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에서 성과보수는 알파이자 오메가다.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내놓은 성과만큼 돈을 더 가져간다. 잃었다면 보수를 받지 않는 것도 감수한다. 수익을 내든 잃든 맡긴 자금의 일부 퍼센트만큼 운용 보수를 가져가는 공모펀드와는 구조부터 다르다. 발로 뛴 운용역이 그만큼 더 가져가는 몫이다.최근 한 운용사 대표를 만났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 판매사에서 운용에 대한 성과보수를 공유하는 계약을 맺자고 했다고 한다. 깜짝 놀라 취재해보니 현행법상 사모펀드에서는 불법이 아니었고 중소형 운용사 사이에선 꽤나 공공연히 이뤄지던 관행이다. 하나증권 클럽원 뿐만 아니라 유안타증권, SK증권 등의 톱클래스 PB들은 곧잘 요구해온 조건이었다.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판매사의 중소형사에 대한 갑질이라는 시각과 운용사의 마케팅 수단이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펀딩 한파 속 주로 중소형사들에게 요청이 온다는 점에서 판매사의 갑질이라고 봤다. 반면 톱클래스 PB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보는 운용사 대표들도 꽤나 많았다.
근본적으로 들어간다면 결국 성과보수가 누구의 몫이냐는 질문에 도달한다. 이러한 계약을 맺는 운용사들은 대부분 펀드 설정에서 판매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메자닌, 부동산 프로젝트 펀드와 같이 한정된 시기에 딜이 뜨고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확실한 PB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딜을 담고 나서는 사실 운용사가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결국 판매사의 펀딩 능력이 펀드 설정에 가장 기여했기에 성과보수도 나눈다는 논리다. 실제로 반대 상황인 주식형 펀드는 성과보수 공유 사례가 거의 없었다. 롱숏, 가치투자 등 상장주식의 매매 결정을 내릴 땐 운용역의 역량이 핵심이다. 대부분의 하우스에서 판매사와 성과를 공유하는 제안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얼핏 보면 맞는 이야기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 이가 더 몫을 챙기는 게 맞다. 하지만 펀드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긴 어렵다. 제판 분리는 운용사는 판매와 상관없이 상품을 만들고 판매사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를 평가해 투자자에게 권하라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당국에서 판매사가 요청해서 운용사가 만드는 OEM 펀드를 강력하게 제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판매사가 운용사 몫인 성과보수를 나눠가진다면 이해상충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사모펀드 시장 발전 측면에서도 자정이 필요하다. 운용사 몫을 줄이는 계약이 일반화되면 운용업계의 전략 다양화와 발전도 어려워진다. 질적 하락에 천편일률적인 상품만이 출시되면 판매사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운용사 몫이 또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 업계 차원에서도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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