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붐빌 줄 알았는데”…4월 IPO 시장 왜 한산해졌을까깐깐해진 금감원 요구에 공모 예정했던 5곳 일정 다음달로 미뤄… 일정 중복 심화
최윤신 기자공개 2023-04-24 07:23:26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0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초부터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많은 기업들이 감사보고서를 받자마자 빠른 증시 입성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선 4월 IPO 시장의 북새통을 예상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이 공모를 5월로 미루게 되며 시장은 한산해졌다.기업들이 공모를 미룬 이유는 대부분 자발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IR 과정에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일정을 늦춘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금융감독원과의 소통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았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살펴 미진한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절차이지만 주관사들 사이에선 ‘과도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수요예측 4월서 5월로 미룬 곳만 5곳
IPO를 추진하던 기능성 플라스틱 기업 진영은 지난 19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공모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오는 25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었는데, 이 일정을 다음달로 미뤘다.
이달 예정했던 공모 일정을 미룬 건 진영 뿐만이 아니다. 나라셀라·모니터랩·기가비스·프로테옴텍 등이 4월 중 예정됐던 수요예측 절차를 5월로 미룬 바 있다. 모두 증권신고서를 정정함에 따라 효력발생 기간이 재기산되면서 일정이 밀리게 됐다.
비상장사의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는 접수된 이후 15영업일간 게시된 뒤 효력이 생긴다. 코넥스 상장기업의 이전상장의 경우 10일이다. 발행사와 주관사는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해야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할 수 있다. 만약 효력발생 기간 중 증권신고서상 중대한 정정이 발생할 경우 정정 신고서를 제출한 시점부터 다시 효력발생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달 공모일정을 미룬 5곳은 모두 발행사와 주관사가 증권신고서를 자발적으로 정정·보강했다. 정정 신고서 제출 시점부터 다시 효력발생을 기다려야 해 어쩔 수 없이 공모 일정이 밀리게 됐다.
기업들은 형식적으론 자발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정정했지만 대부분의 정정이 사실상 금감원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정요구를 하기도 하지만 발행사·주관사와 소통하며 미비한 부분에 대한 보강을 요구하기도 한다.
주관사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가 이전보다 더 디테일하고 깐깐해졌다고 평가한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과거엔 거시경제 상황 등과 관련한 기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부분들에서 더 자세한 기재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제출된 증권신고서를 검토하고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감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긴 어렵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의 흐름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정정과 관련해서도 효력발생 기간을 재기산하도록 하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의 IPO 실무 부서장은 “중요한 내용을 미기재하거나 오기재 했을 경우 효력발생 기간을 다시 산정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투자자들에게 보다 상세한 내용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정정하는 경우 굳이 효력발생기간을 재기산하지 않아도 되는데, 최근엔 대부분의 정정을 효력발생 재기산 요인으로 판단해 일정 차질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하는 시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15일의 효력발생기간이 다 경과해가는 시점에서 정정 요구를 받으면 실제 공모를 진행할 수 있는 시기는 약 3주가량이 늦춰지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의 IPO 실무 부서장은 “최근과 같이 증시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3주라는 시간은 IPO의 성패를 가를수도 있다”며 “효력발생기간 재기산이 불가피하다면 최대한 빠르게 의견을 줘 일정 차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공모 미뤄진 기업들 ‘일정 중복’ 못피해
IPO 추진 기업들의 일정이 대거 밀리며 5월 예정된 수요예측과 청약 일정이 중복된다. 5월 3~4일 모니터랩과 프로테옴텍, 씨유박스가 동시에 수요예측을 치른다. 당초 2~3일 수요예측을 계획했던 씨유박스는 증권신고서 제출 다음날 기재내용을 정정하며 일정이 하루가 밀렸다. 같은 달 16~17일에는 나라셀라와 진영이 동시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통상 IPO를 추진할 땐 다른 기업들과의 일정 중복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요예측 일정이 겹치면 기관의 IR 참여가 저조하거나 화제성이 분산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청약 증거금 반환 절차까지 고려해 다른 증권사의 딜과 일정을 크게 벌리는 걸 대개 선호한다.
5월 대규모 일정 중복은 일정이 연기된 발행사들이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겹친 것으로 여겨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수 기업이 공모를 준비하고 있고, 언제 또 일정이 밀리는 기업이 더해질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딜의 일정을 고려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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