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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우량주 퀄리티 투자의 정석 한투운용 김효찬 수석히트상품 네비게이터·삼성그룹주 펀드 담당 '원클럽맨'

이돈섭 기자공개 2023-08-23 08:47:06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8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소속의 김효찬 수석(사진)은 하우스 대표 매니저 중 한 명이다. 한투운용 공채로 2006년 입사해 올해로 18년째 주식운용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이직이 잦기로 유명한 자산운용업계에선 좀처럼 드문 이력이다. 한 회사에서 꿋꿋이 일해온 이력만큼 펀드 운용 과정에서도 진중함이 묻어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수석의 운용 스타일은 한투운용이 추구하고 있는 운용 철학과 맥이 맞닿아 있다. 단기적인 시장 트랜드를 좇기보다는 기업의 내재 가치를 철저하게 분석,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달성하는 투자가 목표다. 김 수석이 운용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그룹주 펀드와 네비게이터 펀드 운용 이력을 보면 그가 가진 운용 색깔이 도드라져 보인다.

◇성장 스토리: 철저한 리서치로 탄탄한 운용철학 구축

대학 재학 시절 김 수석에게 주식 투자는 먼 얘기가 아니었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1999년 무렵은 닷컴버블로 캠퍼스 창업열풍이 뜨거웠던 시기였다. 김 수석도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 자기 사업을 오랜 기간 꿈꿨다. 기업을 잘 경영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매일같이 고민하다가 회계사 시험도 준비했고 주식투자 대회에도 나갔다.

졸업을 목전에 두고 취업 설명회를 오가던 어느 날, 자산운용사에 다니는 한 선배를 만나 금융투자업계 취직을 생각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한투운용 공채 시험에 응시했고, 한 번에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학 시절 주식투자에 몰두했던 건 아니지만, 창업에 대한 동경과 기업 분석에 대한 호기심이 운용업계로 가는 길을 닦은 셈이다.


한투운용에 입사한 2006년 국내 증시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당시 코스피는 1400선을 오갔는데, 1년 뒤 200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주목하는 종목마다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기관 자금 운용을 보조하면서 '나도 실력이 꽤 괜찮은 것 같다' 생각할 즈음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고 국내외 주가 그래프는 연일 속절없이 곤두박질쳤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리서치 업무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운 좋게도 리서치 조직에 결원이 생겼고 김 수석은 기계와 운송, 인터넷 등 분야 애널리스트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기업 분석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 스스로의 운용 철학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던 시간이었다.

김 수석은 "주식 투자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시장 변화를 캐치하고 늘 그 변화의 원인을 찾는 동시에 이후를 고민하면서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2013년 운용 전선에 복귀해 현재까지 10년 연속 펀드 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성장주와 퀄리티, 그리고 역발상'

김 수석은 변함 없이 우량주 퀄리티 주식에 주목해 왔다. 김 수석이 그간 운용을 맡아온 펀드는 대부분 우량주 퀄리티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 일색이었다. 운용역 복귀 이후 운용을 담당한 'LG그룹플러스' 펀드가 그랬고, 지금도 운용을 맡고 있는 삼성그룹주 펀드와 네비게이터 펀드는 한투운용 내 대표적인 우량주 투자 주력 펀드로 알려져 있다.

기업 경영은 결국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가치는 특정할 수 없다는 게 김 수석의 주장이다. 투자에 임할 때 역시 그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해 경영 기준이 확고하게 자리잡힌 대형 종목을 먼저 살펴본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기업을 고르는 데서 나아가 투자 유치 경험이 누적된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분위기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기업 밸류는 그대로인데 외부 요소로 주가가 떨어졌다면 이는 최고의 투자 타이밍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적은 영원한 테마'라는 말처럼 성과가 꾸준한 기업은 투자자의 눈길을 끌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신념도 있다. 기업 밸류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투자 기간을 충분히 상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시장 트랜드를 좇다 보면 특정 모멘텀에 이은 다음 모멘텀을 찾아야 하고 그 이후도 고민해야 하는데, 모든 모멘텀을 관통하는 투자 논리를 찾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업력을 쌓는다고 해서 모멘텀을 잘 포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펀드 매니저 입장에선 기업 가치 분석에 리서치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다보니 매수를 검토할 땐 시장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는 우량주를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김 수석의 투자 스타일은 '성장주와 퀄리티, 역발상'으로 압축되는 셈이다. 그간 김 수석이 맡아온 펀드들은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운용을 맡아온 '삼성그룹주' 펀드다.

◇트랙레코드 1: 삼성그룹주 펀드, 제한된 포트폴리오로 시장 아웃퍼폼

삼성그룹주 펀드는 한투운용의 대표 간판 상품 중 하나였다. 리서치 조직에서 운용 조직에 복귀한 김 수석은 'LG그룹플러스' 펀드 운용을 맡았다. 이 펀드는 LG그룹 상장 계열사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내는 상품으로, 제한된 테두리 안에서 꾸준한 아웃퍼폼해야 하는 만큼 기술적인 운용 난이도가 상당했다.

그러던 중 당시 6조원 규모의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 제고안을 포함한 상품 개선 논의가 이뤄졌고, 그 대안으로 김 수석이 이 펀드 운용에 전격 투입됐다. 유사 콘셉트의 LG그룹주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한 이력이 눈에 띄었다. 당시 김 수석 나이는 35세. 비교적 젊은 나이에 메가펀드 반열에 오른 간판 펀드 운용에 참여하게 됐다.

삼성그룹주 상장 계열사는 종목 대부분이 해당 업종 대표주인 까닭에 시장 신뢰가 쌓여있어 퀄리티 전략을 구사하기에 최적화했다. 기업 펀더멘털 분석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운용을 중시하는 김 수석 운용 스타일이 펀드 성격과 꼭 맞았다. 삼성그룹주 펀드 운용에 참여한 이듬해 김 수석은 이 펀드 책임운용역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 수석은 "조 단위 펀드가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게 되면 유의미한 포트폴리오 변화가 어려워진다"며 "당시 삼성그룹주 펀드가 가진 상징성 등을 고려해 회사에서 장기적인 브랜딩 강화가 논의됐고, 수익자에게 이 펀드가 방치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일관된 운용 스타일 구축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이 삼성그룹주 펀드 운용을 맡은 8년여간 이 펀드는 33.2% 수익률을 기록, 같은 기간 코스피200 수익률 23.3%를 크게 아웃퍼폼했다. 공모펀드 시장이 빠르게 위축하면서 펀드 운용규모는 과거에 비해 상당폭 쪼그라들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적립식 투자 비히클로 꾸준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랙레코드 2: 네비게이터 펀드, 운용 철학을 구체적 성과로 실현

2020년에는 삼성그룹주 펀드와 함께 한투운용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네비게이터 펀드 운용에 참여했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2005년 12월에 설정돼 올해로 18년째 운용되고 있는 성장주 주력 상품이었는데, 운용역들이 연이어 회사를 이탈하면서 김 수석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그룹주 펀드 때처럼 한투운용은 펀드 체질 개선 방안을 고심했다.

김 수석은 "네비게이터 펀드의 경우 그간 수익률과 변동성 관리가 탄탄했던 만큼, 펀드 운용의 명맥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시장 상황 변화에 관계 없이 벤치마크 수익률을 꾸준히 이길 수 있도록) 타이밍 고민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가꿔가겠다는 초심은 여전히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중대형 성장주 300여개로 유니버스를 구축, 유니버스 안에서 경기 상황이나 시장 국면에 관계 없이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퀄리티 성장주 50여개를 엄선해 펀드에 편입한다. 목표 수익률에 따른 매매 기준을 세우기보다는 기업 펀더멘털 변화를 기준으로 매매를 이행, 연 50~80% 수준의 회전율을 내고 있다.


운용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종목으로는 하이브가 꼽힌다. 지난해 가을 방탄소년단 일부 멤버 군입대로 하이브 주가가 떨어졌지만 김 수석은 하이브를 퀄리티 성장주로 보고 매수 포지션을 잡았다. 하이브 주가는 올 상반기 솟구치면서 펀드 수익률 상승에 힘을 보탰다. '성장 동력을 내재화한 종목'을 엄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약 2220억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는 이 펀드는 김 수석이 운용을 맡은 뒤 18일 현재 누적 수익률 22.0%를 기록하고 있다. 비교지수로 삼고 있는 코스피 지수 같은 기간 수익률 10.3%의 2배 수준이다. 사업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실하게 점한 기업을 발굴, 긴 호흡을 갖고 투자한다는 그의 스타일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향후 계획: 체계적 투자 논리로 공모펀드 가능성 조명

김 수석은 올해로 18년째 한투운용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투운용에서 그보다 더 긴 근속연수를 갖고 있는 인물은 한두명에 불과하다. 지금은 회사를 떠났지만 김영일 전 CIO가 리서치역에서 운용역으로 복귀할 때 도움을 준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김 수석은 무엇보다 본인 성향이 조직의 색깔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16년째 근무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한투운용은 운용과 상품의 본질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조직이라는 점"이라며 "임기응변을 통해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운용전략을 구축하고 그 가운데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며 성장한 점이 스스로의 철학과 꼭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체계적인 투자 논리를 강조하는 김 수석을 두고 주변에선 기관 투자자의 정석을 보는 것 같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실제 오스템임플란트 등과 같이 오랜 기간 우량하다고 생각했던 기업이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장면을 다수 목격했다. 시장 변화에 따라 가끔 투자 원칙에 의심이 들지만, 생각을 거듭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김 수석의 목표는 네비게이터 펀드를 통해 공모펀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 오랜 시간 검증돼 온 우량주 퀄리티 투자가 국내 시장에서도 장기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강조한다.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역량 중 하나는 우량주를 선별하는 능력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 수석은 "과거에 비해 공모펀드를 찾는 투자자 수가 현저하게 작아졌지만, 공모펀드 투자자 수요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부응하는 성과를 낸다면 이 시장에도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기 트랜드를 좇는 상품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주 투자 명맥을 꾸준히 유지해 나가면서 향후 선진국 시장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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