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낸스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스트리미) 인수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았다. 최대주주 자리를 국내 기업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바이낸스는 2대주주로 남아 고팍스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당초 80%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고팍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바이낸스다. 그러나 6개월 넘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수리 결정이 지연되면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당국으로부터 사업자를 받아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최근에도 고파이 지연금 2차 지급을 위해 고팍스에 자금을 투입했다. 남은 고파이 예치금 잔액 지급에 대해서는 신규 주주, 기존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다.

◇바이낸스, 국내 IT 기업에 고팍스 최대주주 자리 넘긴다

3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최대주주 변경 절차에 착수했다. 신규 최대주주는 국내 IT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고팍스 신규 대표이사도 새로운 최대주주 측에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훈 전 대표는 이달 초 사임했다.

아직은 협상 마무리 단계로 지분 양수도 계약은 체결 전이다. 업계서는 바이낸스와 새로운 최대주주가 다수 내용에 대해 협의를 완료했기에 빠르면 내달 중 변경이 확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낸스는 이준행 전 고팍스 대표 등 주요 주주들과 협의해 고팍스 지분 80%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중 과반 이상을 신규 주주에게 넘겨주고 바이낸스는 2대주주로 내려올 계획이다. 고팍스 지배구조에 있어 글로벌 점조직인 바이낸스보다 국내 기업이 상단에 있는 게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수리 늦어지자 '변화' 강수 계속

바이낸스는 고팍스의 사업자 신고수리를 빠르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고팍스 인수 결정이 난 지난 바이낸스는 3월 레온풍(Leon Foong) 전 바이낸스 아태지역총괄을 고팍스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사내이사도 바이낸스 인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제출했다. 잔금은 신고 수리를 받으면 출자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변경신고가 불수리될 경우 국내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이행할 수 없기에 혹시 모를 리스크를 헤징하는 방법으로 잔금을 남겨뒀다.

신고수리는 계속 지연됐고 6월 중 이중훈 고팍스 전 부대표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바이낸스와 고팍스 딜을 성사시킨 인물로 금융당국과 바이낸스 간 소통을 도울 적임자라는 판단이 있었다. 차도가 없자 바이낸스는 이달 초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해임안을 가결했다.

그 후 내놓은 초강수가 바로 최대주주 변경이다. 바이낸스가 설계한 고팍스 지배구조는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100%)→바이낸스 아태 홀딩스 유한회사(80%)→고팍스' 형태다. 외국인인 창펑자오 대표 개인이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고팍스를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위험평가와 대주주적격성을 당국이 면밀히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바로 투입하지 않고, 신고수리 후 일부 잔금을 전환사채(CB)로 출자하는 구조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중 대다수를 가상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바이낸스가 코인으로 출자할 경우 법적 리스크가 많아 구조를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

이에 마지막 카드로 선택한 것이 최대주주 변경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 인수에 대한 바이낸스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신고수리가 계속 늦어지기 때문에 국내 기업으로 최대주주를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고파이 지연금은 '어떻게'

최대주주가 바뀔 경우 '남아 있는 고파이 지연금을 누가 지급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고파이는 고팍스가 제공했던 가상자산 예치이자 서비스다. 일정 기간 코인을 맡겨 두면 운용 후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운용사인 제네시스캐피탈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고객의 돈이 묶였다.

기존에는 바이낸스가 인수대금을 치르면 그 자금으로 고파이 지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이뤄진 2차 지연금 지급이 이뤄졌고 1, 2차를 더해 전체 지연금의 40% 상당이 지급 완료됐다. 아직까지 60% 정도가 남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바이낸스와 신규 최대주주가 협의 중으로 아직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