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무차입 경영' 못 지킨 강남제비스코, 걱정없는 이유는평택공장 투자 마무리 수순...올해 판가 인상에 수익성 회복도 긍정적
정명섭 기자공개 2023-09-19 07:34:56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07:5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도료 시장 점유율 4위 기업 강남제비스코는 업계에서 재무 우등생으로 손꼽힌다. 차입금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무차입 경영' 상태를 수년간 유지해왔다. 이 기조가 무너진 건 2020년 이후부터다.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도료 사업부문 실적이 하락한 데다 신규 설비 투자로 인한 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차입부담이 늘었다.올해 남은 설비 투자와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무차입 수준으로 돌아가긴 어려워보인다. 다만 가장 큰 투자 건이었던 평택공장 신설 프로젝트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고, 올들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어 과거만큼 재무부담이 커지진 않을 전망이다.
◇설비투자·이익 감소에 작년 말 총차입금 1000억원 돌파
강남제비스코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229억원, 부채비율은 41.2%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12.7%를 기록했다.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5년간의 재무상태 추이를 보면 차입부담이 이전 대비 크게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총차입금은 2018년 34억원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말 1000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순차입금 마이너스(-) 행진이 멈춘 것도 이때부터다. 강남제비스코는 이전까지 차입금 규모를 넘어선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무차입 경영 상태를 다년간 유지해왔다. 부채비율은 2019년까지 20%를 하회했으나 2021년 말 30%, 2022년 말 40%를 차례로 넘어섰다.
총차입금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차입금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20년 말 27억원, 2021년 말 31억원에 불과했던 단기성차입금은 작년 말 665억원, 올해 상반기 456억원으로 늘었다. 단기성차입금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KDB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서 받은 단기차입금과 시설자금대출로 구성됐다. 다만 6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891억원)이 단기성차입금을 훌쩍 넘어 당장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
강남제비스코의 재무부담이 가중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이후다. 차입금 증가 요인은 수익성 악화와 평택공장 신설이다. 강남제비스코는 2021년 관계기업이었던 강남화성을 종속회사로 편입하면서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으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그해 1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이 이어져 도료 부문 실적은 저하가 이어졌다. 도료 사업 부문은 강남제비스코 전체 매출에서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평택공장 신설은 강남제비스코가 평택 2만2600평 부지에 7개 생산공장과 물류창고, 기술연구소를 짓는 설비투자다. 2016년 착공해 지난해 10월 건설이 마무리됐다. 이곳에선 친환경 도료와 공업용 도료, 수지, 제관도료 등이 생산된다. 평택공장의 친환경 페인트, 기능성 코팅제 생산능력은 연산 10만톤 이상이다.
당초 회사는 1000억원가량의 자본적지출(CAPEX)을 계획했지만 강화된 환경 규제를 충족하고 기존 안양공장에서 이전한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면서 CAPEX가 1490억원으로 늘었다.
◇평택공장 투자 마무리 수순...차입부담 급증하진 않을 듯
차입금 증가 기조는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돼 단기간에 무차입 경영으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공장 가동으로 인한 운전자금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차전지용 도전재 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도 지속해야하기 때문이다.
강남제비스코는 지난 5월 전자재료 전문업체 신아티앤씨와 합작회사 KS첨단소재를 설립했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차전지 도전재(전류전도물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KS첨단소재는 올해 말까지 도전재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예상 양산 시점은 2024년 초다.
강남제비스코는 앞서 종속회사인 강남화성을 통해 이차전지 파우치용 폴리에스터 접착제를 개발하는 등 이차전지 소재 부문으로 사업 영토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전기연구원과 고용량 리튬 이차전지용 양극 바인더 기술을 2032년까지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외에도 강남화성 안산 합성수지 공장과 또 다른 종속회사인 강남케이피아이 복합성형재료 공장의 생산능력 개선 투자도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강남제비스코가 올해 하반기에만 설비 투자로 쓸 CAPEX는 약 91억원이다.
다만 CAPEX 부담이 줄고 있어 재무부담이 이전처럼 급격히 커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투자 건이었던 평택공장 건설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 현재 평택공장 프로젝트는 물류창고 건설 정도만 남은 상태다. 실제로 2021년과 2022년 CAPEX는 각각 600억원을 넘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36억원이 지출됐다.
올해 들어 강남제비스코의 수익성이 개선된 점도 호재다. 도료 판가가 오르고 유가와 환율 모두 작년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화하면서 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고 있다. 강남제비스코는 2021년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영업이익 4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연간 이익의 두 배 이상인 89억원이다. EBITDA/매출액 지표는 작년 상반기 2.4%에서 올해 상반기에 6.8%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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