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IB 대수술]롤모델은 신한증권? 조직개편 시나리오는③ IB그룹 분리 가능성…IPO 대비 약한 기업금융, 전통IB 성장 '관건'
김슬기 기자공개 2023-11-16 07:30:25
[편집자주]
하나증권이 전통 투자은행(IB)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일단 IB그룹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힘을 실었다. 하나증권은 그간 부동산 및 대체투자 사업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워왔지만 금리인상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문에 전통 IB도 균형감 있게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벨은 하나증권 IB의 현재와 성장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증권은 외형에 비해 투자은행(IB) 영역이 강하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금융투자업계에서 하나증권 IB 부문을 어떻게 바라볼까. 대다수의 IB들은 하나증권 IB 사업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재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5조8000억원대로 전체 증권사 중 여섯번째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다.
하나증권 IB가 성장하려면 어떤 모델을 가져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현재로서는 외형이나 지배구조가 비슷한 신한투자증권과 비슷한 모델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은행금융지주 산하의 KB증권이나 NH투자증권 IB는 이미 완성형에 가깝기 때문에 벤치마킹하기 쉽지 않다.
◇ 부동산·대체투자에 집중된 조직…저조한 전통 IB 성과
현재 하나증권의 조직을 보면 크게 WM그룹, IB그룹, S&T그룹, 글로벌그룹 등으로 나뉜다. IB그룹에는 기업금융본부, 인프라대체금융본부, 부동산금융본부, 개발금융본부, 투자금융본부, IB솔루션본부 등이 속해 있다. 현 조직만 보면 IB그룹의 중심은 국내외 부동산 및 대체투자라고 할 수 있다.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부동산 관련 조직을 대폭 축소했음에도 전통 IB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6개 본부 중 전통 IB를 담당하는 곳은 기업금융본부 뿐이다. 본부 내에는 기업금융실, ECM 1~3실이 있다. 주식발행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등은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여러 기업과의 접점을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중요도가 높다.
기업공개(IPO)를 전담하는 ECM실은 타사와 비슷한 규모로 가져가고 있다. ECM은 2020년부터 조직을 키워왔다. 당시 자본시장본부 산하의 IPO실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 본부로 격상됐다. 2021년 5월에는 2실 체제에서 3실 체제로 확대 개편됐다. 권승택 상무가 1실, 김진평 상무가 2실을 이끌고 있고 올해 NH투자증권에서 안호정 상무를 영입, 3실을 맡겼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하나증권 2019년 IPO 주관실적은 2177억원(7건)으로 6위였고 2020년 1924억원(8건)으로 10위, 2021년 3592억원(13건)으로 11위, 2022년 2100억원(10건) 12위, 2023년 1842억원(10건) 5위 등을 기록했다. 부침은 있었지만 성과가 나쁘지 않다. 올해에는 넥스틸 단독 주관을 맡으면서 7년만에 코스피 상장을 진행했다. 또한 HD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 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결국 하나증권 전통 IB를 키우기 위한 키(Key)는 기업금융(회사채 및 유상증자 등)에 있다. 실제 기업금융실은 ECM 인력에 비해 3분의 1정도 수준으로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올해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고 일반회사채(SB)는 롯데건설·현대건설 공동 주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 등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도 참여했으나 DCM 순위는 28위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이 그간 전통 IB에 소홀했음에도 IPO 쪽은 꾸준히 인력을 영입하고 확대한 측면이 있다"며 "수익이 적고 루틴하게 이뤄지는 회사채보다는 IPO가 대외적으로 성과를 얘기하기에 좋아서 해당 영역을 먼저 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상대적으로 회사채 쪽으로는 메리트가 크지 않아 새롭게 세팅하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IB그룹, 영역별로 분리할까…기업금융 강화한 신한증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의 IB 조직개편이 결과적으로는 전통 IB 영역과 대체·부동산 영역을 나누는 수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가장 큰 과제인 '초대형 IB 인가'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기준 뿐 아니라 운용능력이나 리스크 관리 측면도 중요한데 IB 비즈니스 성과가 좋지 않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영역을 분리한 후 전통 IB 영역을 키울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국내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IB가 강한 곳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 정도다. 이들은 이미 전통 IB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증권이 벤치마킹하기는 쉽지 않다. 일례로 KB증권은 10여년간 DCM 강자로 군림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IPO 및 M&A 자문, 투자형 IB로 시장을 확장해왔다.
결국 지배구조나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신한투자증권의 모델을 차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말 GIB그룹을 1·2그룹으로 분리했고 올해 전통 IB 영역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1그룹은 부동산과 대체투자, 2그룹은 DCM·ECM·구조화 등 기업금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부동산·대체 영역에서의 실적 저하에도 DCM을 통해 존재감을 키웠다. 전통 IB인 2그룹 내에는 기업금융1본부(대기업)와 기업금융2본부(중소·중견 및 M&A부 등), IPO 본부가 속해있다. 올 들어 기업금융1본부 내 커버리지 부서를 2개에서 3개로 늘렸고 물 샐틈 없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4~5년간 신한투자증권은 기업금융 파트를 키우기 위해 외부 인력 영입과 더불어 내부 인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 그 결과 올해 신한투자증권은 DCM 대표 주관실적 11조6041억원을 기록, 전체 증권사 중 4위에 올랐다. DCM의 꽃으로 불리는 SB에서는 3위인 한국투자증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IPO와 유상증자 등을 모두 포함한 ECM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ECM 주관실적 7362억원을 기록하면서 6위에 올라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모두 은행금융지주 계열사로 과거 전통 IB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불과 몇 년새에 하나증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회사채 주관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한 곳은 신한투자증권이었다"며 "하나증권이 전통 IB를 키우고자 한다면 결국은 커버리지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직개편을 한다고 해서 하나증권의 전통 IB가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하나증권은 2020~2021년 4월까지만 하더라도 IB1·2그룹 체제를 가져갔었다. 1본부는 전통적인 기업금융, 2본부는 대체투자와 부동산 영역을 담당했다. 2021년 5월 들어서 조직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IB그룹으로 통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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