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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계열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이슈 직면…대응 방안은 행정소송·우호지분 유치 등 거론…매각시 저평가 불가피

이기욱 기자공개 2023-09-01 08:05:34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상인그룹 계열의 두 저축은행이 대주주 적격성 이슈에 직면했다.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금융당국 중징계로 인해 대주주 자격을 상실해 ㈜상상인이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행 지분을 처분해야할 위기에 처했다. 상상인 측은 현재 매각 외 대응 방안을 다방면으로 고심 중이다.

지분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염가 매각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로 과거 대비 기업 가치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자로는 일부 금융지주와 사모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움직임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 회장 승소 사례 있지만 상황 많이 달라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 그룹 계열의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두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상상인이며 실질적인 소유주는 유준원 상상인 대표다. 유 대표는 상상인의 지분 23.4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유 대표의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더한 지분율은 32.19%다.

이번 명령은 유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대법원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2019년 금융위는 불법 대출, 허위보고 등의 혐의로 유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 중징계를 내렸고 유 대표는 이에 불복해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소송이 진행된 결과 금융위가 승소했고 유 대표의 중징계가 최종 확정됐다.

저축은행법 시행령 제7조의 4 8항,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7조 2항 등에 따르면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이는 향후 4년동안 금융사의 임직원과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유 대표의 경우 징계가 확정됐기 때문에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금융위가 명령 이행 기간을 단 2주만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지분 처분 명령이다. 대주주 자격이 상실된 이는 6개월 내 저축은행의 지분을 10% 이내로 남기고 모두 매각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로 2021년 유진저축은행(현 다올저축은행)이 있다. 당시 유진저축은행의 대주주 유진기업은 레미콘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 제재를 받았고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알짜 자회사를 KTB금융그룹(현 다올금융그룹)에 넘겨야 했다.

상상인은 지속적으로 저축은행 매각 의향이 없다는 점을 밝혀 왔다. 현재도 매각 외 방안들을 다방면으로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행정소송이다. 유 대표 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은 이미 결론이 났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문제 삼을 수 있다. 앞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대법원까지 가는 행정소송 끝에 고려저축은행의 지분을 지켜낸 바 있다.

다만 이 전 회장과 유 대표는 승소 가능성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회장은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됐던 횡령 행위 등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제도가 도입된 2010년 9월 이전에 이뤄졌다. 법원은 과거 행위에 대한 소급적용이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1~3심 모두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유 대표의 불법대출 등 행위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발생했다. 승소를 위해서는 이 전 회장과는 다른 논리가 필요하다. 직무정지 징계도 2019년 12월에 결정됐기 때문에 효력 만료 시점(4년, 2023년 12월)을 문제 삼을 수도 없다. 금융위가 매년 연말에 결의했던 대주주적격성 안건을 이례적으로 8월에 처리한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상인이 이러한 심사 시기 변경 등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승소 여부는 불투명하다. 행정소송 외 백기사(우호적 지분 투자자)를 끌어들여 징계 기간 동안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유진저축은행, 2021년 급매로 저평가…올해 수익성·건전성 악화

지분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두 저축은행의 염가 매각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황 악화로 수익성 및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매각은 기업 가치 측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31일 공개된 공시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2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443억원 당기순이익 대비 691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대출자산 역시 2조9597억원에서 2조5220억원으로 14.8% 줄어들며 역성장 흐름을 보였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13%에서 10.67%로 8.54% 포인트 급등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상반기 9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113억원 순익보다 204억원 줄어들었다. 대출 자산은 1조5032억원에서 1조2365억원으로 17.7% 줄어들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16%에서 10.68%로 7.52% 포인트 악화됐다.

급매로 인한 가격 하락 역시 불가피하다. 지난 2021년 당시 KTB투자증권은 유진저축은행 지분 30%를 732억원에 매입했다. 100% 기준 지분 가격은 약 2440억원이다. 2020년말 자본총계(3927억원)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배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정상적으로 매각됐던 스마트저축은행(약 1.2배), 대한저축은행(약 1.4배) 등과 비교하면 크게 저평가됐다.

매각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행정 소송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매각시 인수 후보자로는 J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움직임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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