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브랜드 사용료 진단]'부당 지원'과 '부당 편취' 사이①매출 0.1~0.3% 상표권 사용료 지급...지주사, 브랜드 가치 관리 역할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3-06-07 07:30:42
[편집자주]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1조5207억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를 보는 양단의 시선이 존재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인 만큼 당연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가치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특정 회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해당 상표권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 궁금증도 크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표권 수취 현황과 그 시사점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1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브랜드(상표권) 문제는 풀기 쉽지 않다.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거나 너무 적게 많으면 상표권을 보유한 회사가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반대의 경우엔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최근 몇 년의 문제 제기는 주로 후자에 쏠려 있다. 얼마 전에도 경제개혁연대가 특정 회사가 브랜드를 보유하면서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이 타당한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지주사가 늘어나면서 그 정당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늘어왔다.
특히 대부분 지주사에게 상표권 사용료가 핵심 수익원이 되면서 이같은 의심에 힘을 실어줬다. 상표권의 가치를 정확하게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2003년 LG그룹 시작으로 상표권 확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주요 그룹의 상표권은 대부분 지주사가 보유하고 있다. 반드시 지주사가 상표권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따로 수익이 없는 순수 지주사의 경우 회사 유지를 위한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주사 출범과 동시에 상표권을 넘겨받는 작업이 이뤄진다. 2003년 LG그룹을 시작으로 많은 그룹들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이후 상표권 사용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지주사의 권한이 막강한 만큼 사용료 수취가 다소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순수 지주사의 수익은 △배당과 △임대료 그리고 △상표권 사용료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정이 쉬운 게 상표권 사용료다. 배당은 상법상 각 계열사의 배당가능이익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사회 결의도 필요하다. 회사의 경영에서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주사가 다른 회사의 배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쉽지 않다. 임대료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세 등 어느 정도 시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금액으로 설정할 수 없다.
결국 지주사가 거둘 수 있는 수익 중 가장 손쉽게 늘릴 수 있는 수익이 바로 상표권 사용료다. 내부 거래인 만큼 아무런 제약없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도 있다. 불합리한 방식으로 사용료율 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기준이 매출이라는 점도 이런 의심에 한몫했다. 사용료를 내야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등 실질적 경영 상태와 관계없이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탓이다.
국내 지배구조 전문가는 "지주사의 핵심 수익인 상표권 사용료를 산정하는 기준이 투명하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면 이를 지급하는 다수의 계열사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며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산정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주사, 브랜드 가치 관리 및 유지 역할
상표권은 무형자산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나 용역과 같이 사용료를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오히려 경제적 가치가 있는 상표를 무상으로 사용하면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
지주사들은 단순히 상표권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료를 받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경제적 가치를 키우기 위해 브랜드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료를 받을 명분이 있다는 게 지주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1호 지주사 ㈜LG는 출범 직후부터 내부에 브랜드관리팀을 두고 있다. 최근 사례로는 LX그룹과 HD현대그룹을 들 수 있다. 2021년 출범한 LX그룹은 출범 3년차인 올해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쓰는 만큼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 없이 사용료를 거두기엔 명분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D현대그룹은 그룹 이름을 기존 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로 바꾼 뒤 올해 1분기 광고 관련 비용만 150억원을 썼다. 지난해 1분기 대비 21배나 늘어난 수치다.
직접 사용료를 내는 회사들도 크게 불만을 갖지는 않는 분위기다. 일단 사용료율이 매출의 0.1~0.3%로 그리 높지 않다. 그룹에 따라서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로부터는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재단 등 공익 목적으로 세워진 법인에는 사용료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삼성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대표적이다.
사실 상표권 자체가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상표권 사용료를 산정하는 방식이 기업마다 제각각이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시 주체가 일일이 관여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도 보편적, 유명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료율 높아
해외에서도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건 매우 보편적이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2007년부터 24개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고 있다. 다만 요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니도 계열사로부터 매출의 0.3%를 받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낸 '브랜드 사용료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인도의 타타그룹은 계열사 매출의 0.1~0.2%를, 미국 크리스피크림은 계열사 매출의 2% 정도를 상표권 사용료로 걷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은 해외법인으로부터 더 많은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해외 기업들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GM은 GM의 관계사인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와 상표권 계약을 맺고 있는데 2021년과 2022년 각각 2310억원, 2771억원을 지급했다.
이 시기 한국GM의 매출이 각각 6조9739억원, 9조103억원이라는 점을 볼 때 단순 계산으로도 매출의 3% 가량을 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통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뒤 사용료율을 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상 사용료율은 3%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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