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AAA등급 신호탄]내연차 임계점서 AA+로…약점서 최대 강점된 '전기차'①자동차 패러다임 변화, 리스크 꼬리표…미국·유럽 시장 판매, E-GMP로 껑충
양정우 기자공개 2023-12-21 08:59:08
[편집자주]
현대자동차의 '트리플A' 등급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가둔 가운데 나이스신용평가가 'AA+' 등급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하면서 선제 조치에 나섰다. 'AAA' 지위를 반납한 지 5년, 처음 입성한 지 12년만이다. 더벨은 현대차가 '순수 민간기업 유일' AAA라는 타이틀을 다시 거머쥘 수 있을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AAA' 등급 복귀를 예고한 가운데 크레딧 변화를 이끌고 있는 키워드는 전기차다. 2019년 글로벌 내연차 시장의 경쟁 강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AA+'로 지위가 낮아졌으나 전기차 전성시대를 맞아 다시 초우량 신용도를 회복하고 있다.전기차 시대의 본격적 개화에 앞서 글로벌 투자시장과 국내 신용평가사는 현대차의 대응 능력에 의구심을 가졌다. 자동차 산업에서 '내연차→전기차' 구조적 변화는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늘상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매년 확대 일로를 걷는 현재 오히려 전기차가 펀더멘털 자체를 바꿔놓는 최대 강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내연차 경쟁 고조 '트리플A' 균열…펀더멘털 저하 속 전기차 '불안요인'
현대자동차가 과거 7년여 간 고수했던 AAA 지위에 균열이 생긴 건 지난 2018년이다. 당시 한국기업평가가 선제적으로 AAA 등급에 부정적 아웃룩을 제시했다. 모든 평가 항목이 빠짐없이 최상위로 여겨져야 하는 신용등급인 만큼 부정적 꼬리표 자체를 이미 등급 하락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시 현대차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마다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산업 환경이 뚜렷하게 저하되면서 업계 최상위 실적을 거둬왔던 다임러(Daimler)와 BMW조차 2018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대 시장인 북미의 성장이 정체된 데다 내연차 산업의 경쟁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점이었다.
현대차 역시 성장세가 가파르게 둔화되기 시작됐다. 2017년엔 최초로 현대·기아차 합산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8.1%) 추세로 전환됐다. 판매 부진에 이어 고정비 부담까지 증가하면서 구조적 측면의 수익 창출력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부정적 아웃룩이 책정될 당시 영업이익(2018년 3분기 누적)이 7760억원을 기록해 40%(통상임금 비용 제외시) 가까이 급감했을 정도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이 때부터 예견돼왔다. 전동화(Electrification), 자율주행(Self-Driving Vehicles), 공유이동성(Shared Mobility)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현대차의 경우 비용과 투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주를 이뤘다. 첨단 기술 측면에서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를 앞설 것으로 예측한 전망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세계 각국의 내연기관 판매금지 정책이 최대 리스크로 여겨졌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2025년부터 친환경차만 판매가 가능한데 현대차가 생존할 수 있을지 우려됐던 셈이다. 일단 전기차 시장에서 주축 플레이어로 성장해 과실을 얻을 수 있는 기업으로 판단하는 시각은 드물었다. 당시 신차 효과마저 먹혀들지 않는 여건이 조성되자 사실상 활로가 없던 것으로 여겨졌고 실적과 재무 지표가 트리거를 충족하자 신용등급 하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7년만 드라마틱 반전, 'E-GMP' 호평 일색…사업·재무위험 견인 'AAA 초읽기'
하지만 7년새 전기차를 놓고 현대차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거둔다. 환경 이슈에 대한 세계적 대응에 힘이 실리면서 전기차가 주축인 친환경차량(하이브리드 포함)의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2017년 약 3%에서 2022년 이후 25% 안팎으로 껑충 뛰었다. 이 시기 현대차는 뜻밖에도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인 'E-GMP(사진)'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전기차 플랫폼의 대대적 호평을 토대로 신용등급 하락에 한몫을 했던 중국 시장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그 결과 중국 시장의 부진에도 글로벌 판매점유율(현대차와 기아차 합산)은 2017년 5위에서 2021년 3위로 상승했다. 내연차가 최대 강점인 폭스바겐과 GM, 르노-닛산 등은 중국시장의 의존도에 지속적으로 의지한 결과 아직까지 판매량이 위축되고 있다.
현대차그룹(현대차와 기아)은 올해 1∼11월 미국 시장에서 151만 579대를 판매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한 수치다. 내년 말 조지아주 서배너의 전기차 전용공장(HMGMA)까지 가동된다면 미국에서 연간 200만대 판매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시리즈는 유럽 시장도 뒤흔들고 있다. E-GMP를 탑재한 모델인 아이오닉 5, EV6, 아이오닉 6 등이 유럽에서 출시되며 판매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2021년 10만대를 넘었고 2022년 14만3460대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독일 등 유럽 10개국에서 점유율 10%(완성차 그룹별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현대차의 영업이익률(EBIT마진)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이하 재무수치 차량연결, 10.1%) 주요 글로벌 경쟁사(폭스바겐 6.8%, GM 7.1%, 르노-닛산 6.5%)를 상회하고 있다. 오히려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10.7%)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품 경쟁력이 개선된 가운데 판매량 개선으로 재고 부담이 없는 터라 이런 수익성은 당분간 유지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업 펀더멘털의 견고한 개선과 함께 풍부한 현금유동성도 AAA급에 걸맞는 수준으로 진단되고 있다. 지난 9월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65.4%고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수치를 고수하고 있다. 현금성자산(약 20조4000억원)이 차입금(6조2000억원)을 압도하고 있다. 반면 폭스바겐이나 르노-닛산 등은 부채비율이 100%를 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엔 연구개발(R&D) 등 투자 자금전 양상이 벌어질 수 있기에 사업위험과 재무위험 측면에서 모두 경쟁 우위 요소로 인정받는 대목이다.
AAA 등급을 향한 선제적 신호탄을 쏜 건 나이스신용평가다. AA+인 신용등급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로 올렸다. 'EBITDA마진 10% 이상(차량부문, 13.7%)'과 'EBITDA/(금융비용+CAPEX) 배수 1.3배 초과(2.8배)' 등 상향 트리거는 이미 만족된 상태였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등급상향 요건(조정EBITDA/매출액 지표 10% 초과, EBITDA마진>12.0%)도 이미 충족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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