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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채권 윈도 제도의 명암]안전자산 등극 '한국물'…"성장 고민할 때"③펀더멘털 강화에도 규제로 다변화 '제약'…1~2일 불과한 윈도 확대 필요성

윤진현 기자공개 2023-09-07 13:45:32

[편집자주]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윈도(Window)를 받는 것. 기획재정부는 외화채권 발행을 허가하면서 프라이싱 일정도 통보한다. 이 기일에만 발행이 가능한데, 해당 제도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국내 이슈어끼리의 경쟁이 제한돼 안정적으로 발행이 가능하단 의견과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단 지적이 맞선다. 더벨이 외화채권 윈도 제도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 Paper)은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신흥국)의 안전자산이란 인식이 자리잡았다. 불과 26년 전 IMF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은 국제 자본시장에서 하이일드급 국가였다. 한국 정부의 크레딧 안정세에 힘입어 한국물도 견고한 펀더멘탈을 갖췄다.

시장 참여자들은 발행 자율성을 통해 외화조달 시장을 더 다변화하고 성장시킬 때라고 입을 모은다. 윈도(Window) 규제가 성장과는 상충되고 있다는 것. 기간 단위 윈도 등 제도 완화로 한국물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크레딧 '고공행진'…한국물, 이머징마켓 내 '안전자산' 입지

한국은 1986년 처음으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A2'의 국제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후 1997년 IMF 시절 투자 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추락했다. 꾸준히 신용도를 끌어올린 결과 이달 기준 Aa2의 등급을 보유했다.

Aa2는 Aaa와 Aa1에 이은 우량 등급이다. 아시아 국가 중 Aa2보다 높은 크레딧을 보유한 곳은 싱가포르(Aaa)와 홍콩(Aa2) 뿐이다. 이어 S&P, 피치는 각각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우량한 등급을 보유한 만큼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의 채권을 안전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외신용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도 감소세를 보인 배경이다. 5년물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사태 당시 약 74bp로 크게 증가한 후 현재 30bp대로 다시금 안정세를 찾았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이머징마켓으로 여겨진다. 기타 아시아채권과 대비해 한국물의 경우 이머징마켓에서 우량한 크레딧을 지녀 선호도가 높다. 이슈어들의 적극적인 발행으로 펀더멘탈을 형성한 결과다.

그만큼 한국물 시장의 성장을 위해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의 입지 개선과 달리 기재부의 시장 개입 정도가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IMF 이후 약 26년이 흘렀지만 아직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된다"며 "이머징마켓에서 가장 우량한 등급을 지닌 국가인 만큼 선진 시장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한국물 발행의 활성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국물 조달 다변화 '제약'…일자 대신 '기간 제시' 대안도

한국물 시장 참여자들은 기재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에 정부의 관리 효율성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자율성이 전무한 현 발행 구조로는 제약이 크다는 게 골자다.

한국물 발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인 윈도의 유연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1~2일의 발행 일자 지정 대신 기간 지정 방식이 이상적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매크로 이벤트에 맞게 조달 전략의 수정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외화채 발행의 변수로는 스프레드 뿐 아니라 통화스와프금리(CRS), 투자자 수요 등이 거론된다. 게다가 연간 8회 개최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같이 변동성이 큰 시기는 프라이싱을 지양한다.

확정 프라이싱을 일을 받는 현 구조상 대외 환경에 따라 흥행 여부마저 달라졌다. 이는 이슈어들이 합리적인 윈도를 위한 '물밑 경쟁'을 펼친 배경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3월 23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북빌딩이 몰렸다.

이에 이슈어, 주관사 등의 시장 참여자들은 윈도 기준을 2일로 제한하기 보단 일정 기간으로 완화하는 방향이 이상적이란 의견이다. 이 경우 역내 시장과 스왑 여건 등을 고려해 프라이싱이 가능하고, ESG채권과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발행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 봤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물 시장 성장의 관점에서 기재부가 외화채 발행을 승인하는 구조가 제약으로 자리잡았다"며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에 정부의 개입에 동의하지만 발행사와 조달 규모 등이 제한적인 지금의 형태론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IMF 당시와 달리 펀더멘탈이 회복된 만큼 이종통화 조달, ESG 채권 발행 등 다변화를 꾀해야 할 때"라며 "기재부가 효율적인 운영을 넘어 한국물 시장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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