영업손실을 냈다.

(출처: 한화솔루션 2024년 3분기 IR자료)

◇관건은 대중국 제재·IRA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대중국 제재를 통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 정부는 동남아시아 생산기지를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에 태양광 제품을 수출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상계관세(CVD)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더 강력한 관세 등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요가 유지된다면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견제정책 강화는 한화솔루션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한 세액공제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 가동으로 인한 IRA 세액공제(AMPC) 혜택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추가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미국에 생산기지 구축에 나선 배경도 바이든 정부의 IRA 시행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IRA 전면 폐지를 공언해 왔다. IRA는 크게 △소비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투자 세액공제 △생산 세액공제(AMPC) 등 3가지로 나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은 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추진 중이다.

솔라허브 가동으로 한화솔루션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AMPC의 경우 폐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AMPC를 수령하고 있는 이차전지 업체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AMPC 혜택 축소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이 IRA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서고 있는 만큼 보조금 혜택이 없어지거나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 믿을 구석은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수요 뿐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제재를 제외하고는 정부의 지원이 아닌 시장 논리에 의해 사업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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