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 '발등에 불' 떨어진 카카오모빌리티, 정치권 압박 '즉각 대응'④윤석열 대통령 발언 직후 세 시간 만에 간담회 개최 공지, 여론 의식했나
이지혜 기자공개 2023-11-03 10:29:54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사업 구조를 놓고 “부도덕하다”고 지적하며 제재 의지를 보이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발 빠르게 대응했다. 윤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지 세 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택시업계를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가맹 택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업주와 수수료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바짝 따라붙고 있는 국내 경쟁자와 격차도 벌려야 한다. 최근에는 미들마일 시장에 출사표도 던졌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종 IPO(기업공개)까지 성사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린 만큼 정치적 이슈로 번지지 않도록 서둘러 사태를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발언 3시간 만에 택시업계와 긴급 간담회 공지
2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가급적 이번 달 안에 택시기사와 택시단체 등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낸 보도자료에서 “주요 택시단체와 일정을 조율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수렴된 기사님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면적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사업을 놓고 강도높게 비판하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 택시 기사가 “카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하자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재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책정해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고객을) 유입시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 받아 먹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유인해놓고 가격을 올린 것이기에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지 불과 세 시간 만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제기된 여러 우려에 대해 그간의 사업에 대해 업계와 국민들이 목소리와 질책을 전달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겠다”며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택시업계와 간담회를 빠르게 개최해 수수료 개편을 포함한 택시 서비스 전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전향적 태도로 변한 이유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대응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감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약 반나절 만에 4페이지짜리 입장문을 냈다. 또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세 시간 만에 긴급 기자간담회 개최 보도자료를 냈다.
예년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수수료와 관련해 류긍선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에 참석하기도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등을 받기도 했지만 시간을 들여 정부와 시장을 꾸준히 설득하겠다는 자세를 취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응속도가 바뀐 데에는 금융당국을 비롯한 여론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는 사실상 그룹 계열사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규모의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의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아 핵심 경영진이 구속될 위기에 몰려 있다. 금감원의 행보가 심상찮은 가운데 최악의 경우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도 금감원로부터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의 회계처리에 대해 감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업계는 매출을 부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즉각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도모하는 기업은 으레 금감원 감리를 거치곤 하지만 시장은 이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에서 이런 여론을 잠자코 지켜볼 만한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택시 사업에서는 우티 등 경쟁자가 끊임없이 치고 올라올 기회를 엿보고 있다. 또 내수 중심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내 미들마일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지며 사업확장 의지를 보였다.
이런 투자를 발판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IP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정치적, 사법적 이슈가 계속 불거진다면 목표를 이루기가 어려워진다. 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발빠른 대응은 그룹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카카오그룹은 현 상황을 비상경영단계로 인식하고 준법경영을 최우선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그룹 핵심계열사 CEO 20여명이 매주 모여 ‘공동체 경영회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 자리에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물론 류 대표도 참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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