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0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00조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ETF가 국내에 도입된 2002년 이후 21년만이다. 한국거래소는 ETF 순자산총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다음날 기념식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ETF 상위 5개 운용사 관계자들만 참석했다. 소수의 운용사가 과점하고 있는 국내 ETF 시장이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물론 물리적 여건상 ETF 상품을 설정한 모든 운용사가 모여 기념식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형사 쏠림 현상이라는 오랜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춰보면 결국 '그들만의 리그'의 연장선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다.
현재 국내 ETF 운용사는 23곳에 이르지만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상위 5개사가 약 94%를 과점하고 있는 구조다. 특히 삼성자산운용(40%)과 미래에셋자산운용(36%)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ETF시장의 성장은 분명 축하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형사 쏠림 현상을 해소해줘야 할 거래소가 상위 운용사 위주로 자축하는 것은 영 마뜩잖아 보인다.
ETF는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매매하는 상품이다. 시장 논리에만 맡긴다면 대형사 쏠림 현상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뮤추얼펀드의 경우 판매사를 통해 매대에 걸리는 구조기 때문에 운용 성과에 따라 중소형사도 판로가 열릴 가능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ETF는 투자자들이 직접 개별 상품을 검색해 매매해야 하는 구조로 운용성과를 일일이 비교하기 쉽지 않다. ETF 브랜드, 운용사의 인지도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 선점 효과를 기반으로 수익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브랜드 노출 빈도를 늘리는 대형사와 경쟁이 훨씬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머니게임'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대형사 쏠림 현상을 투자자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돼 중소형사들이 고사되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특정 운용사가 ETF 조직을 확대한다고 해도 큰 규모의 ETF를 운용하기 위함이지 상품의 아이디어를 내는 인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한 운용사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양하게 만들어 여러 개의 상품을 출시할 필요성도 낮다.
반면 상품을 출시하는 운용사가 많을수록 세분화되고 특화된 상품이 나올 가능성은 높아진다. 최근 신한자산운용이 반도체 섹터 중에서도 국내 소재, 부품, 장비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SOL반도체 소부장 ETF'를 선보여 자금몰이에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ETF시장은 불과 3년 6개월(2019년 말~2023년 6월)만에 50조원에서 100조원까지 덩치를 키웠다. ETF 200조 시대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셈이다. ETF 200조 시대에는 업계 모두가 축하받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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