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9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로 관료 출신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관료 영입이 현실화되면 네 번 연속으로 관 출신이 연구소 대표를 맡게 된다. 민영화 전부터 이어진 관료 출신 기용 관행이 굳어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민영화된 만큼 내부나 민간 출신 전문가 기용이 적절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금융지주 연구소 대표는 그룹 CEO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자리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의중이 선임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대 황록 대표, 유일한 우리금융 출신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로 박정훈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박 원장은 행정고시 35회 출신으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 현장지원단장, 자본시장정책관,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관료 출신이 하마평에 오르는 건 역대 대표 대부분이 경제관료였기 때문이다. 2대 주재성 전 대표는 한국은행 출신으로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거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가 됐다. 3대 대표였던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행시 출신으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금융위원장을 맡고 있다. 4대 최광해 전 대표는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출신이다.

역대 대표 중 관료 출신이 아닌 인물은 초대인 황록 전 대표가 유일하다. 황 전 대표는 옛 상업은행으로 입행해 30년 간 우리금융에서 근무했다. 우리은행 IB본부, HR본부,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지주 부사장을 역임했다.

다만 황 전 대표는 초대 소장이었던 김홍달 전 소장과 권한을 나눠 가졌다. 김 전 소장은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을 거친 경제관료였다. 사실상 2012년 법인화 이후 전 기간에 걸쳐 경제관료 출신이 연구소를 이끌어 온 것이다.

우리금융이 과거 예금보험공사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게 경제관료 기용 배경이다. 관료 사회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성격도 있었다. 2018년 2월 최 전 대표가 선임되면서 민영화 이후에도 경제관료 영입 관행은 이어지고 있다.

◇'실용주의자' 임종룡 회장의 선택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주 자회사로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야 대표를 선임할 수 있다. 자추위는 임 회장과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달 말 우리은행장을 선임할 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함께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용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는 임 회장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 회장은 올해 과점주주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교수 출신을 배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전문가가 민영화 된 우리금융에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내부 출신에게 연구소 경영을 맡기는 추세"라며 "회장 의중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자리인 만큼 관료 출신을 영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