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발 해운업 재편]'세계 5위' vs '시너지 글쎄' 엇갈린 시선③"글로벌 해운사와 경쟁" 자신하는 김홍국, 해운 불황 속 시너지 찾기 관건
허인혜 기자공개 2024-01-02 11:31:21
[편집자주]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품은 데 이어 HMM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컨테이너선 1위사와 벌크선 1위사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국내 해운업 70년 역사 이래 가장 큰 해운그룹이 탄생했다. 해운업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하림그룹과의 만남으로 사업간 합종연횡도 전망된다. 글로벌 해운 시장도 변화가 예고된다. 더벨이 국내 해운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새롭게 짜여질 미래를 여러 방면에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9일 13: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팬오션과 HMM의 시너지로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해운 시장의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게 골자다. 밑줄을 그어야할 부분은 불황과 시너지다.하림그룹의 HMM 인수 도전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하림그룹의 자산규모가 HMM 대비 작은 데다 해운업 불황까지 전망되기 때문이다. 악조건 속에서 HMM 인수를 추진하는 만큼 확실한 시너지를 찾아내야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해운사라는 공통점 외에는 벌크선사와 컨테이너사의 영역 차이가 분명해서다. 하림그룹은 규모의 경제와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확대 등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목표다.
◇선박 400척 갖게 될 하림그룹, 해운업 전망은
운송업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글로벌 물류 수송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해운업은 특히 그렇다. 태풍만 몰아쳐도 배가 멈춘다. 바닷길이 각 국가의 영해를 거치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도 위협적이다. 국제 경기와 그에 따른 물류량 변동도 운송업을 좌우한다. 모든 조건은 하나의 지표로 나타난다. 운송비다.
하림그룹의 실적은 앞으로 운송비의 향방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전을 마무리하면 400척이 넘는 배를 운영하게 된다.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상반기 기준 301척의 선박을 띄우고 있다. HMM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합해 105척을 운항 중이다. 화물 운송량은 팬오션이 연간 약 1억톤(t), HMM은 약 78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수준이다. 선박 선제 주문까지 고려하면 선대 수는 더 늘어난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는 시기적으로 '적기'는 아니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호황기 대비 5분의 1 수준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886∼1043를 오갔다. 지난해 1월 SCFI는 5109.6을 기록한 바 있다.
홍해 운임난으로 최근 지수가 상승했지만 단기적인 영향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실질적인 물류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고 주요 선사들도 홍해 항로 운항을 차차 늘리는 중이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마무리할 때 쯤이면 홍해발 물류난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분석기관들도 SCFI의 약세를 전망했다. 프랑스 해운·조선 분석기관 알파라이너는 내년 컨테이너선 공급이 올해보다 8.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수요 증가율은 1.4%로 봤다. 여기에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MSC와 머스크) 붕괴도 예고돼 있다.
벌크선이 중심인 팬오션의 실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최근 급등했지만 SCFI와 마찬가지로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4분기 자체가 성수기로 1월부터는 지수 하락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하림그룹은 우선 곳간부터 걸어잠그기로 했다. 배당 등 다른 용처에 10조원 규모의 유보금을 쓰지 않고 불황 대비용으로 축적해두겠다는 계획이다. 하림그룹은 이달 26일 입장문을 내고 "선대 규모나 경쟁력에서 HMM을 훨씬 앞서는 글로벌 1, 2위의 해운사들은 훨씬 많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특히 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하림그룹 "시너지 기대"…영역 다른 두 기업, 시너지 찾기 관건
하림그룹은 불황기를 시너지로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림그룹이 HMM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재계에서는 팬오션과 HMM의 합병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림그룹은 '독립 경영을 통한 시장경쟁'이라는 경영원칙을 강조했다. 합병이나 사업 구조조정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의 시너지는 자신했다. 각 사가 보유한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HMM 인수와 함께 한국을 세계 5대 해운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업계의 시너지 전망은 엇갈린다. 하림그룹은 양사의 화주 네트워크를 강조했지만 고객의 교집합이 기대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사업이라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세부적으로보면 두 기업의 사업 영역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화물선은 크게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컨테이너선은 주로 선진국간 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지만 벌크선은 광물이나 곡물 등 특정한 화물을 부정기적으로 운반한다.
이에 따라 계약의 형태도 상이하다. 운반하는 화물에 따라 배의 설계부터 차이가 난다. 화물을 싣는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운송량을 재는 단위도 다르다. 벌크선은 최대한 실어나를 수 있는 무게인 재화중량톤수(DWT)를 쓰고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한 TEU를 쓴다. 때문에 두 기업의 합병 후 사업적 시너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은 시너지는 규모의 경제와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확대다. 하림그룹은 규모의 경제로 유류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1위 벌크선사와 컨테이너선사를 모두 보유하는 만큼 국내 해운산업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 하림그룹의 목표인 종합식품·물류기업으로의 도약도 가능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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