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0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회장 사위가 다니는 기업인데 SK하이닉스 발주가 갑자기 끊길 수가 있나. 어찌 됐든 본인들은 분명 발주가 끊길 걸 미리 알았을 텐데 이걸 속였다니 죄질이 나쁘다."'큰 손'으로 불리는 모 운용사의 고위 관계자가 식사 자리에서 한 얘기다. 일명 '파두 사태'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크고 작은 미팅 자리에선 파두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히 수닷거리로 오간다. 이 관계자가 내뱉은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다수는 파두가 실적이 악화될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투자자를 속이고 높은 실적 추정치를 꾸며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의 말은 다르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표현하자면 파두는 모험자본이 키운 기업이다. 2015년 설립된 파두는 2017년 봉은사 인근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이때부터 여러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감사보고서상 기록된 당시 파두의 매출액은 100만원에 불과했지만 투자 밸류에이션은 600억원대였다. 사업 내용을 속속들이 알았기에 그만한 밸류에 베팅할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파두의 '고의성'을 판단하려면 발주처와의 거래 형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파두에 최종적으로 매출을 안기는 엔드유저는 초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메타다. 파두가 만든 컨트롤러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반도체에 부착해 메타에 공급하는 이가 SK하이닉스다. 즉 파두와 공급계약을 맺는 건 SK하이닉스인데 이들은 공급마스터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이름은 그럴듯 하지만 B2B 거래의 극단에 있는 계약 방식이다. 발주처가 원하는 수준의 대략적인 제품 수량을 공급처에 알리고 이에 맞춰 구매주문(PO)을 진행한다. SSD의 경우 발주처의 PO는 제품이 투입돼야 하는 시점으로부터 1개월 전에 이뤄진다. 파두가 컨트롤러 주문을 받아 생산해 공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개월 남짓이란 얘기다. PO는 결제의 근거를 위해서 필요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전화로만 발주가 진행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파두가 실적 추정치를 담은 투자설명서를 올린 날은 7월24일이다. 3분기 실적을 마감한 날은 이로부터 46영업일 뒤인 9월27일이다. 파두가 1개월 단위로 급변할 수 있는 계약 관계에 놓였단 점을 인지한다면 2개월여 뒤 매출을 짐작하지 못했다고 해도 납득 가능하다. 파두의 고의성을 저울질하기 위해선 IPO 주관사보단 반도체 생산·거래 시장의 역동성을 설명해 줄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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