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저축은행 재편 그후]부실 사태 10년…구조조정의 시간 다시 오나①과거 부실 회사 30개, 정부 주도로 정리…알짜 회사로 탈바꿈

이기욱 기자공개 2023-09-18 08:10:02

[편집자주]

저축은행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년만이다. 79개사 체제로 고속 성장을 이뤄냈던 저축은행업계가 최근 다시 한 번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의 M&A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재편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 구조조정 사례와 이후 각 사 변화들을 통해 저축은행 업계의 활로 모색 방향을 전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1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업계는 수많은 구조조정을 겪으며 변화를 거듭해왔다. 1972년 이후 51년의 역사 동안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 저축은행 사태 등 많은 위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많은 저축은행들이 새로 생기고 사라졌다.

가장 최근의 구조조정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됐다. 부동산PF 대출 부실로 인해 많은 저축은행들이 파산했고 대규모 인수·합병이 이뤄졌다.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이겨낸 저축은행들은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104개 저축은행, 97개로 감소…현재까지 체제 유지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0년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수는 104개에 달했다. 총 자산은 86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총 여신과 수신은 각각 64조6000억원, 77조원이었다. 하지만 구조조정 이후 자산은 43조8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고 여신과 수신도 각각 37조6000억원, 35조6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무려 31개의 저축은행이 파산했다. 정부 주도의 가교저축은행 설립이 이뤄졌고 각 금융지주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부실 저축은행들을 인수했다. 저축은행 수는 79개로 감소했다. 79개사 체제는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구조조정의 시작은 2011년 1월 삼화상호저축은행이었다. 금융당국이 자율적 인수합병에 영업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노력을 했으나 결국 파산을 막을 수 없었다. 삼화상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월 부산저축은행계열 5개사(부산·대전·부산2·전주·중앙부산저축은행)이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영업 정지를 당했다. 도민저축은행, 보해상호저축은행 등도 부실 대열에 합류하며 파산 저축은행의 수는 8개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그해 7월 업계 일괄 경영진단에 착수했고 경은·제일·제일2·프라임·대영·에이스·파랑새·토마토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의 영업을 추가로 정리시켰다. 자체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계약 이전 등 정리를 추진했다.

구조조정의 칼날은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2012년에는 미래·솔로몬·한국·한주·토마토2·진흥·경기·더블유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이, 2013년에도 서울·영남·신라·스마일·한울저축은행 등 5개사가 퇴출됐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해솔저축은행, 골든브릿지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8개 가교저축은행 통해 1차 정리…대부분 금융지주에 넘겨

부실저축은행 처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실시됐다. 예금보험공사 주도의 가교저축은행 설립과 3자 매각이다. 매각은 주로 금융지주사로 이뤄졌으며 대신증권, 웰컴크레디라인 등 금융사도 힘을 보탰다. 31개 부실 저축은행 중 자체 정상화에 성공한 곳은 대영저축은행(현 다올저축은행) 단 한 곳뿐이다.

가교저축은행은 예솔·예나래·예쓰·예한별·예한솔·예성·예주·예신저축은행 등 8개가 설립됐다. 부산저축은행과 경은저축은행, 토마토2저축은행, 영남저축은행 등 부산·영남지역 4개사가 예솔저축은행으로 합쳐졌고 충청권 저축은행(대전·한주저축은행)은 예나래저축은행이 됐다.

전주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은 예쓰저축은행으로 통합됐다. 이외 진흥·경기·더블유·서울·신라저축은행은 각각 예한별·예한솔·예성·예주·예신저축은행으로 계약 이전 됐다.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인수에 나선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민영화 전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는 예금보험공사였다. 우리금융은 2011년 3월 1호 영업정지 저축은행인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듬해 9월에는 솔로몬저축은행도 사들였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각각 제일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을 떠안았고 하나금융지주는 에이스·제일2·한국저축은행 등을 인수했다. 부실저축은행이 대량으로 발생한 부산·영남 지역의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도 프라임저축은행과 파랑새저축은행을 책임졌다. 그밖에 대신증권도 부산2·중앙부산·도민저축은행을 인수하며 힘을 보탰고 웰컴크레디라인이 해솔저축은행을 인수하며 2금융권에 진출하기도 했다.

구조조정이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할 일은 남아있었다. 8개 가교저축은행의 처리였다. 이 역시 금융지주의 대부분 금융지주의 몫이 됐다. 한 곳의 저축은행밖에 사지 않았던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예한솔저축은행과 예한별저축은행을 추가로 인수했다.

공기업인 IBK기업은행도 예솔저축은행을 인수했으며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예성저축은행을 가져갔다. 웰컴크레디라인에 이어 아프로서비스그룹(현 오케이금융그룹)도 예주저축은행,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며 2금융권에 첫 발을 디뎠다. 웰컴크레디라인도 예신저축은행을 추가 인수했다. 예쓰저축은행의 경우 이례적으로 산업자본인 삼호산업 품에 안겼다.

◇업계 총 자산 120조원으로 성장…올해 위기에 매각설 '솔솔'

대규모 구조조정을 끝마친 저축은행업계는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뤘고 현재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업계 1, 2위 기업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지방은행과 비슷한 규모의 순익을 시현하기도 했으며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들도 알짜 계열사로 거듭났다.

2015년말 43조8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던 자산 규모는 지난해말 120조2383억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규모는 2015년 3618억원에서 지난해 1조5963억원 4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호황으로 자율적 M&A 사례도 많이 늘어났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최상위 지배기업이 MBK파트너스에서 JC플라워즈,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 EQT파트너스 등으로 여러 번 변화했으며 스마트저축은행, 대한저축은행 등도 2019년 주인이 바뀌었다.

향후 저축은행 매물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들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업계 위기로 10여년 만에 업계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업계는 96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총 여신 연체율도 5.33%로 지난해말(3.41%) 대비 1.92%포인트 악화됐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 업계 M&A 규제를 완화하며 업계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권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비수도권에 한해 영업구역을 최대 4개까지 확대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저축은행 M&A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일부 사모펀드들이 항상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지는 않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