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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의 승부수, AI]인력난 속에 돋보인 '선순환 전략'③연구환경 바꾸고 파격 대우, 'AI 내재화' 전략 통해 자체 인력 양성

정명섭 기자공개 2023-09-14 07:35:47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이 주요 산업 부문에서 혁신을 일으킬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외 기업 간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올해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인력난은 더 심화하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옛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AI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국내 대기업들마저 AI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그룹도 당장 현장에 투입할 AI 인력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룹의 AI 싱크탱크 'LG AI연구원'은 출범 이후 인원을 3배 이상 늘릴 수 있었다. 그 배경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사혁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4대 그룹 중에서도 인사 문화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순혈주의'를 과감하게 타파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인재라면 파격 대우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깔려있다. 최상의 연구 환경을 조성하자 굵직한 외부 인재가 LG그룹에 합류했다. 이는 다시 새 인재가 찾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 최상의 연구 환경 조성하니 AI 핵심 인재 몰려

2020년 12월, LG그룹이 LG AI연구원을 출범할 당시 재계의 큰 주목을 받은 인사가 있었다.구글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 출신으로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손꼽히는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사진)의 LG AI연구원 합류다. 그에겐 C레벨 AI 사이언티스트인 'CSAI' 직책이 주어졌다.

LG그룹의 기업 문화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했던 탓에 이 소식은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주요 그룹 중 독립적인 AI 연구 조직을 만든 것도 처음이었지만 새로운 임원급 직책까지 만들어 외부 인재를 영입한 건 당시로선 꽤 파격적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이 교수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이후 글로벌 수준의 AI 석학들이 LG그룹에 합류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LG그룹은 2022년 3월 국내 AI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서정연 서강대 교수를 LG AI연구원 인재육성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같은 기간 미국 일리노이대 이문태 교수도 영입했다. 그는 스탠포드대와 코넬대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초빙교수로도 활동해왔다. 글로벌 AI 최신 연구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그는 현재 LG AI연구원에서 초거대 AI 선행 기술과 기계학습의 향후 발전 방향과 관련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졸업생이 미국 빅테크 기업이 아닌 LG AI 연구원 미시간 리서치센터행을 택해 주목받기도 했다. 외부 인재 영입이 새로운 인재 영입으로 이어진 선순환 체제가 구축됐음을 볼 수 있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는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구 회장은 LG AI연구원에 기존 계열사와 전혀 다른 '문법'을 적용했다. 일하는 방식과 보상 체계, 근무 환경 등을 확 바꿨다. 그는 먼저 '애자일' 기반의 연구 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짧은 주기의 개발을 반복해 하나의 큰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는 방법론이다.

AI 연구 특성상 매번 성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3개월 단위의 프로젝트로 도전과 실패, 재도전을 반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연한 문화를 조성했다. 연구자는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다양하게 과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과감한 도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다.

아울러 구 회장은 LG AI연구원에 한해 역량 기반의 새로운 평가와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역량만 있으면 연차와 상관없이 연구위원급, 임원급 대우를 해주는 식으로 전반적인 보상 체계를 운영하도록 했다. LG그룹은 현재 AI 분야 박사급 인력에 최소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테크 기업 근무 경력까지 있으면 최대 5억원의 몸값을 제시한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연구 환경 조성 의지는 이홍락 교수 같은 거물급 인재를 영입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실제로 이 교수는 LG그룹에 합류한 이유로 전자, 배터리,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실증해 볼 수 있다는 점 외에 유연한 연구 환경을 꼽았다. LG그룹이 교수직과 LG AI연구원 CSAI직을 겸직하도록 배려한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구 회장은 지금도 LG AI연구원에 "AI 연구자들이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한다.

◇영입만으로 한계...AI 인력 직접 키우는 '내재화' 전략 가동

구 회장의 다음 시선은 AI 인재 양성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부는 디지털 전환 바람 속에 AI 인력 확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다 보니 자체적으로 필요 인력을 키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AI 역량 내재화' 전략이다.

△LG 에이머스 △AI 채용 계약학과 △LG 아카데미 등은 이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LG에이머스는 만 19~29세 대상 AI 전문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 신설됐다. AI 해커톤 행사와 연계해 우수 성과를 거둔 참여자에 LG 입사 시 서류전혀 면제 혜택도 제공한다. 실제로 올해 LG 에이머스 과정 출신 AI 인력 10여명이 입사하는 등 그룹 내 인재 발굴 창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AI 채용 계약학과의 경우 LG전자 주도로 운영된다. 연세대와 AI,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 분야와 관련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입학생 전원에 석사 2년간 산학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LG전자 취업을 보장한다. 최근에는 서강대와 AI학과를 운영하기로 했다. LG그룹은 AI 인재 발굴을 위해 다른 대학과 추가 협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 아카데미는 사내 직원 대상의 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급 과정부터 석사 학위까지 주는 대학원 과정까지 있다. 이를 통해 LG그룹은 연간 5000명 이상의 임직원을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충분히 검토한 이후 선택한 사안에 대해선 과감하게 실행하는 리더"라며 "AI의 경우 구 회장이 취임 후 LG의 미래를 숙고한 끝에 낙점한 신사업인 만큼 뚝심 있는 의사결정이 앞으로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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