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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의 통합 방산]'하버드 동문' 한화·삼성 3세가 이끈 방산 '빅딜'①'알토란' K9자주포 품에 안긴 신의 한 수…재계·방산 순위도 바꿨다

허인혜 기자공개 2023-05-09 07:41:53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4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라는 이름은 일부러 지어 붙인 것처럼 세련됐지만, 그 모체인 본 기업명은 다소 투박하다. 한국화약. 지금은 한화가 금융과 건설, 제조 부문과 우주항공 분야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출발선은 화약 등 군수 분야였던 셈이다.

역대 회장들의 면면도 한국화약이라는 사명을 따라왔다.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별명은 '다이너마이트 김'이다. 김승연 회장은 별명이 많았지만 그중 눈에 띄는 닉네임은 '다이너마이트 주니어'다. 선친처럼 추진력과 성격이 모두 강했다.

3세 김동관 부회장은 어떨까. 김 부회장은 드러난 별명은 없다. 한화큐셀을 이끌며 '태양광 전도사'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재계 일등 신랑감이라는 말이 더 유명했다. 1·2세대와는 특징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집결한 방위산업을 진두지휘한다. 선대와 '다른'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미래인 방산의 방향타를 어느 쪽으로 맞추고 있을까.


◇한화·삼성 3세가 주도한 방산 빅딜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 방산 사업에 처음으로 그었던 굵직한 한 획은 2014년 시작된 삼성그룹의 화학·방산 사업부문 인수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빅딜로 평가받을 만큼 규모도 컸고 의미도 깊었다. 삼성그룹은 이 빅딜로 1970년대부터 이어왔던 방산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한화는 화약과 방산 부문 1위를 노렸다.

매각 대상 회사만 네 곳, 규모는 2조원에 달했다. 한화가 방산 관련 기업이었던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매수했다. 석유화학 중심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사들였다. 삼성테크윈 지분 32.43%,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100%, 삼성탈레스·삼성토탈의 지분 각 50%가 거래 대상이었다.

딜의 중심으로 언급된 인물들이 김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당시에는 김 부회장은 한화솔라원의 영업실장(CCO, Chief Commercial Officer)으로, 이 회장은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었다. 김 부회장이 태양광 파트에 몸담고 있기는 했지만 딜의 규모가 크고 매각 효과가 곧 그룹의 미래와 직결됐던 만큼 후계자로 낙점됐던 김 부회장이 나섰다는 후문이다.

하버드대학교 동문인 두 사람의 친분은 유명했다. 김 부회장이 이 회장 아들의 미국 유학길을 살뜰히 살폈다는 일화도 전해질 정도다. 두 사람의 나이차(15세)가 있지만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오너 가족의 친분은 1·2세대부터 이어져 두터웠다는 전언이다. 김승연 회장도 이건희 전 회장과 전경련 내에서 내로라하는 '절친'이었다고 한다.

양사는 계약 후 오너 3세들의 작품이라는 해석을 경계했지만 당시 이건희 전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이재용 회장이 주요 의사결정에 나서던 때였다. 김 부회장도 빅딜이 성사된 해 연말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탈레스, 삼성토탈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프랑스 탈레스와 토탈에 직접 방문해 이해를 구한 것도 김 부회장이라는 전언이다.


◇재계·방산 순위 바꿨다…'후계자 김동관' 굳히기

당시 한화그룹의 재계순위는 10위였다. 네 곳을 인수하자마자 자산규모가 37조원에서 55조원으로 뛰면서 한진그룹을 제치고 9위가 됐다.

인수 사업은 모두 단박에 최상위 기업에 올랐다. 석유화학, 방산 부문 모두 1위에 안착했다. 2위 사업체들과의 매출 규모 차이도 수천억원으로 벌어졌다. 삼성그룹 계열사를 인수한 뒤 '한국의 록히드마틴'이라는 수식어가 처음으로 붙었다.

대외적인 위치 상향 외에 내부적인 변화도 컸다. 당시 한화그룹은 방산과 제조, 금융 등 세 가지 주요 사업군을 보유했는데 그룹의 근간이자 핵심 부문이던 방산이 시장 '톱 티어' 위치를 선점하지 못했었다. 업계 4위권 수준이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매수하며 방산은 한화그룹의 명실공히한 최우선 사업이자 미래 먹거리가 됐다. 제조업 중심을 표방했지만 금융 부문의 매출이 가장 높았던 한화그룹이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그러자 승계 구도가 더 정확해 졌다.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세 오너가 형제들이 각각 담당 사업을 명확히 나누기 시작한 때가 이 시기다. 김 부회장은 맡고 있던 태양광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방산과 화학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전무는 유통과 건설, 기계를 이끈다.

빅딜은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에 몸담은 지 4년만에 이뤄졌다. 김 부회장은 2010년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해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2013년 8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을 지냈다. 2014년 9월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이 됐고 이 시기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인수한다. 빅딜과 더불어 태양광 사업을 흑자전환 시킨 공로도 크게 인정 받았다.


◇한화 방산사업, 첨단 무기로 폭 넓히기…항공우주 '첫발'

또 다른 수확은 삼성그룹이 40년간 키워온 제품과 기술력을 전수 받았다는 점이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의 분야가 달랐던 점이 한화에게는 행운이었다.

한화그룹은 본 전공인 탄약과 정밀유도 무기를 중심으로 방산에 주력해 왔다. 삼성테크윈은 육상 무기에서 앞서 있었다. 영상보안장비와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가스터빈, 레이더 등의 정밀기계와 방산전자를 다뤘다. 삼성테크윈은 군사장비를 만들어 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모두 귀했지만 이중 한화그룹 방산을 퀀텀점프하게 만든 건 K9자주포다.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며 K9자주포를 품에 안는다. K9자주포는 지금도 한화그룹 방산 사업을 이끄는 금싸라기다. FA-50용 엔진, KUH(한국형 헬기) 사업용 T700엔진도 가지게 됐다.

한화그룹의 우주항공 사업도 여기서 출발한다. 우주, 항공 기술은 항공방위 등 방산 사업과도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삼성테크윈이 보유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10%가 매각 작업으로 함께 인수됐다. 삼성테크윈이 인수 후 이름을 바꿨던 한화테크윈이 지금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신이다. 2018년 KAI 지분을 모두 매각했지만 결과적으로 한화그룹만이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우주항공 사업을 운영하는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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