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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아웃 스토리]'해석 분분' 삼성전자의 BYD 투자, 7년만에 '익절 종영'2016년 유증에 5300억 투입·지분 1.9% 확보, 3배 이상 회수…"비즈니스 관계와 무관"

김경태 기자공개 2023-08-24 14:12:58

[편집자주]

모든 법인(法人)의 탄생과 지분 관계 형성에는 배경과 목적이 있다. 기업은 신사업 진출, 해외시장 개척, 합작 등을 위해 국내외에 법인을 만들거나 지분 투자에 나선다. 이는 연결 회계에 흔적을 남긴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이뤄지지만 모든 관계가 영속하지는 못한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을 택하기도 한다. 법인을 없애거나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실적 부진이나 본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여러 이유로 자취를 감춘다. 이는 기업의 사업 전략을 전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벨이 기업의 연결 회계에서 법인이 명멸하는 과정을 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10:1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중국 비야디(BYD)에 약 53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업은 물론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재용 회장이 BYD 고위층을 직접 만나는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눈에 띄는 협력 결과물은 없었다. BYD가 자체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점과 미중 무역갈등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린다. 삼성전자는 결국 7년만에 보유한 BYD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투자원금의 3배를 넘는 금액을 회수하면서 투자 관점에서는 크게 성공한 사례가 됐다.

◇2016년 BYD 지분 1.9% 확보…차량용 반도체 협업, 자체사업·국제환경 영향받아

삼성전자 2016년 7월 BYD에 5287억원을 투자해 지분 1.9%를 확보했다. 당시 장내매수가 아닌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했다. 그만큼 BYD 고위층과 긴밀한 논의 속에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 내용은 삼성전자에서 공식 발표한 것이 아닌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알려졌다. 사실이 알려진 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는 1년여 전부터 논의가 진행돼온 것"이라며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와 파트너십을 통해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용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며 앞으로 다양한 사업 협력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 BYD가 삼성SDI로부터 삼원계 배터리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BYD는 다른 중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제조한다. 기술적으로 앞선 평가를 받는 삼원계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삼성그룹과 손을 잡게됐다는 분석이었다.

약 2년 뒤 삼성그룹 경영진은 중국으로 날아가 BYD 고위층을 만나 구체적인 협력을 모색하기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2018년 5월 2일 중국에 방문해 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연쇄회동하면서 왕추안푸 BYD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의 출장에는 김기남 SAIT 회장(당시 DS부문 사장) 등이 동행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BYD와의 눈에 띄는 협력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우선 BYD의 자체적인 차량용 반도체 사업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BYD는 전기차의 주요 부품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차량용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BYD는 2004년 10월 BYD반도체를 설립했다. 2008년 중웨이반도체를 인수했다. 2011년 e6 차량에 자체 생산한 차량용 반도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차량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2020년 5월에는 19억 위안(한화 약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고 상장(IPO) 준비에 나섰다. 다음 달에 8억위안(약 1500억원)의 유증을 추가로 했는데 SK그룹도 투자자로 합류했다.

여기에 국제정치적인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뒤 2018년부터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더니 갈수록 심화됐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집중 견제했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 간의 공조를 통한 중국의 사업 확장과 기술력 향상 차단에 나섰다.

삼성전자로서는 BYD와 반도체 분야에서 협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환경이 펼쳐진 셈이었다. 실제 SK그룹의 BYD반도체 지분 투자 역시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애매해졌다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지분 매각 '해석 분분', 1조 이상 수익 거둬…삼성전자, 확대해석 '경계'

BYD와 협력을 통한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삼성전자가 BYD 지분 투자로 조 단위 차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BYD 지분을 확보한 뒤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보유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BYD 지분 1.9% 장부가는 같은 기간 4000억~5000억원대를 나타냈다. 이때만 해도 BYD가 큰 차익을 가져다주리라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기차가 급격하게 주목을 받으면서 BYD의 주가는 수직상승했다. 2020년말 삼성전자가 보유한 1.9% 장부가는 1조6955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말보다 4배 이상 큰 수치다.

삼성전자는 2021년 1분기 BYD 지분 1.6%를 매각했다. 지분율은 0.3%, 장부가는 2216억원으로 줄었다. 2020년말 장부가(1조6955억원)을 고려할 때 1조4739억원을 손에 거머쥐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4분기에는 지분 0.2%를 추가 매각했다. 지분율은 0.1%로 내려갔다. 일부 자금 회수를 했지만 주가 상승에 따라 잔여 지분 가치가 더 커졌다. 2021년 3분기말 장부가는 1087억원이었는데 4분기에 지분 0.2%를 팔고도 지분 0.1% 장부가는 1189억원를 나타냈다.


그 후 삼성전자는 지분 0.1%를 계속 갖고 있다가 올 2분기에 전량 매각했다. 올 1분기말 장부가는 1152억원이다. 이를 더하면 삼성전자는 BYD 초기 투자금(약 5300억원)의 3배 이상의 금액을 회수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등 보유한 해외 상장주식 일부를 매각해 미래 투자 금액을 확보했다. 7년 전 사업 협력을 노리고 투입했던 BYD 투자금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요긴하게 쓰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삼성전자에서는 BYD 등 해외 기업 주식 매각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사는 시설투자, 연구개발(R&D)을 위주로 성장하는 기업"이라며 "다른 기업 지분 투자는 주요 업무가 아니며 지분 매각 역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YD와 거래 관계가 당연히 있으며 지분 매각은 비즈니스와는 전혀 무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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