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포트폴리오 리밸런스]IPO 고집하지 않는다…11번가도 매각 물망③SK쉴더스 매각 성공, FI에 새로운 엑시트 수단 제공…커머스 시황 저하
원충희 기자공개 2023-07-04 13:01:54
[편집자주]
SK그룹의 ICT 전문 투자형 중간지주회사 SK스퀘어가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진행 중이다. 기존 투자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실었다. 자본시장을 활용한 재무전략의 고수인 SK의 투자지주사답게 엑시트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발휘했다. SK스퀘어의 엑시트 전략과 투자성과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09: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쉴더스가 상장(IPO)에서 지분 매각으로 선회함에 따라 SK스퀘어의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도 매각 가능성이 커졌다. 공동경영이란 카드까지 받아들일 정도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열려있는 만큼 누구도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시장에서는 9월 IPO 시한이 도래하는 이커머스 계열사 11번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상장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IPO가 순탄치 않다는 평가다. 더구나 지분 매각을 시사하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의 발언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애초 IPO 위해 탄생한 11번가…가라앉은 시황
SK쉴더스는 SK스퀘어 엑시트 전략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 보여주는 딜이다. 경영권에 놓지 못하는 여타 대기업과 달리 공동경영이란 조건도 받아들이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엑시트는 물론 SK스퀘어 자신도 지분 일부를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이 같은 방식이 다른 포트폴리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SK스퀘어는 현재 의료기기 업체 나노엔텍 매각을 진행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다른 자회사도 매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이목이 쏠리는 곳은 11번가다.
당초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의 커머스 사업부문이던 11번가는 2018년 6월 분사해 별도법인으로 독립했다. 당시 자본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는데 투자자들이 오롯이 11번가에만 자금에 쓰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매력을 높이기 위해 좋은 자산만 11번가에 넘겨주고 나머지는 SK텔레콤 자회사 SK테크엑스와 합쳐진 뒤 SK플래닛에 흡수 합병됐다.
11번가는 분사와 동시에 5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국민연금(3500억원)과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가 1000억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5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5년 내 IPO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불발될 경우 연리 8%의 이자를 물게 했다.
IPO 시한은 이번 9월까지로 알려졌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고 올 2월에 주식액면분할을 단행하면서 IPO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상장한다고 해서 FI들이 원하는 밸류가 나오기에는 시황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꺼진' 이커머스 붐…순차적 IPO 계획 사실상 백지화
11번가는 글로벌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 상품을 구매하는 플랜을 시도했다. 아마존과 지분협약을 맺고 11번가의 IPO 등 조건이 갖춰지면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조건도 약속했다.
그 당시 SK텔레콤(SK스퀘어 분할 전)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회사의 순차적 IPO를 계획했다. 당초 2020년 연내 2개사를 상장시키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차질을 빚어 IPO 순서도 변동이 생겼다. 초반주자는 SK브로드밴드, ADT캡스(현 SK쉴더스) 등이 거론됐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원스토어가 첫 타자로 나섰다. 11번가는 그 이후 타순으로 전망됐다.
다만 원스토어가 IPO를 철회하고 SK브로드밴드는 SK스퀘어가 아닌 SK텔레콤 산하로 남았다. SK쉴더스가 매각 형태로 가면서 SK스퀘어가 IPO 외 다른 엑시트 수단을 모색함에 따라 전체적인 방향도 바뀌었다.
이 와중에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기자간담회에서 "FI와 약속한 시간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며 "11번가도 똑같이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추후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현재 FI 중에는 IPO 불발에 대비해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지분 80%를 가진 SK스퀘어가 보유주식도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셈이다. SK쉴더스 역시 SK스퀘어 보유분의 절반가량을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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