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OLED 밸류체인]'2세 경영 안착' HB테크, 가족회사 중심 지배구조 구축②사실상 지주사 HB콥이 최대주주, 콜옵션 행사로 지배력 확대 '자신감 표출'
정유현 기자공개 2023-07-12 08:14:24
[편집자주]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수세에 몰렸던 'K-디스플레이'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국가전략 기술 채택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최초로 8.6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를 확정 지으며 관련 소·부·장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보릿고개를 이겨내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OLED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재무 상태, 지배구조 등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HB테크놀러지는 HB그룹의 허리이자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디스플레이 장비와 부품을 중심축으로 두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구조 효율화와 동시에 외형을 키워온 곳이다. HB그룹 창립자인 문흥렬 회장의 아들인 문성준 대표가 12년간 경영을 총괄하며 2세 경영 체제가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주주 측은 지분율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며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1분기 말 기준 HB테크놀러지의 최대주주는 19%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HB콥(에이치비콥)이다. 문성준 대표와 문흥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합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36%대 수준이다.
HB콥은 HB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으로 1975년 설립된 흥보실업이 전신이다. 문흥렬 회장이 반도상사(현 LG상사)에서 6년간 근무한 이후 설립한 곳으로 2005년 사명을 HB코퍼레이션(HB콥)으로 변경했다. 문 회장과 문성준 대표, HB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문보미 대표 등이 지분을 보유한 가족 회사다. HB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서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넥스트인스트루먼트에서 시작한 HB테크놀러지는 20여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4년 코스닥에 안착하더니 2006년 재무건전성 악화로 최대주주가 노츠에서 베어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됐다. 이듬해 상호를 엔씨비네트웍스로 바꿔달았고 2011년 또 한번 대주주 손바뀜을 거친다. HB콥이 최대주주로 오르며 HB테크놀러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2년 HB테크놀러지는 제일모직의 TFT-LCD용 도광판 및 확산판의 제조와 관련된 소재사업부를 양수했고 2013년에는 관계사인 도광판 제조사 엘에스텍과 합병했다. 일모직 사업 양수와 합병을 통해 도광판 및 확산판 제조의 일괄 생산체제를 구축과 동시에 매출 확대를 도모했다. LCD BLU 부품인 확산판과 도광판 국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4년에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 2011년부터 문성준 대표가 HB테크놀러지를 이끌어왔지만 본격적으로 승계에 힘을 싣게 된 것은 2014년 2월이다. 문흥렬 회장이 보유주식 400만주 중 390만주를 문 대표에게 증여한 것이다. 10만주는 손자 2명에게 나눠줬다. 당시 3%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문 대표의 지분율은 8%대 후반으로 확대됐다. HB콥의 최대주주가 문 대표인만큼 사실상 지배주주 위치였지만 직접 지분율을 높이며 경영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HB테크놀러지는 디스플레이 업황에 따라 실적이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디스플레이를 주 고객사로 확보하며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했지만 높은 의존도는 단점으로 꼽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시기에는 밀려드는 수주를 대응하느라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지만 투자가 위축되면 고심이 깊어진다. 문 대표는 중국 고객사 확보 등으로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LCD 패널 가격 하락 및 전방 산업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하자 2021년에는 자회사 합병으로 경영 효율화를 도모했다. LCD 백라이트 제조가 주력 사업인 자회사 HB옵틱스를 흡수합병하고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의지였다. 2021년에는 운영 자금 확보 차원에서 자본 시장에서 손을 벌리기도 했다. 400억원 규모 8회차 CB를 찍어 유동성을 확보했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투자 재개와 동시에 2차전지 검사 장비 사업에서도 수주가 늘어나는 등 사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장기적으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기 위해 대주주 측은 8회차 CB의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며 지배력을 키웠다. 8회차 CB의 콜옵션 행사 만기일은 올해 8월 13일이다.
전환가(2040원)와 주가(2500원 대)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책임 경영 차원에서 만기 2달 전에 120억원 규모 콜옵션을 전부 소화했다. 대주주인 에이치콥이 80억원 규모, 문성준 대표가 40억원 규모의 CB를 사온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물량에 대해 전환 가능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오버행(대량 매물 출회) 이슈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 지배력 강화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도 도모한 것으로 해석된다.
콜옵션 행사 후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실시했다. 지난 6월 27일 신주가 상장하며 발행 주식 총수가 늘었고 보유 주식 수를 대입해 계산해 보면 6월 말 기준 HB콥의 지분율은 19.19%, 문성준 대표는 9.56%로 계산된다.
콜옵션 행사 당시 HB테크놀러지 측은 "핵심 고객사의 대규모 OLED 투자가 5년만에 재개되고 오랫동안 공들인 2차전지 장비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번 콜옵션 행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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