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을 움직이는 사람들]7전8기 정신으로 '성공 DNA' 이식 문혜경 본부장⑥"주택도시기금 운용기관 선정, OCIO 흐름 바꾼 계기"
윤기쁨 기자공개 2023-06-08 13:21:18
[편집자주]
NH투자증권은 그 이름만으로도 내공이 느껴지는 증권사다. 오랜기간 국내 최고의 투자은행(IB) 하우스 지위를 누려왔고 트레이딩(Trading)과 자산관리(WM) 부문에서 항상 톱티어였다. 어느덧 취임 6년차를 맞은 정영채 사장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각 본부 대표들의 몫이다. NH투자증권을 현장에서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을 만나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공·민간 기금을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는 OCIO(위탁운용관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 단위에 달하는 기관 자금을 굴리는 만큼 금융투자업계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개화 단계인 현재 100조원에 불과하지만 향후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OCIO는 자산운용과 리스크관리 능력을 함께 요하기 때문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운용사들의 난공불락 요새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8년 7월 국토교통부의 42조원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기관으로 NH투자증권이 선정되면서 흐름이 점차 바뀌기 시작한다. 정영채 사장은 시장 성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NH투자증권에서 2018년 신설된 주택도시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높은 평가 점수로 주택도시기금(3기) 운용기관에 재선정되면서 운용 역량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총 24명이 운용 전략, 성과 평가, 위험 관리, 자문 등 기금 운용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 중이다. 문혜경 본부장(사진)이 이를 총괄하고 있다.
◇8번 시도 끝 처음 따낸 기금 “OCIO 시장 판도 바꿨다”
문혜경 본부장은 “OCIO가 국내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주목을 받은 건 최근 6~7년에 불과한데, NH투자증권의 주택도시기금의 위탁을 맡게된 건 일대 사건"이라며 “전담 운용기관이 십여년만에 교체되는 전례 없던 일이 벌어졌고, 실제 이후로 많은 증권·운용사들이 도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도 됐지만 선발주자들이 장악해 놓은 아성을 후발주자가 무너뜨렸다는 것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다”며 “최근 상당수 작은 기금들도 외부 위탁을 고려하는 등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데, 차곡차곡 레코드를 쌓다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기금 운용을 맡기 위해 입찰에 뛰어든 도전 기간만 8~9년이다. 주택도시기금을 맡기까지 재수 생활을 해야 했고, 이외 다양한 기관들에 응찰하며 삼수, 사수를 불사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통상 전담 운용기관 재선정은 4년 주기로 돌아온다.
문 본부장은 “성공 에너지를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굉장히 크고 중요하다”며 “신규 분야에 처음 들어가 입지를 다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하고 있던 일을 공정한 경쟁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본부 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OCIO는 신뢰에서 시작하는데 성공 DNA와 경험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공공 기금은 공적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민간보다 운용 기관의 책임이 보다 요구된다. 운용 원칙에도 안정성과 공공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만큼 통제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영업을 통해 수탁고를 늘리는 구조가 아니지만 △국내채권(일반채권형) △국내주식(성장형, 가치형) △해외채권 △해외주식 등을 운용하며 성과를 내야한다. 그만큼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하는 사업이다.
수익자가 한 곳이라는 조직 특성상 남은 과제도 많다. 기금 위탁운용 기간이 끝나면 본부의 성격과 사업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는 “단기적이면서 장기적인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 기금을 운용해야하는데 회사의 평판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결국 다른 기금들을 계속해서 유치하거나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는 것이 숙제"라고 강조했다.
◇‘1000조’ 앞둔 시장...“성장 과실, 증권·운용업계 함께 나눠야”
문혜경 본부장은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를 두루 거쳐 업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1994년 신한증권(현 신한투자증권) 채권운용팀에서 일을 시작한 문 본부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 채권운용팀, IBK기업은행 펀드리서치팀을 거쳐 2011년 NH투자증권(당시 우리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팀으로 넘어왔다.
자산운용사에서 증권사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자본시장법으로 통합되면서다.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기회는 이전까지 운용사에게만 주어졌었다. 그러나 법이 바뀌면서 운용의 영역과 권한이 증권사로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OCIO 시장 확대와 맞물리며 실제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문 본부장은 “증권사의 경우 여러 가지 포괄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운용사들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며 “가령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 인력, 인프라 등 플랫폼을 잘 갖추고 있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최근 지주 계열 증권사도 대형 기금을 맡게 되는 등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며 “다양한 증권사들이 도전해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건강한 경쟁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기금형 퇴직연금 시행과 국내 패밀리오피스 성장세 등을 고려했을 때 시장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기관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대형 자금들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도 결국 외부위탁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 성장에 따른 과실을 모두가 따먹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현재 전담 운용기관을 선정할 때 운용사와 증권사별로 리그를 나누고 있다. 이를 통합해 완전 경쟁체제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것이 문 본부장의 생각이다. 실제 주택도시기금 입찰 당시 증권사 리그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4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반면 운용사 리그는 미래에셋운용이 단독 응찰해 선정됐다. 이후 진행된 기금 운용기관 선정 과정들도 대부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문혜경 본부장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상생’이다. 그는 “도전과 경쟁을 통해 수준을 높일 수 있고 평가 요소도 하나로 통일해 형평성도 맞출 수 있어야 한다”며 “시장 규모가 커져야 여러 가지 정책적인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데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시각과 인사이트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NH투자증권도 OCIO 규모 키우는 것을 장기 목표로 작은 것 하나부터 꼼꼼히 살피며 역량 강화에 나설 예정”이라며 “리포트 제공부터 메뉴얼 점검까지 고객 만족과 신뢰를 우선으로 한다면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 문혜경 주택도시기금운용본부 본부장 주요 경력
2018 ~ 현재 NH투자증권 주택도시기금운용
2011 ~ 2017 NH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
2010 ~ 2011 IBK기업은행 펀드리서치
1998 ~ 2008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 채권운용 및 리서치
1994 ~ 1998 신한증권 채권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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