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IPO 전략 점검]아이디언스, 일동제약 '신약 가치' 지킬 최후의 보루⑥그룹 R&D 정리 흐름 속 개발 성과, 재도약 기반 '중책'
이기욱 기자공개 2025-04-11 08:02:48
[편집자주]
바이오텍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기업공개(IPO) 움직임이 전통 제약사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안정적인 매출 기반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자사 또는 자회사 IPO에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통상 IPO를 단행하는 이유는 용이한 자금조달에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각 사의 현황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더벨은 제약사들이 IPO에 나서는 본질과 그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08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동제약그룹의 신약 개발 자회사 '아이디언스'는 제약사들의 여러 신약 개발 자회사들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일동제약그룹이 전격적으로 추진했던 신약개발 사업의 가치를 지키고 재도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일동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설립된 아이디언스는 외부 FI 투자에 이어 동아에스티의 SI 투자를 이끌어 냈다. 그룹 전체적으로 신약 개발 사업을 대거 정리한 상황에서도 항암제 신약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이디언스는 주관사 선정을 통해 IPO(기업공개) 도전을 공식화 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세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침체된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기술성 평가 등에 나설 계획이다.
◇100% 자회사 설립 후 FI 투자 유치, 동아에스티 SI 합류
아이디언스는 2019년 5월 일동홀딩스가 설립 자본금 5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일동제약그룹은 신약개발의 전문화와 효율화를 위해 설립된 아이디언스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을 기반으로 신약물질 탐색에서부터 임상, 기술수출 및 상용화 등 신약개발 업무 등을 전담한다.
일동홀딩스는 설립 후 곧장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렸으며 이듬해 FI 투자까지 이뤄냈다.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4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증자가 완료된 2021년말 기준 일동홀딩스의 지분율은 55.6%로 낮아졌고 키움-유안타2019스케일업 펀드 등이 44.4%의 지분을 확보했다.
작년에는 동아에스티의 SI 투자도 이뤄졌다. 동아에스티는 아이디언스가 추진하는 2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작년말 기준 37.63%의 지분율로 2대 주주에 올랐다. 일동홀딩스의 지분율은 47.33%다.

◇핵심 파이프라인 베나다파립 두각, 신규 후보물질 4종 공개
아이디언스는 외부 자금 수혈을 통해 신약 개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아이디언스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베나다파립이다. 베나다파립은 일동제약이 후보물질을 발굴해 2019년 아이디언스에 기술권리를 이전한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저해 표적항암제다. 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데에 관여하는 효소인 PARP를 억제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기전을 가졌다.
작년 유방암 대상 임상 2a상을 완료하고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위암 대상 병용 요법 임상 2a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임상 연구 성과를 암 분야의 국제 학술지(Cancer Medicine) 최신호에 게재하며 약물의 안전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아이디언스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시험을 비롯해 후속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협업사 발굴과 기술수출 추진 등 상업화 작업도 병행한다.
내달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는 신약 파이프라인에 새롭게 추가된 항암제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 성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공개 예정인 신약 후보물질은 △암 줄기세포 표적 항암제 'ID12023 △KRAS 돌연변이 비소세포 폐암·췌장암·대장암 표적 항암제 'ID12241' △불응성 전립선암 치료제 'ID11916' △PARP1 저해제를 탑재한 항체약물접합체(ADC) 'ID12401' 등 4종이다.
◇대규모 투자 후 정리 수순, 아이디언스에 달린 그룹 R&D
아이디언스의 꾸준한 신약개발 사업은 일동제약그룹 전체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일동제약은 2017년 일동홀딩스와 분할된 2017년을 기점으로 신약개발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오너 3세인 윤웅섭 부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했고 '신약'을 선택했다. 2019년 일동후디스가 분리 독립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시기기도 했다.
일동제약은 2017년말 서울대학교 의대 출신으로 한국 얀센 등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최성구 부사장을 연구소장으로 영입하며 R&D 사업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2022년에는 최 사장을 사내이사로도 선임하며 신약 개발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보였다.
2010년대 후반 400억원대에 그쳤던 R&D 비용은 2020년 600억원대로 늘어났고 2021년과 2022년에는 1000억원대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해당 시기 대규모 비용 투자로 인해 일동제약은 각각 543억원과 7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3년 역시 늘어난 연구개발비로 인해 영업 손실 흐름을 이어갔다.

유노비아 자산 매각도 이뤄졌다. 일동제약의 중앙연구소였다가 현재 유노비아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던 토지 및 건물을 약 280억원에 매각했다.
오너 주도의 핵심 사업이 결실을 맺기 전 불가피하게 정리되는 모습이지만 아이디언스의 성과에 따라 향후 정책이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 베나다파립은 화학 요법항암제 '이리노테칸'과의 병용요법에서 긍정적 효능을 확인하며 시장성 측면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아이디언스는 여전히 유의미한 매출 없이 개발 비용만이 사용되는 중이다. 작년 역시 1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있었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IPO를 통한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IPO 이후 신약 개발 결실까지 이어진다면 일동제약그룹의 신약 재도전의 발판도 마련될 것이라는 평가다.
아이디언스는 2022년 DB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도전을 공식화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IPO 시장 침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상장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적절한 시기가 오면 기술성 평가 등 IPO 작업에 나설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진행 중인 연구·개발 과제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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