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합병 디스카운트 점검]벨로크, 시장이 부인한 상장 가치…공모가 하회 지속①1주당 가치 조정했지만 유통 첫날부터 하락, 투자자 락업 해제 주가 하방 압력
정유현 기자공개 2023-11-27 14:07:49
[편집자주]
올해도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상장 후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패턴이 반복되며 상장 자격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더벨이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데뷔한 기업들의 주가 현황과 실적, 재무 구조를 살펴보며 스팩 합병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상황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합 정보보안 기업 벨로크가 코스닥 입성 후 주가가 계속 빠지며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약 7개월간 큰 폭의 하락도 없지만 큰 반등도 없는 증시 '소외주'의 길로 걸어가는 형국이다. 제자리걸음이 지속되던 주가는 최근 더 뒷걸음치며 1000원대로 주저앉았다. 합병 과정에서 조정을 거쳤음에도 상장 후 밸류에이션이 더 쪼그라들고 있어 저평가 해소를 위한 카드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스팩 '존속 합병' 방식 선택, 첫 날 하락 출발 후 약세 지속
벨로크는 스팩 합병 방식 중 기존의 방식인 '존속' 방식을 선택해 증시에 입성했다. 합병을 통해 벨로크 법인이 소멸되고 'IBKS제18호스팩'이 벨로크의 사업을 이어가게 되는 방식이다. 스팩과 벨로크의 합병가액은 각각 2000원과 1만239원이며, 합병비율은 1대 5.1195로 정해졌다.
벨로크의 합병 밸류에이션은 약 400억원 수준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존속 합병 방식의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는 방법은 스팩 기발행 주식수, 비상장법인 기발행 주식수, 스팩이 보유한 전환사채(CB) 주식수를 더한 후 스팩 공모가액 2000원을 곱하면 된다.
IBKS제18호스팩의 기발행 주식수는 423만주, 벨로크는 230만주, 스팩이 보유한 CB는 197만주, 합병 후 발행 신주는 1177만4850주다. 이 계산대로라면 합병 비율 등을 고려한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는 대략적으로 400억원 수준이 된다.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스팩 합병을 추진하면서 벨로크는 1주당 가치를 1만239원으로 평가받았다.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벨로크는 2019년부터 실적과 2022~2026년의 추정 실적을 기반으로 수익가치를 평가방법으로 활용했다.
벨로크는 처음부터 스팩 합병 방식을 고수했다. 상장 절차가 간소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업의 성장에 대한 확신을 발판 삼아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시장에서 공유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자 스팩 방식을 택했다.
빠른 상장이 최우선이었던 만큼 기업가치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당초 주당 가치를 1만867원으로 정했다가 1만448원으로 한 차례 내리고 결과적으로 1만239원으로 정해졌다. 이 과정에서 벨로크의 '영업가치+비영업자산가치'를 합친 기업가치는 390억원대에서 383억원대로 조정했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가능 기간이 1년 이내로 도래하면서 이를 반영했고 매출 추정 과정에서 판관비 항목을 보수적으로 추정한 영향이었다. 금융감독원과 매출추정에 대한 근거 및 타당성을 검증받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추정을 위해 합병 비율을 정정했다. 상장 후 이익을 쌓아 나가며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청사진을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벨로크는 스팩 합병 유통 첫 날인 4월 28일 기준가 2815원보다 11.37% 하락한 2495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 증시에 데뷔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장은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이튿날도 주가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상장 첫날 종가 대비 11월 17일 기준 주가가 40% 하락한 상태다. 상장 첫 날 기준 399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287억원대로 내려왔다. 반등과 하락이 반복됐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주가는 10월 19일부터 2000원이 깨졌고 현재 14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 높아도 주식 유동 비율 48%, 2대주주 보호예수 해제
벨로크는 이정현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과반을 넘는 곳이다. 스팩 합병 전에는 이 대표의 지분율은 83.38%(191만7651주)에 달했다. 합병 후 보유 지분율은 61.34%(981만7414주)로 조정됐다. CB의 보통주 전환에 따라 발행 주식 총수가 늘며 3분기 말 기준 지분율은 56.26%다. 3분기 말 기준 2대 주주인 '에스케이에스-VLP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가 204만7318주(11.73%)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6개월이 지나면서 투자자의 보호예수 해제에 따라 유통 가능 물량이 늘었다. 상장 주식 총수 1942만2주 중에 의무 보유 주식 수 1008만8820주를 빼고 유통 가능 주식 수는 933만1182다. 락업 해제에 따라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많을 수록 주가 하방 압력이 높아진다.
특히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유동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벨로크의 유동비율은 48%로 높은 편이다. 유동 비율은 발행 주식 수 중에서 실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 수의 비중으로 30% 이하를 품절주로 분류하는 편이다. 벨로크는 287억원대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가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2대 주주 보호예수도 끝난 만큼 거래량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벨로크의 거래량은 스팩 합병 유통일 기준으로 유의미한 거래량이 발생한 건 두 번정도다. 7월 4일 293만8823주, 8월 29일 113만1451주가 거래된 적 있다. 재무적 투자자(FI) 물량으로 보이며 두 번의 대규모거래 이벤트 후 주가에 더 힘이 빠졌다.
주가가 기대치를 밑도는 만큼 2대주주는 엑시트를 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주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벨로크의 미래 방향과 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계획을 가지고 엑시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벨로크도 주가 저평가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거래량 변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벨로크 측은 "주가 안정성과 장기적인 가치 실현을 위해 주가 부양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 등 다양한 옵션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전략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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