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은 지금]변화하는 위상, 아람코에게 에쓰오일은①최근 10년래 아람코 원유매입액 162조원...세계적 정제능력 주목
김위수 기자공개 2023-04-24 07:27:58
[편집자주]
9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올해는 에쓰오일에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투자금이 막대하고 예상되는 효과도 큰 만큼 에쓰오일은 물론 국내 정유·화학업계에서도 샤힌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도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에쓰오일과 샤힌 프로젝트에 대해 더벨이 면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0일 1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는 '몸값'이 높은 기업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약 2661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약 389조원)의 7배에 달한다. 한때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 시총 1위 기업에 올랐던 일도 있다.아람코 사업의 국내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에쓰오일이다. 쌍용정유 시절이었던 1991년 지분투자를 통해 한국에 진출했고, 2015년 지분 28.4%를 추가로 인수하며 지배력을 확보했다. 현재 아람코가 자회사 Aramco Overseas Company B.V.(AOC)를 통해 보유 중인 에쓰오일 지분은 63.41%(보통주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최근 아람코의 아시아·태평양 사업을 지휘하는 안와르 에이 알-히즈아지(Anwar A. Al-Hejazi) 아람코 아시아 총괄 사장에게 에쓰오일 지휘봉을 맡겼다. 에쓰오일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영업익 3조' 에쓰오일, 중요한 이유는
에쓰오일이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에쓰오일의 실적 등이 아람코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은 미미하다. 에쓰오일이 모회사로 보내는 배당금은 매년 수백억, 많아야 수천억원 수준이다. 반면 아람코의 지난해 연간 순수익은 214조원(약 1610억 달러)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의 수익 규모나 배당 금액 등을 살펴봐도 아람코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석유제품 소비량이 성장세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소비량은 지난 2021년 기준 9억3817만 배럴로 10년 전과 비교해 증가율이 13%에 불과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부 및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시장규모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에서는 아람코의 에쓰오일, 나아가 한국 사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에쓰오일의 석유 정제능력에 있다. 에쓰오일의 정유부문 생산능력은 하루 평균 66만9000배럴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따져도 다섯 손가락에 드는 규모다. 전세계적으로 탈석유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정유 공장의 증설이 사실상 멈춰있는 상황이라 에쓰오일이 생산능력 순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제설비의 처리 능력이 워낙 크니 에쓰오일의 정유 공장에서 소비되는 원유 물량이 많다. 석유제품으로 정제된 원유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각지로 판매된다. 사실 내수보다 수출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에쓰오일의 전체 매출 42조원 중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이 23조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채굴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소화해 인근 시장에 판매하는 아람코의 중요한 생산기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쓰오일은 원재료인 원유 대부분을 아람코에서 수입하고 있다. 매년 적게는 10조원, 많게는 25조원을 아람코 원유를 구입하는 데 썼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투입한 금액은 162조원에 달했던 것으로 계산됐다.
◇샤힌 프로젝트, 원유 소비량 늘릴까
에쓰오일이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샤힌 프로젝트'는 아람코가 원유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연간 320만톤(t)에 달하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샤힌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T2C2(Thermal Crude to Chemical)는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아람코의 신기술이다.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가 설립됨에 따라 원유 소비량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아람코 역시 샤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금 일부를 에쓰오일에 대여하는 방향으로 금전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알-히즈아지 아람코 아시아 총괄 사장을 에쓰오일의 최고경영자(CEO)로 교체한 것도 샤힌 프로젝트 이행 상황에 대해 보다 긴밀한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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