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투자증권은 지금]경영권 분쟁 '일단락'…남은 숙제 '인수금융' 상환③인수주체 임 대표 개인회사 템퍼스인베스트, 자회사 케이프 '배당'으로 재원 확보 전망
이정완 기자공개 2023-11-21 13:46:16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즈니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시 부진으로 증권 본업 역시 우호적인 여건도 아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이 같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차별화된 전략으로 리스크 관리와 수익처 다변화에 한창이다. 그 중심에는 2016년 케이프투자증권 M&A(인수합병) 단계부터 참여한 임태순 대표이사가 있다. 2020년 최대주주에 오른 임 대표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하며 지배력도 탄탄히 했다. 더벨이 임 대표를 직접 만나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미래 성장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7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케이프투자증권 모회사인 케이프 경영권에 큰 변화가 생긴다. 임태순 대표이사가 개인회사를 전면에 내세워 케이프를 인수한 것이다. 김종호 케이프 회장은 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김광호 KHI 회장의 경영권 장악 시도를 방어했다.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 된 것.이제 남은 과제는 인수금융 상환이다. 임 대표의 개인회사는 김종호 회장으로부터 케이프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전환사채(CB) 형태로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빌렸다. 최근 자회사인 케이프가 조선업 호황 덕에 호실적을 거듭하고 있어 배당금을 늘려 상환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경영인'에서 모회사 최대주주로
2019년 김광호 회장이 이끄는 KHI는 케이프 보통주 126만주를 장내 매입해 지분 5% 가량을 확보했다. 김광호 회장은 모나리자, 쌍용C&B, 엘칸토를 인수한 뒤 높은 가치로 되판 M&A 전문가다. 현재는 KHI를 통해 케이조선과 대한조선을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김광호 회장은 2020년 초 케이프 지분율을 14%로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 케이프를 인수해 자회사인 증권사 경영까지 노린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때부터다. KHI 측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제안을 통해 적대적 M&A 방어 조항을 제거하고 이사·감사의 보수 한도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배당 증가도 요구 조건 중 하나였다. KHI 측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도 새로 선임하려 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김종호 케이프 회장도 대응책이 필요했다. 그의 선택은 임태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김종호 회장은 2020년 6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던 케이프 지분 18%를 임 대표가 세운 템퍼스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400억원이 넘는 거래였다. 2015년 케이프가 옛 LIG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영입한 임 대표가 케이프 최대주주가 되는 순간이었다.
임 대표는 "김종호 회장이 적대적 M&A로 인해 케이프와 케이프투자증권이 경영상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해 엑시트(Exit) 형태로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며 "케이프투자증권 인수 후 키워온 만큼 넘기고 싶지 않아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인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케이프 지분 매입 구조도 직접 짰다. 10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하고 김종호 회장이 지분 매각 자금 중 150억원을 템퍼스인베스트먼트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 리딩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당시 KTB투자증권)도 마찬가지로 CB 투자 형태로 인수금융을 지원했다.
하지만 KHI 측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추가 주식 매입으로 지분율을 18%로 높였다. 이 때부터 양측은 감사 선임 등 이사회 구성을 놓고 싸움을 펼쳤다. 결국 2021년 기존 감사로 활동하던 강호발 감사가 재선임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KHI는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때문에 유리한 측면도 있었으나 상법상 부적격자를 감사후보로 추천하며 안건 상정에 실패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 덕 케이프 '흑자전환'
이제 임 대표의 과제는 2020년 김종호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때 활용한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것이다. 2020년 9월 템퍼스인베스트먼트가 발행한 325억원 어치 CB 만기는 2025년 9월 도래한다. 아직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만큼 만기가 다가오면 원금의 130% 가량으로 돌려줘야 한다.
IB업계에서는 템퍼스인베스트먼트가 자회사 케이프를 통해 상환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케이프 실적이 조선업 슈퍼사이클로 인해 대폭 개선되면서 배당 증액이나 유상감자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상감자는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주식 수를 줄이는 절차다.
케이프는 대형 선박엔진 핵심 부품인 실린더라이너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30년 동안 해당 부품 개발에 집중해 HSD엔진, HD현대중공업, STX중공업 등에 납품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 글로벌 선박 발주가 급감하며 수익성이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친환경 선박과 노후 선박 교체 수요 등으로 인해 발주가 증가하며 케이프도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3분기 말 연결 기준 매출은 4416억원, 영업이익은 3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4613억원, 영업적자 74억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호황기에 막 접어든 만큼 향후 수년 간은 고수익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케이프는 지난 2년 동안 매년 30억원씩 배당을 지급해왔는데 이익 규모가 늘어난 만큼 배당금을 늘려 템퍼스인베스트먼트로 유입되는 자금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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