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한국 금융시장엔 신선한 반향이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인터넷은행 시대를 열었다.

카카오뱅크는 참신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서비스가 당시엔 파격이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신분증만 찍어 보내면 계좌가 만들어졌다. 지문인식 만으로 로그인을 하고 터치 몇번에 자금 이체가 됐다. 지점은 하나도 없는데 전국 모든 은행 지점을 이용할 수 있었다. 지점 운영비 대신 ATM 수수료를 카카오뱅크가 부담했다. 라이언 캐릭터가 담긴 카드도 '힙'했다. 26주적금, 모임통장 등 재미있는 금융상품도 많았다.

대출이 백미였다. 각종 서류를 들고 몇번씩 은행을 방문해야 겨우 승인을 받는게 통상이었다. 대출 대신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했고 보험도 가입해야 했다. 카카오뱅크는 주요 정보만 입력하면 몇분만에 몇천만원 심지어 억대 대출이 나왔다. 이런게 가능한데 시중은행들은 왜 안했을까, 다른 은행들은 다 망할 거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물론 시중은행들이 가만히 있진 않았다. 자본력을 갖춘 시중은행의 반격에 '디지털 뱅크'는 인터넷은행의 전유물이 되긴 힘들었다. 이제는 시중은행 앱도 꽤 쓸만하다. 카카오뱅크의 서비스와 기술은 모두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무기가 됐다. 오히려 기업금융이나 담보대출 등 영업점이 필요한 일들에서 시중은행의 파워가 부각됐다.

카카오뱅크가 찾은 대안이 해외 진출이다. 2021년 IPO를 추진하며 끌어 모은 2조5000억원의 자금을 해외 진출에 쓴다고 했다. 그 결과물이 올해 하반기에 나왔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에 10% 지분 투자를 하고 서비스 제휴와 상품 개발을 공동으로 할 예정이다.

제휴를 맺은 슈퍼뱅크의 배경이 의미심장하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플랫폼인 그랩과 맞닿아 있다. 슈퍼뱅크는 1993년 세워진 PT뱅크파마인터내셔널에서 시작된 곳이다. 2021년 엠텍, 2022년엔 그랩, 싱가포르텔레콤이 지분 투자를 했다.

카카오뱅크의 동남아 진출은 한계와 장점이 명확해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2017년에 한국 금융 시장에 줬던 신선했던 충격은 이젠 쉽지 않다. 이미 디지털뱅크는 대세가 됐고 동남아시아엔 라인뱅크도 진출해 있다.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서비스는 특별할 건 없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뒷받침이 어려운 것도 한계다. 엄밀히 말해 카카오톡은 한국에 갇혀 있다. 라인뱅크는 해외 진출에 성공한 라인 메신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라인은 시작부터 해외 진출을 꾀했지만 카카오톡의 해외 진출은 너무 늦었다.

'그랩'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위안거리다. 카카오 플랫폼을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카드를 선택했다. 직접 진출로 감내해야 할 비용 부담과 시행 착오도 지분 투자란 방식으로 완충할 수 있다. 비용은 최소화하고 해외 진출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택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카카오뱅크가 미래 은행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윤 대표가 카카오뱅크를 평가한 것은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진출에 이어 태국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의 해외 진출이 성공하려면 많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현지은행이나 일본 중국 자본과도 경쟁해야 한다.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2023년은 인터넷은행 초기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인도네시아의 금융 침투율이 낮다곤 하지만 경제활동 인구들은 이미 디지털과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윤 대표의 자신감을 확인하는 작업은 쉽지 만은 않다. 이미 포화돼 있고 무기까지 오픈돼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뱅크의 신선함을 발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과정을 성공시킨다면 카카오뱅크는 한국에 갇힌 모회사의 굴레를 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