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는 지금]실효성 향한 끝없는 의문, 이재용 회장에 달린 해답②총수 준법경영 의지가 독립성·지속성 평가 척도, 활동 이어갈 분명한 이유 존재
이상원 기자공개 2023-11-30 12:49:51
[편집자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기도 끝을 향해가고 있다. 그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부터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세간의 관심은 준감위에 집중됐다. 출범 초기 삼성 내부에서 조차 엇갈렸던 시선을 극복하고 준법경영을 삼성그룹의 문화로 정착케 한 결과다. 삼성 준감위가 미친 영향과 기업 문화의 변화상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8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4년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삼성 준감위)에 대한 평가는 늘 엇갈렸다. 재벌에 부정적인 인물들로 위원회를 꾸려도 부정적인 시선을 좀처럼 거두지 않았다. 이는 삼성그룹으로부터 철저한 독립성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며 결국 가장 근본적인 삼성 준감위의 실효성 문제로 번져갔다.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준감위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수 차례 내비치고 있다. 삼성 준감위 위원들 역시 다양한 전문성과 다양성을 통해 확보한 자율성을 기반으로 그룹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준감위 내부적으로 견제 장치를 마련해 관계사와 균형을 맞추는 등 존재의 의미를 증명해나가고 있다.
◇다양성 강조한 위원회, 1·2기 연속성으로 시너지
삼성 준감위를 구성하는데 가장 핵심 요소는 '다양성'이었다. 그 중에서도 1기는 삼성그룹이 '국정농단'에 휘말리며 국민적 지탄을 받던 시기에 출범했다. 따라서 법조인을 중심으로 시민단체, 학계 출신을 대거 선임됐다. 그동안 국내 재벌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온 인물들로 채워진 것이다.
그 시작은 진보·친노동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지형 전 대법관의 초대 위원장 선임이었다. 대법관 시절에도 노동법 전문가로 유명했던 그다. 퇴임 후에는 태안화력발전소 직원 사망사고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친기업과는 반대되는 인물들을 직접 위원으로 영입하며 사실상 전권을 부여받았다.
위원들 가운데 고(故) 고계현 위원은 삼성 준감위의 실효성을 부각시킨 이다. 1995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참여해 최장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재벌의 경영권 승계, 노사 문제 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한겨례신문 편집국장 출신 권태선 위원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국정농단 사태 관련 재벌에 대한 엄벌을 촉구해왔다.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물들이 선임됐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의 경우 재벌의 과도한 편익 추구를 문제점으로 지적해왔다. 이외에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등도 참여했다.
지금의 2기에 들어서는 이찬희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위원회가 구성됐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출신으로 당시 공익성과 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60대 이상 전관출신 원로가 맡아왔던 변협회장직에 그는 1965년 이후 가장 젊은 나이로 당선됐다. 따라서 변호사 업계의 변화와 세대교체, 이를 통한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통한다.
이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준감위를 통한 삼성의 준법경영 개혁에 집중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커리어와 노력을 기반으로 최근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윤리경영위원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1기의 김우진 교수 등이 2기에도 함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6명 가운데 절반을 여성으로 구성하며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2기 위원회는 1기와의 합동 워크숍을 통해 연속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써 1기 위원회가 설정한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준법의제를 계승했다. 이를 통해 2기 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인권 우선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ESG 중심 경영' 등 중점과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준감위 활동에 힘 싣는 이재용 회장…내부견제로 관계사와 균형
자율성을 위한 끝없는 노력에도 준감위에는 우려의 시선을 집중됐다.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의 양형을 낮추기 위한 면피성이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경우에도 삼성 준감위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성이 관건이다.
이는 삼성 준감위가 근본적으로 구속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가 법적 근거 없이 관계사 7곳들과의 협약에 근거하고 있다. 한 명을 제외한 모두 외부인사로 구성되면서 다양성과 전문성 간의 조화로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독립성과 지속성을 나타내는 척도는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에 대한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에 달려있다. 7곳 관계사의 이사회가 협약 개정을 통해 준감위의 업무와 권한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삼성 준감위를 벤치마킹한 한국경제인협(구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윤리위원회', 카카오의 '준법과 신뢰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 당시 "관련 재판이 끝나더라도 위원회 활동이 중단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서 2기 위원회 출범 당시 이 위원장을 만나 독립적인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사면으로 자칫 유명무실해질 수 있지만 이 회장은 꾸준히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 준감위는 내부적인 견제 기능으로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원회에는 삼성 출신 위원이 늘 한 명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사무국 절반이 외부인으로 구성돼 있어 내외부인들간의 견제가 가능하다. 준감위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했고 관계사와도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출범 당시의 상황과 명분을 감안하면 삼성에서도 계속 이어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준감위가 삼성을 시작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독립성이다. 새로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지 않는다면 결국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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