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IB 대수술]모회사 지원에 불어난 대체투자, 소방수가 필요하다②하나지주 잇딴 증자 지원, 해외투자로 이어져...6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유일한 손실
김슬기 기자공개 2023-11-16 07:30:07
[편집자주]
하나증권이 전통 투자은행(IB)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일단 IB그룹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힘을 실었다. 하나증권은 그간 부동산 및 대체투자 사업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워왔지만 금리인상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문에 전통 IB도 균형감 있게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벨은 하나증권 IB의 현재와 성장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증권의 투자은행(IB) 부문이 급격하게 성장한 시점은 2018년이다. 이는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증권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시작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2018년 두 차례 이뤄진 유상증자로 2019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됐고 이제는 초대형 IB를 꿈꾸고 있다.하나증권은 늘어난 자기자본을 주로 국내 부동산 및 해외 대체투자에 집중, 사세를 확장했다. 덕분에 2019년 IB 부문 순영업이익이 3000억원대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6000억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전체 이익 중 IB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하나증권의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간 잘 나가던 하나증권은 올해 국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대체투자 전문가인 정영균 IB그룹장을 외부에서 영입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 하나증권, 국내 금융지주 산하 유일 적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지주 산하의 증권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 6곳이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곳은 KB증권(6057억원)이었고 가장 적은 곳은 하나증권(69억원)이었다.
하나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방금융지주 산하의 하이투자증권(368억원)이나 BNK투자증권(214억원)보다도 더 적은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더욱 처참하다. 하나증권만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순손실(143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하나증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에는 대규모 충당금 영향이 크다. 올해만 총 189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하나증권 IB의 충당금전입액은 958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연말까지 쌓는 충당금 등을 모두 감안하면 3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사의 실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져의 차이도 있지만 달라진 금융환경을 상쇄할 만한 사업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하나증권 IB그룹은 기업금융본부, 인프라대체금융본부, 부동산금융본부, 개발금융본부, 프로젝트금융본부, 투자금융본부, IB솔루션본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기업금융본부에서만 부채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등 전통 IB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해 DCM 28위(1454억원), ECM 7위(3429억원)를 기록, 자본 규모에 비해 현저히 순위가 낮다. ECM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타사대비 해당 영역을 키우진 못한 것이다.
◇ 2019년 종투사 지정, 초대형 IB 내년으로 이연…부진한 성적 영향
하나증권 IB의 외형 성장은 금융지주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지주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하나증권을 지원하기로 했고 우선적으로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종투사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종투사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하나증권 대규모 유상증자가 필요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자기자본은 1조9000억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2018년 3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서 7000억원, 49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자기자본 규모를 3조2000억원대까지 늘렸다.
이듬해 7월 국내 증권사 중 여덟번째로 종투사 지정을 받았다. 종투사는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기존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헤지펀드 운용사에 대출·증권대여·자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PBS도 가능하다. 하나증권이 할 수 있는 사업 분야가 휠씬 다양해진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20년(4997억원), 2021년(4999억원), 2022년(5000억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자기자본 규모를 5조8000억원대까지 키웠다. 하나증권은 급속도로 늘어난 자기자본을 활용, 적극적으로 부동산PF와 해외 대체투자 쪽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9년 IB 부문 순영업이익은 3147억원, 2020년 4640억원, 2021년 594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판매비및관리비 및 충당금 등을 차감한 세전순이익은 각각 2401억원, 3490억원, 5207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 내 이익 비중 역시 63%, 61%, 77%로 하나증권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됐다.
하지만 2022년 가파른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금리 환경이 급변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여건이 변했다. 실적이 급감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은 대체투자 관련 펀드나 우발부채 등 위험익스포져 관련 건전성 위험 관리 등에 대해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던 하나금융지주 측에서도 심각하게 이를 들여다보고 있고 이 때문에 정기 인사가 아니라 외부에서 급하게 인력을 영입해왔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미 초대형 IB 인가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데도 내년으로 인가 일정을 미룬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선임된 정영균 IB그룹장의 경우 전통 IB라기 보다는 대체투자에 특화된 경력을 보유한 인물"이라며 "하나증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처리를 위해 영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질적으로 균형감있게 IB를 키우겠다는 목적보다는 결국 내부적으로 문제를 수습할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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