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료업 이차전지 도전기]현재진행형인 삼화페인트의 화학소재 퍼즐 맞추기④대림화학·이노에프 인수·특허권 확보…안산공장 EMC 초기 설비 구축
김동현 기자공개 2023-09-25 07:58:52
[편집자주]
페인트로 대표되는 도료업은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축자재로 인식되지만 사실 전 제조업에 걸쳐 사용되는 원자재이다. 공업·목공·건축·전자 등 용도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는데 그 원재료는 원유를 정제해 나온 용제·수지 등이다. 석유화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도료업체들은 전방산업의 소재 분야로 사업 확대 기회를 꾸준히 모색했다.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차전지 산업 역시 도료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국내 도료업계의 이차전지 사업 준비 현황을 되돌아보며 성장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들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던 삼화페인트는 본업인 도료업의 글로벌 생산거점 구축을 진행하는 동시에 도료 외 사업분야로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경쟁 도료업체들이 일찌감치 소재를 중심으로 한 사업다각화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늦은 시작이었지만 삼화페인트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화학소재 사업 경험을 빠르게 쌓아갔다.삼화페인트의 화학제품 제조 사업부문을 구성하는 계열사는 삼화대림화학, 이노에프앤아이 등 2곳이다. 2곳 모두 삼화페인트가 화학 사업 진출을 위해 지분 확보에 나선 사례다. 특수 화학에 강점을 가진 계열사를 둔 삼화페인트는 이제 자체적으로 소재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도료·화학소재 시너지, 화학사업군 구축
도료, IT(에스엠투네트웍스·코아네트), 운송주선 및 금융(삼화로지텍·유씨에이치파트너스) 등으로 구분되던 삼화페인트 사업군은 2018년을 기점으로 한차례 변화한다. 2018년 10월 대림화학 인수를 계기로 도료와 화학제품을 하나의 사업부문으로 묶어 구분하기 시작했다.
1976년 설립된 대림화학은 전자재료 및 의약품 중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한 정밀화학 기업이다. 2010년대 초까지 300억~40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다 2010년대 중반이 되며 재무구조 악화로 2018년 2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도료산업에서 파생된 특수 화학 사업 진출을 계획 중이던 삼화페인트가 이를 기회로 포착하고 79억원을 투입해 대림화학(현 사명 삼화대림화학)을 인수했다. 2018년 95억원에 불과했던 자산총계는 올 상반기 123억원까지 올라왔고 영업이익 역시 적자에서 흑자전환하는 등 삼화페인트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 이후 삼화대림화학은 삼화페인트와 공동으로 폴리에스터필름 제조기업 이노에프앤아이를 인수하며 삼화페인트의 기능성 화학소재 제품군 확대를 지원했다. 이노에프앤아이는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는 보호필름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2020년 삼화페인트 계열사로 편입될 당시 삼화페인트가 지분 50%, 삼화대림화학이 지분 40%를 각각 출자했다.
기능성 제품을 중심으로 화학소재 사업을 본격 확대하기 시작한 삼화페인트는 자체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화학소재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플루오린 함유 디알킬카보네이트 화합물 제조 특허를 시작으로 술톤 유도체, 플루오로설포닐기 함유 카보네이트 화합물 등 화학소재 제조 특허를 출원했다. 특히 이들 특허 모두 이차전지 소재인 전해액에 들어가는 원료들로 삼화페인트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 가능성을 점치는 계기가 됐다.
◇EMC 양산 테스트 과정, 초기 생산시설은 이미 구축
M&A와 R&D 등 두가지 경로로 화학 사업을 강화 중인 삼화페인트는 또다른 소재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2021년 정관상 사업목적에 전기·전자·반도체 재료 제조가공을 추가한 삼화페인트는 그해에 에폭시 밀봉재(EMC·Epoxy Molding Compound) 생산시설 구축에 돌입했다.
EMC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들어가는 소재로 외부 열, 습기, 충격 등으로부터 반도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이차전지팩에서 나온 직류 전기를 교류로 전환해 모터로 보내는 파워모듈에 들어가는 소재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EMC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국내에선 KCC와 삼성SDI 정도가 EMC 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술적 안정성이 가장 높은 평가요소인 EMC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아 삼화페인트는 우선 양산평가를 반복해서 진행하며 진출 기회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 안산공장에 구축을 완료한 EMC 초기 생산시설의 생산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EMC 시장 진입을 위해 사업 초기단계부터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현재 EMC 개발·평가는 중앙연구소 산하 기초소재연구소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 도료별로 5개 연구소로 운영되던 연구조직을 소재(기초소재연구소)와 도료(코팅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2개 연구소로 재편해 사업별 연구 시너지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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