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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의 통합 방산]'갈림길'에서 KAI 팔고 두산DST 사들인 후계자②손실 방어·지상방산 두 마리 토끼 잡은 김동관의 판단

허인혜 기자공개 2023-05-10 07:37:15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4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9년 8월 19일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손에 땀을 쥔 날이다. 한화그룹과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각양각색의 기업들이 하나의 성과를 손꼽아 기다렸다.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다.

한화는 고체연료 로켓 제작을 담당했다. '한국화약'이라는 기업명에 걸맞게 화약을 터트려 추진력을 얻는 부문을 맡았다. 나로호는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비행은 9분으로 끝났다. 한화도 7년간 개발에 매달린 만큼 아쉬움을 비쳤다.

이후에도 한화그룹의 우주항공 개발은 계속 됐다. 2014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사들이면서 한국우주항공공사(KAI) 지분도 보유하자 연결고리는 더 강화됐다. 지금까지도 한화그룹이 KAI의 새 주인이 될 지를 점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그랬던 한화그룹이 2016년 집어든 카드는 KAI가 아닌 두산DST다. KAI 인수를 잠정 보류하고 두산DST 인수를 주도했던 인물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꼽힌다. 김 부회장은 왜 갈래길에서 KAI 대신 두산DST를 택했을까.

◇KAI 새 주인 유력했던 한화, 두산DST로 선회한 이유

한화테크윈(현 한화비전)이 두산DST를 인수했던 시기는 2014~2015년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 인수합병(M&A)에 나선 직후다. 두산DST의 인수 가격은 약 6950억원으로 2조원 규모였던 이전의 빅딜보다는 부담이 적었지만 빅딜 직후 또 다른 인수전이라는 점에서는 자금 부담이 없을 수 없었다.

한화테크윈은 두산DST 인수전에 뛰어들기 전 KAI 보유지분 10% 중 4%를 팔았다. 약 2800억원의 현금이 마련됐다. 2015년 말에는 한화테크윈이 보유하던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23.38%도 매각했다. 쌓인 자금은 약 7200억원으로 두산DST 인수가 가능했다.

당시에는 한화그룹이 KAI를 인수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KAI 지분을 한화 계열사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에게 팔았고 두산DST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한화는 KAI 새 주인 자리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시장의 반응은 의아했다.

우선 한화가 KAI에 눈독을 들인다는 이야기는 오랜 소문이었다. 2009년에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화그룹이 KAI에 관심이 있다는 추론이 이어졌다. 지금도 한화그룹의 KAI 인수는 여전히 살아있는 현안이다.

KAI의 주가도 치솟던 상황이다. 한화테크윈은 2016년 1월 KAI 보유지분 4%를 주당 7만7100원에 매각했다. 한화그룹이 KAI의 지분을 넘겨받았던 2014년말~2015년 1월까지만 해도 KAI의 주가는 3만~4만원대에 그쳤다. 한화테크윈이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약 10개월간 KAI의 몸값은 주당 8만원을 넘어설 만큼 건재했다.


◇'KAI 고평가' 판단…손실 방어·지상방산 기술 '두 마리 토끼'

그럼에도 지분을 털어낸 이유는 김 부회장의 판단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김 부회장은 KAI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봤다. 대신 장갑차와 대공무기, 유도무기 등의 기술을 보유한 두산DST를 인수하면 방산 규모가 즉각적으로 커질 수 있었다.

두산DST 인수전은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치러진 M&A로 김 회장의 공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김 부회장이 KAI 지분 매각과 두산DST 인수 전략의 중심 축이었다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김 회장이 방산 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타를 잡으면서 김 부회장의 후계구도에도 한층 힘이 실렸다. 김 부회장이 주도한 부문이 방산과 화학, 태양광이었기 때문이다.

KAI 지분 매각은 '신의 한수'로 불렸다. 2016년 말부터 슬금슬금 떨어졌던 주가는 1년 만에 6만원대가 됐고, 2017년에는 3만~4만원대로 다시 하락했다. 2023년 5월을 기준으로 현재의 주가도 5만원대 초반에 그친다.

두산DST 인수로 얻은 건 주가하락 손실 방어뿐 만은 아니었다. 두산DST는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독립한 뒤 장갑차와 대공·유도무기, 정밀장비 등을 생산해 왔다.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마, K21보병전투차량 등이 두산DST의 작품이다. 한화그룹은 두산DST를 통해 지상방산 부문의 규모 확대를 이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DST는 인수 후 한화디펜스로 이름을 바꿨다. 한화디펜스의 매출은 한화그룹에 인수된 첫 해 전년대비 10.9% 늘었고 이듬해에는 16.5% 더 확대됐다. 이후 한화디펜스는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가 재편됐던 2016년 10월 한화와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과 더불어 4대 방산 사업체로 도약한다.

다만 김 부회장 등 경영진이 당시 KAI 지분 매각을 결정했더라도 지금의 판단과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김 부회장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을 목표한다는 점에서 KAI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후계자의 자격 입증한 태양광 사업

이 시기 김 부회장이 키운 태양광 사업도 중요하다. 방산 부문의 규모를 키우는 자신감의 원천 중 하나가 흑자로 돌아선 태양광 사업이었다. 김 회장도 성과를 보여준 김 부회장에게 힘 싣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김 회장은 일찌감치 김 부회장에게 태양광을 맡겨 경영능력을 시험했다. 김 회장 자신도 29세에 기업 총수에 올랐던 만큼 김 부회장이 26세로 한화그룹 차장 자리에 있던 시기부터 해외 일정에 대동했다.
2010년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김동관 당시 차장을 대동하고 응웬 떤 중 전 베트남 총리를 만난 김승연 회장. 사진=한화그룹
2010년 열린 다보스포럼이 좋은 예인데, 김 회장은 '주요 이슈는 김 차장이 이야기할 것'이라며 후계자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때 김 회장을 수행해 선진국의 태양광 관련 사업체를 방문한 것도 김 부회장이다. 김 회장은 '능력이 없으면 잘라야지' 등의 특유의 화법으로 장남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도 높은 기대를 충족하는 성과를 냈다. 대표적으로 고전하던 태양광 사업을 흑자전환 시키는 것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김 부회장은 회장실 차장을 거친 뒤에는 꽤 오랜 기간 태양광에 천착했다. 2011년부터 바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뒤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등을 이끌었다.

성과도 좋았다. 김 부회장은 2013년 태양광 관련 계열사였던 한화큐셀의 전략마케팅 실장을 맡은 뒤 2014년 흑자전환, 연속 흑자행진을 기록했다. 입사 5년만에 상무에 올랐지만 '그럴만 하다'는 호평이 뒤따랐다. 현재는 태양광 중심의 한화솔루션이 글로벌 1위를 선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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