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드아웃 스토리]주성엔지니어링, '설립 24년' 유럽법인 청산2000년 만든 사업체, 이달 초 정리 결정…대만·미국법인 '청산 후 부활 사례'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24-09-02 07:19:25
[편집자주]
모든 법인(法人)의 탄생과 지분 관계 형성에는 배경과 목적이 있다. 기업은 신사업 진출, 해외시장 개척, 합작 등을 위해 국내외에 법인을 만들거나 지분 투자에 나선다. 이는 연결 회계에 흔적을 남긴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이뤄지지만 모든 관계가 영속하지는 못한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을 택하기도 한다. 법인을 없애거나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실적 부진이나 본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여러 이유로 자취를 감춘다. 이는 기업의 사업 전략을 전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벨이 기업의 연결 회계에서 법인이 명멸하는 과정을 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2000년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야심 차게 만들었던 현지 법인을 24년 만에 청산하기로 했다. 설립 이후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데다 최근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법인 정리를 택했다.다만 과거에도 청산 후 다른 사업체를 설립해 현지 시장 공략을 이어간 적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과 대만이 대표적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만큼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수출 기업이다.
◇2000년 야심 찬 유럽법인 설립, 성과 미미
주성엔지니어링이 법인을 설립해 진출한 곳은 크게 4개 지역이다. 우선 미국 공략을 가장 먼저 추진했다. 1999년 8월 주성아메리카(JUSUNG America)를 설립해 사업을 전개했다.
그 다음은 대만과 유럽이다. 대만에서는 2000년 4월 주성퍼시픽(JUSUNG Pacific)을 만들었다. 같은 달 독일에 주성유럽(JUSUNG Europe)을 설립했다. 가장 늦게 진출한 곳은 중국으로 2010년 4월 현지에 주성차이나(JUSUNG China)를 세웠다.
그러다 이달 초 유럽법인 청산을 전격 결의했다. 설립한 지 24년 만에 철수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럽법인 청산은 부진한 성과를 고려한 조치다. 유럽법인은 설립 이후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실적도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다. 작년 매출은 약 4730만원에 불과했고 당기순손실 3309만원을 거뒀다. 2022년에는 매출이 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도 부진했다. 매출은 56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 1 수준이다. 당기순손실 3550만원을 거두며 적자전환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올 상반기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75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돌입했다.
◇'수출 호조' 덕 상반기 실적 개선, 해외 법인 전열 '재정비'
주성엔지니어링은 현재도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치는 황철주 회장이 31년 전 창업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사다. 특히 1998년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주성엔지니어링의 해외법인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출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결 매출 2848억원 중 2450억원이 수출을 통해 벌었다. 전체의 86%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 상반기에도 유사했다. 상반기 누적 연결 매출은 15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3% 증가했다. 이 중 수출로 얻은 매출이 13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3.3% 급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8%로 5.3%포인트(p) 높아졌다.
주성엔지니어링에 가장 중요한 시장은 단연 중국이 꼽힌다. 수출 대부분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매출은 1327억원이다. 전체 수출(1335억원)의 99.4%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다른 지역 공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해외법인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다시 한번 집중도를 높일 채비를 갖췄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 들어 미국의 주성아메리카 법인 청산을 진행했다. 1998년 8월 설립한 이후 26년 만이다. 하지만 미국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다. 기존 법인을 정리한 뒤 미국에 'JUSUNG Inc.'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대만의 경우 2000년 4월 주성퍼시픽을 설립한 뒤 2015년 청산했다. 같은 해 주성타이완(JUSUNG Taiwan)을 다시 만들었다.
주성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일단 본사 영업팀에서 사업을 직접 맡을 계획이다. 다만 대만과 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전략적 필요에 따라 유럽법인을 다시 설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건설사 출자사업 엿보기]DL이앤씨, 미래 먹거리 '카본코·디벨로퍼' 추가 베팅
- [i-point]소니드에이아이, KADEX 2024 특별전시관에 '브레인봇' 전시
- [i-point]시노펙스, 대한신장학회 20회 부울경 혈액투석 심포지엄 참가
- [빅블러 시대, 텔코와 금융의 만남]KT·신한금융, 사업 효용·글로벌 투자 연계력 강화 '방점'
- [i-point]노을, 아세안 AI 의료기기 시판 허가 획득
- [i-point]'미국 진출' 제이엘케이, 20% 무상증자 추진
- [i-point]딥마인드 AI드론, 금천구 '등산로 안전감시' 시범 운영
- [Red & Blue]'중동 전쟁 반사이익' 중앙에너비스, 유가급등 '수혜'
- [삼성 반도체 50년 비포&애프터]'LG 과장에서 삼성 CEO까지' 전영현, DS 부활 이끈다
- [i-point]위세아이텍, '공공데이터포털' 개편 사업 수주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빗썸 대주주 비덴트, 본업 적자 속 '부동산업체' 설립
- '엑시노스 포기없다' 삼성전자, 미국서 GPU 인재 물색
- '새로운 소송의 시작' 삼성전자, 빅딜에 또 먹구름
- 삼성전자 '답답한' 1위의 숙명
- '새 격전지' VR 경쟁 격화, 메타 커넥트 2024에 쏠린 눈
- LG전자, 공언한 Q9 앞세워 '로스콘 2024' 출격 채비
- '한경협 핵심축' 목영준 윤리위원장, 류진 체제 '호평'
- 삼성·금융권 이례적 만남, 반도체 생태계 지원 첫 합심
- 개발자 모이는 삼성 SDC 2024, 기조연설자 면면은
- 유규태 삼성메디슨 대표, 소니오보다 '동남아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