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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지금]악재에만 민감한 철강주의 운명④2011년 14만원대 고점 찍고 현재는 3만원대…만년 저평가

조은아 기자공개 2023-10-26 11:11:03

[편집자주]

최근 몇 년 철강업계의 화두는 단연 '변신'이다. 더이상 고속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변신은 성장을 위한 필수가 됐다. 현대제철은 이런 흐름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에 속해있고 그룹의 주력이 자동차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던 건 아니다. 2020년 시작된 사업 재편은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더벨이 현대제철의 조용한 변신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1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 실적 부진해도 고로가 있다."

2010년 9월 나온 어느 증권사 리포트의 제목이다. 일관제철소 가동에 들어간 현대제철을 향한 당시의 기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대제철은 2006년 10월 일관제철소 건설을 시작해 3년 만인 2010년 1월 첫 고로 화입식을 열었다. 이어 11월에는 제2고로가 가동을 시작했고 2013년 9월 제3고로가 완성됐다.

현대제철 주가 흐름도 고로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역사적 고점은 2011년 4월11일로 고로가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던 시기다. 이날 주가는 14만8000원으로 현재의 5배에 가깝다.

◇전성기 현대제철 주가를 보던 두 가지 관전포인트

현대제철의 기업공개(IPO)는 인천제철 시절이던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액면가 5000원이던 인천제철 주식은 상장 직후 1만5000원대로 거래됐다. 당시만 해도 '산업의 쌀' 철강업이 다른 어느 산업못지 않게 높은 기대를 받았다. 이후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던 주가가 큰 폭으로 뛴 계기는 역시 일관제철소 가동이다. 주가가 15만원 근처까지 뛰었다.

당시 현대제철 주가의 관전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현대차와 기아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와 기아가 얼마나 많은 차를 파느냐가 현대제철의 주가에 가장 직접적인 변수였다. 실제 2000년 중반 이후 현대제철의 주가 그래프와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그래프를 살펴보면 거의 유사한 추세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엔 디커플링이 확실하다. 현대차와 기아가 2022년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글로벌 3위를 차지하며 말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현대제철 주가엔 이런 기세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최근 몇 년 동안 현대차와 기아가 현대제철로부터 공급받는 자동차용 강판 물량을 400만톤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공급망을 다변화한 결과다. 또 다른 이유는 두 회사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가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현대차와 기아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해도 현대제철의 수익성이 담보되지는 않는 구조다.

과거 두 번째 관전포인트는 포스코와의 격차였다. 앞으로 두 회사의 격차가 더 줄어드느냐 아니면 더 벌어지느냐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에 더 힘이 실렸다. 이런 기대감이 당시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포스코 주가는 반토막났다. 61만2000원으로 2010년을 맞았던 주가는 34만9000원으로 2012년을 마무리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 주가는 9만700원에서 9만5700원으로 올랐다.

현재 철강회사 포스코는 비상장회사인 만큼 두 회사의 주가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현대제철 주가에 과거만큼의 기대가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는 평가다.


◇악재엔 민감하고 호재엔 둔감하고

현대제철 주가는 최근 들어선 실적과도 무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1년 사상 처음으로 영입이익 2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5월 한때 6만원도 넘겼지만 연말 다시 4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는 3만원대까지 떨어지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에도 반응없던 주가를 움직이는 건 외부 악재들이다. 산업용 전기 요금과 철광석 가격이 모두 인상된 점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20일 기준 톤당 약 120달러로 1년 전의 85달러보다 40% 이상 올랐다. 산업용 전기 요금도 올해 1월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5월 kWh당 8원 인상돼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악재엔 민감하고 호재엔 둔감한 건 현대제철뿐만이 아니다. 국내 철강회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철강회사들 역시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이런 철강주의 운명을 벗어던졌다. 지난해 3월 물적분할을 통해 기존 포스코를 사업회사 포스코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로 나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치 제고였다.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주가 부양이라는 목표만큼은 달성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올 들어서만 65% 가까이 올랐다.

현대제철 주가가 눈길을 끄는 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지분 11.8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이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제철 주식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주가가 높아야 어느 면으로 보든 정 회장에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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