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OCI 지주체제]'화학'에서 '소재' 회사로...OCI가 띄운 승부수는②반도체·이차전지 소재 부문서 JV 설립, 설비 신·증설 속도
정명섭 기자공개 2023-10-11 07:28:34
[편집자주]
OCI그룹이 연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고 '100년 기업'을 위한 첫발을 뗀다. OCI홀딩스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 관리, 신사업 발굴 등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한다. OCI그룹은 재편된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각 자회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더벨은 지주사 전환으로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에 선 OCI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계열사는 신설 사업회사로 새출발한 OCI다. OCI는 전통 화학회사에서 반도체·이차전지 소재 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 놓여 있어서다. OCI는 소재 합작사 설립과 생산설비 신·증설 등으로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화학업으로 쌓은 기술, 소재 분야로 확장
OCI가 인적분할 이후 추진하는 미래 사업 분야는 고연화점 피치와 실리콘 음극재용 특수소재,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이다. 본업인 화학사업을 하면서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연화점 피치는 이차전지 음극재 표면을 코팅하는 소재다. 이차전지의 수명, 충·방전 속도 등에 영향을 미친다. OCI는 1996년부터 철강 제조공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정제해 액상 피치를 생산해왔다. 국내 기업 중 피치를 생산하는 곳은 OCI가 유일하다.
OCI는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음극재용 피치 수요가 급증하자 녹는점을 높인 고연화점 피치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출발은 2020년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과의 합작법인 '피앤오케미칼'의 출범이다. 포스코퓨처엠이 51%, OCI가 49%의 지분을 투자했다.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그동안 고연화점 피치를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피치 수급 안정성을 높이려면 내재화가 필수였다. 여기에 새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OCI와 이해관계가 맞아 합작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합작사 설립은 이전부터 OCI가 원가를 낮추고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구사해왔던 전략이다.
피앤오케미칼은 작년 9월 충남 공주 탄천산업단지에 고연화점 피치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해 지난달 준공했다. 생산능력은 연산 1만5000톤이다. 이는 전기차 약 300만대에 들어가는 물량이다. 피앤오케미칼은 올해까지 고연화점 피치 제품을 시험 생산한 후 내년부터 양산에 나설 방침이다.
◇미래사업간 유기적 연결로 원가 절감...실리콘 음극재 소재 사업 성장성 기대
실리콘 음극재용 소재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제조 과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다. OCI는 메탈실리콘을 원료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TCS(트리클로로실란)가 발생하는데, 이는 실리콘 음극재용 특수소재인 모노실란(SiH₄)을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포인트다.
아직 모노실란이 돈을 벌어오는 사업이 아니지만 성장 모멘텀은 있다. OCI는 지난 7월 영국 실리콘 음극재 기업 넥세온(NEXEON)과 모노실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기간은 2025년부터 5년간이며 공급 규모는 700억원 이상이다. 국내 기업 중 OCI만 넥세온이 요구한 기술적 난이도에 도달했다는 후문이다.
OCI는 모노실란 공급을 위해 전북 군산공장 유휴부지에 200억원을 들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연산 1000톤 규모로, 완공 시기는 2025년 상반기다. OCI는 기존 공장 부지를 활용하면서 일반적인 공장 신설 대비 투자비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넥세온은 실리콘 음극재 특허를 다수 보유한 회사로, 일본 이차전지 셀 제조사인 파나소닉과 실리콘 음극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OCI(실리콘 음극재 특수소재)→넥세온(실리콘 음극재)→파나소닉(이차전지)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이다. 향후 넥세온 성과에 따라 OCI의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넥세온은 OCI에 추가 물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실리콘 음극재의 성장성이 OCI의 모노실란 사업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부문의 경우 현재 설비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도쿠야마와 1만1000톤 규모의 반도체 폴리실리콘 합작사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내년 상반기 중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6년 상반기에 말레이시아 신규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합작법인은 현지 수력 발전을 통해 저탄소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OCI는 반도체용 인산 설비 또한 신규 고객사 확보 상황에 맞춰 증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OCI는 삼성전자의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반도체용 인산을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매출 목표는 2027년 1조1000억원이다. 이는 2022년(3850억원) 매출 대비 2.8배 높은 수치다. 다만 올해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고객사들의 구매 지연이 진행돼 수익성이 예년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OCI가 기존 화학사업과 반도체·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을 통해 2027년까지 달성할 목표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2000억원, 3760억원이다. 이는 2022년 대비 각각 60%, 71% 증가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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