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는 지금]리오프닝 호황 속 다가오는 경쟁의 시간①실적 신기록에도 멈추지 않는 경쟁 대비… 고유가·고환율로 단기 압박 거세져
강용규 기자공개 2023-10-13 07:20:59
[편집자주]
LCC들은 코로나19의 겨울이 혹독했던 만큼 리오프닝의 봄이 따뜻하다. 올해 LCC들 중 사상 최대실적을 갱신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리오프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존폐에 기로에 선 LCC들도 있다. 리오프닝 이후 1년, LCC들이 당면한 과제와 단기 전략은 제각각이다. 더벨은 국내 LCC들의 경영 현황을 점검하면서 향후의 전략적 방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의 국가간 봉쇄효과가 완화된 지난해 10월경 이후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억눌렸던 여행 수요의 폭발을 등에 업고 다수의 LCC들은 여객 공급량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그러나 경영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회생절차를 밟는 등 위기에 빠진 LCC들도 있다. 이들의 위기 원인은 단순히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 거점 공항의 여객 수요 부족 문제나 짧은 업력으로 인한 열위한 재무구조와 위기 대응능력 부족 등 복합적이다. 업계에서는 지금 호실적을 내는 곳들도 안심할 수 없으며 LCC들이 생존경쟁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객수요는 회복 중, LCC들은 경쟁 대비
항공정보포털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을 통해 출발 및 도착한 국제선 운항편수는 14만7803편, 여객 인원수는 2429만1241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상반기(운항 6만30214편, 여객 117만2018명)와 비교하면 운항편수는 134.5% 증가했고 인원수는 무려 1972.6%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의 국제선 여객지표는 코로나19 이전 최대의 호황기로 평가되는 2018년 같은 기간의 운항 18만7337편, 여객 3315만965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LCC들의 실적은 대체로 올해가 당시보다 좋다.
국내 LCC업계 1위 사업자인 제주항공을 예로 들면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누적 7988억원의 매출과 95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8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64% 높으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기 최고치다.
업계에서는 LCC업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해 몸집을 줄이고 비용구조를 극한까지 효율화한 상태에서 리오프닝 이후 폭발적인 여객 수요 회복 덕분에 아직까지는 큰 경쟁 없이 경영 정상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데에서 호실적의 이유를 찾는다.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는’ 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여객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는 중이나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이에 LCC들은 제각기 대응 전략을 추진하는 중이다. 신기종을 도입해 기단을 현대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노선을 발굴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제주항공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노선의 문을 열었고 이스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AOC) 효력 정지 이후 3년만인 올해 11월 국제 노선에 재취항한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아예 LCC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던 장거리 노선을 확장 중이다. LCC업계는 이미 호황 뒤 경쟁의 시간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 경영환경 악화, LCC 양극화도 심화
모든 LCC들이 리오프닝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양양공항에 거점을 둔 플라이강원은 지난 5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며 새 주인을 물색하고 있으나 아직 인수 후보자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서 9월에는 울산공항이 거점인 지역항공사(RC) 하이에어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들은 LCC들 중에서도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한다. 플라이강원은 2016년, 하이에어는 2017년 각각 설립됐으며 플라이강원은 2019년 10월, 하이에어는 2019년 12월 운항을 시작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제대로 운항 경험을 쌓기도 전에 2020년의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할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았다.
리오프닝의 수혜가 더딘 곳들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산하 LCC인 에어서울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자본총계 마이너스(-) 2051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다른 아시아나항공 산하 LCC 에어부산은 상반기 말 결손금 3363억원을 안고 있으며 부채비율이 706%에 이른다.
이들은 이익을 통해 조금씩 재무구조를 개선하고는 있으나 개선 폭이 크지 않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지연되는 가운데 리오프닝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상 모회사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항공업계에서는 경영이 잘 풀리는 LCC들과 고난을 겪는 LCC들의 양극화가 한동안 심화할 것으로 바라본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항공사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3분기 동안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20달러 가까이, 원/달러 환율은 대략 50원 가까이 올랐다.
고유가는 항공유 등 원재료비 부담을, 고환율은 리스자산이 많은 항공사들의 리스부채 압박을 각각 가중하는 요인이다.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갖춘 FSC(풀서비스항공사) 대비 비용관리에 민감한 LCC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했으나 리오프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LCC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리오프닝에 앞서 재무적으로 대비를 잘 갖춰둔 LCC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대비가 부족했던 LCC들은 반등의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에는 미국(9곳)이나 일본(6곳)보다도 많은 10개의 LCC가 있으며 이들 중 일부가 경쟁에서 밀려 사라지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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