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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인사 코드]부산은행장 영전 필수 코스 '경영기획본부장'①지주사 전환 후 '5명 중 3명' CFO 출신, '회장 겸직·직무대행'만 예외

최필우 기자공개 2023-06-20 07:13:47

[편집자주]

지방금융은 계파·학벌·연고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여념이 없다. 지방지주가 CEO 승계와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방은행은 인사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려 하고 있다. 지방지주의 전신이고 새로운 인력을 수혈하는 창구인 지방은행에 그룹 개혁 성패가 달려 있다. 더벨은 지방은행 인사 체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5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은행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자리로 '경영기획본부장'이 꼽힌다. 전략기획부와 재무기획부 통합으로 경영기획부가 탄생했고 본부 승격 후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가 됐다. 부산은행장은 유능한 측근을 경영기획본부장에 기용하고 측근은 경영기획본부장 자리를 발판으로 영전 기회를 얻는 관행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재무·전략·글로벌' 역량 입증할 수 있는 요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지주사 전환 후 선임된 부산은행장 5명 중 3명은 경영기획본부장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 2대 회장이자 11대 행장이었던 성세환 전 회장, 13대 안감찬 전 행장, 14대 방성빈 행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지주사 전환 후 첫 부산은행장은 이장호 전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초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부산은행장을 겸직했다. 12대 부산은행장은 빈대인 BNK금융 회장이다. 빈 회장은 전임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았고 이후 행장에 정식 취임했다. 이와 같은 예외가 아니라면 경영기획본부장 출신 인사가 행장에 취임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은 부산은행장과 함께 BNK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BNK금융 역사상 회장과 행장을 겸직한 인물은 이 전 회장과 성 전 회장 단 두명 뿐이다. 그만큼 영향력이 막강했던 성 전 회장은 경영기획본부장 취임을 계기로 그룹 내 입지를 굳혔다.

이 전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1년 앞두고 성 전 회장을 경영기획본부장에 임명했다. 이 전 회장 재임 당시 부산은행은 부산상고, 동아대 출신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은 동아대 학맥에 속한 동시에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고 그의 경영기획본부장 선임은 사실상 차기 부산은행장 내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성 전 회장은 이 전 회장의 퇴임 전 부산은행장 자리를 이어 받았다. 퇴임 후에는 회장도 겸직하게 됐다. 당시 BNK금융은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자본비율을 개선해야 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은 경영기획본부장 근무 경험을 살려 그룹의 자금 조달을 진두지휘했다.

안 전 행장은 경영기획본부장으로 돋보이는 활약을 했던 인물이다. 그가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았던 2017년 성 전 회장이 사퇴하며 그룹에 경영 공백이 발생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 CFO로 위기를 타개할 전략을 수립하고 구성원들을 다독이면서 리더십을 인정 받았다. 이때의 경험이 추후 부산은행장으로 선임되는 데 보탬이 됐다.

올해 취임한 방 행장은 현 체제에서 가장 오랜 기간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안 전 행장의 뒤를 이어 2018년 경영기획본부장에 취임한 방 행장은 당시 행장이던 빈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3년간 재직했다. 당시 CFO로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행장 선임 면접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측근 중용 기조 '변화 조짐'

현재 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은 강석래 상무(사진)다. 강 상무는 부산상고 출신으로 여신기획부장, 덕계지점장, 안락동금융센터장, 부전동금융센터장, 서부경남영업본부장을 거쳐 올해 경영기획본부장에 취임했다.

강 상무는 전임 경영기획본부장들과 차별화된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부산상고를 졸업해 동아대를 졸업한 방 행장과 학연으로 얽혀있지 않다. 오히려 부산상고와 동아대는 행내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계파로 통한다. 방 행장과 강 상무가 같은 조직에서 근무한 인연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 만큼은 CEO의 측근이 CFO 자리를 받았다고 해석하는 데 무리가 있다.

방 행장의 인사 정책이 변화의 단초가 됐다. 방 행장은 계파와 학벌을 청산하기 위해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행장을 보좌하는 가장 가까운 자리인 경영기획본부장에 객관적으로 검증된 인물을 앉혀 새로운 인사 풍토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여신기획은 은행의 가장 전통적이고 핵심적인 업무인데 강석래 상무는 관련 업무 경험이 많고 여신기획부장을 지낸 경험도 있다"며 "출신 학교나 특정 인물과의 인연보다는 업무 경험과 행내 평판에 따라 경영기획본부장에 임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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