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해저케이블 승부수 점검] "1공장 완공도 안됐는데"…속도전 배경, 가파른 시장 성장②'해상풍력' 핵심…이미 국내 프로젝트 수주 성과
김경태 기자공개 2023-12-21 13:07:21
[편집자주]
최근 전선업계에서 가장 이슈몰이를 하는 기업으로는 대한전선이 꼽힌다. 화제의 지점은 '해저케이블'이다. 대한전선은 국내 2위 전선업체다. 하지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향후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한전선은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시끄럽기도 하다. 대한전선이 과감한 행보를 펼치는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전선이 2년 전에 이어 또다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은 해저케이블 사업 강화로 압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주주들을 중심으로 제기하는 의문은 크게 두 가지다. 유증이라는 자금조달 방식과 함께 증자 단행 시점이다.2년 전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짓기 시작한 해저케이블 1공장이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증을 통해 2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하면서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해저케이블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와 관련이 있다. 국내외 조사기관과 전선업계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전선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시장 성장의 과실을 누리기 위해서는 빠른 템포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해저케이블 시장 '폭발적 성장' 전망, 전격전 필요 상황 전개
대한전선은 2021년 12월 5005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중 2000억원을 해저케이블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작년 3월 최종 모집금액 4889억원으로 유증이 마무리됐고 1공장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작년 12월 9일 충남 당진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에서 임해(臨海)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1공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대한전선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1단계 완공과 생산 개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2025년 상반기 중으로는 2단계 완공과 생산 제품 확대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전선이 1공장이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2공장 건설 추진을 위한 자금조달에 나서는 셈이다. 이처럼 대한전선이 서두르는 배경은 향후 해저케이블 시장 성장 속도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외 조사기관들은 해저케이블 시장이 10년 이내에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란 유사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RU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규모는 2022년 49억 달러(한화 약 6조4000억원)에서 2029년 217억 달러(28조3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저케이블 시장의 성장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가 꼽히는 데 특히 '해상풍력'이 핵심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지난해 9GW(기가와트)에 그쳤던 글로벌 해상풍력 신규 설치량이 2030년에는 5배 이상 성장한 46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가파른 시장 성장이 예상되면서 LS전선도 최근 선제적으로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전선은 올 5월 해저케이블 4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은 국내 유일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인 초고압직류송전(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해저케이블 전용 생산기지다.
대한전선은 국내 2위 전선업체이지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는 추격자 입장이다.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10년 이상 공력을 쌓은 LS전선과의 격차도 큰 상황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는 만큼 대한전선 입장에서는 기존 강자들이 생산능력 등의 문제로 소화하지 못할 물량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잡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한전선으로서는 미래 전략을 위해 더 이상 투자를 지체할 수 없는 형국인 셈이다. 빠른 템포의 투자 결정과 차질 없는 공장 준공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1공장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2공장 건설에 나서는 이유다.
대한전선은 내년 상반기까지 2공장 부지 선정과 계약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 공장 건설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2027년 상반기에 준공 후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계획대로 공장이 완공되면 시장 성장의 과실을 누릴 기반이 만들어지게 된다.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 확대, 이미 사업수주 성과 거두기도
대한전선이 만드는 해저케이블 1공장 외에 2공장은 생산할 제품도 다르다. 1공장에서는 66kV, 154kV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예정이다. 2공장에서는 345kV 해저케이블, 525kV HVDC 해저케이블을 만들 방침이다.
최근 전선업계에서는 HVDC 해저케이블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HVDC 해저케이블을 활용한 슈퍼그리드(광역 전력망)와 해상풍력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영광 낙월, 안마, 신안 등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HVDC 해저케이블로 서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서해안 전력 고속도로' 등의 대규모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대한전선은 이미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 10월 안마해상풍력 발전 사업의 우선공급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유증 발표가 있을 이후에도 수주 소식을 알려졌다. 대한전선은 이달 17일에는 영광 낙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의 해저케이블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1003억 원이다.
영광낙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은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에 위치한 송이도 인근 해역에 조성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다. 전체 설비 용량은 365MW다. 5.7MW의 풍력 발전기 64기가 들어선다.
대한전선은 풍력 발전기 사이를 연결하는 내부망 해저케이블, 풍력 단지와 송이도의 신설 변전소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등을 공급한다. 해당 해저케이블은 내년 초에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충남 당진 1공장 1단계 설비에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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