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나인테크 '영구채 카드' 재무개선 효과 얼마나③280억 조달에 부채비율 소폭 개선…"스탭업 시작 전인 '3년' 내 주식전환 목표"
서하나 기자공개 2023-08-21 07:58:20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구채 발행으로 나인테크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나인테크는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에서 시작해 2차전지 등 사업다각화를 하면서 수차례 재무구조 악화를 겪었다. 코스닥 상장사로서 영구채 발행이란 이례적인 수를 둔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인테크는 제4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6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사실상 만기가 30년물(만기일 2053년)인 영구채 성격의 채권이다. 나인테크 측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디스플레이 분야에 치중된 사업 구조를 2차전지, 폐배터리 재활용 등 신규 사업을 키우는데 활용하기로 했다.
영구채는 사채지만 만기가 30년 이상이고 5년마다 발행사가 콜옵션(조기 상환 청구권)을 보유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증권이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비율, 보험사의 신지급여력제도(K-ICS)비율,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같은 재무건전성 지표 산정 때도 전액 자본으로 인정된다.
나인테크가 코스닥 상장사로서 이례적으로 영구채 발행을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인테크는 이번 영구채 성격의 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통해 총 280억원을 조달하면서 유동성 확보 효과도 누리게 됐다. 또한 CB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자본총계로, RCPS로 확보한 자금이 각각 부채총계로 유입돼 부채비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RFS)에 따르면 RCPS는 원래 만기 시 투자자가 주식을 가져갈 수 있어 자본으로 분류된다. 다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리픽싱 가격이 정해져 있고 상환권이 기업 측에 있어야 한다. 이번에 나인테크가 발행한 최근 120억원 규모 RCPS의 경우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부채로 계상된다.
우선 영구채 발행으로 160억원이 유입되면 나인테크 자본총계는 약 473억원(1분기 말 기준)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 RCPS 발행으로 120억원 규모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최종 부채비율은 약 300%대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나인테크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인 약 326%(부채총계 약 1022억원, 자본총계 약 313억원)보다 소폭 낮아지는 수준이다.
사실 재무건전성 확보는 나인테크의 오랜 과제였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로 설립돼 LG그룹을 등에 업고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2015~2016년경 2차전지 시장에 신규 진출하면서 부채비율이 급등했다. 나인테크는 기존의 장비 설계·제작 기술을 활용해 2차전지 관련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2015년 말 약 75%였던 부채비율은 2016년 말 약 2785.4%까지 치솟았고 이후 약 1138.3%( 2018년 말), 약 158%(2019년 말) 등으로 점차 안정화됐다.
이후 2020년 코스닥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재무 안정화를 이뤘다. 하지만 2021년 불거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자 다시 부채총계가 146억원 수준까지 올라갔다. 부채비율은 219.1%(2021년 말), 396.11%(2022년 말), 326.05%(2023년 1분기 말) 등으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위해 공장·부지 매입, 인수합병(M&A) 등에 나선 영향이었다.
다만 이번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3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구채는 일반 CB처럼 주가에 따른 평가손실을 반영하지 않아 당장은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사채에 비해 이자율이 높아 장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다. 결국엔 실적 상승과 성장 기대감에 따른 주가 부양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인테크 역시 내부적으로 3년 이내 영구채를 상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영구채는 표면이자율 2%, 만기이자율 5%로 발행됐다. 하지만 3년 후부터 가산금리가 더해진다. 3년이 되는 다음 날부터 4년이 되는 날까지 연복리 6%에서 매년 1~2%씩 금리가 추가돼 11년이 되는 다음 날부터 상환일까지 연복리가 20%로 스탭업(Step-up)되는 조건이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스탭업에 따른 이자 부담이 워낙 크다보니 계획상으론 3년 이내 상환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며 "지난해와 올해 반기까지 실적이 잘 받쳐주는 만큼 주가 부양을 해서 (콜옵션 행사를 통한) 주식 전환을 하는 게 좀 더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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